고향사랑의 정...
군동면장 박재룡
겨울 큰 눈이 온다는 대설…
오전에 흰눈이 펑펑 나리더니 오후엔 가느다란 빗줄기로 바뀐다.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에게는 고향은 꿈에서도 찾아가는 곳이고 고향사투리와 고향음식은 객지에서도 그리움과 반가움의 대상이라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 꿈에나 찾아가는 고향을 찾아 재광군동면향우회 연차총회 및 송년모임이 예정되어있어 각급기관사회 단체장 35분을 모시고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후 4시30분… 차창밖에는 가느다란 겨울비가 이따금씩 유리창을 때리며 가는 발길을 재촉한다. 오후 6시 모임장소인 상무지구 W웨딩홀에 도착하니 수많은 향우들이 정말 반갑게 맞아주신다. 처음 보는 모습이지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주 오래된 이웃처럼 이야기꽃을 피우며 추억어린 지난날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참석하신 모두가 앞가슴에 명찰을 패용하여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친근감이 앞선다.
행사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낭랑한 목소리로 식순에 의거 진행된다. 경과보고에 이어 참석자소개. 고향에서 오신 어르신소개. 감사패 증정, 내빈축사 등 알차고 빈틈없이 진행되는 모습에서 향우회의 빛나는 활동을 읽을 수가 있었다.
진행 순서에 의거 그동안 고향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주시고 향우회를 훌륭하게 이끌어 오신 회장님께 5천여 면민의 정성을 담은 감사패를 드리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축사도 면장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 행사에는 나이 드신 회장님을 먼저 하시게 하고 마지막으로 면장으로서 축하의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바라보는 3백여 향우님의 모습이 어찌 그리 당당하고 고마운지… 식전 행사를 마치고 제2부 행사인 장기자랑과 푸짐한 경품권 추첨으로 이어지게 된다. 앞에 놓인 대형 TV 2대와 자전거, 각종 생활용품 등 푸짐한 경품을 보면서 저마다 누가 주인공이 될지… 기대반 설렘반으로 기다리게 된다. 추첨함에 행운권을 넣으면서 혹시 나에게 행운이 주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그런 걱정도 가져보는 시간이 기쁨이었다. 기대와 환호성으로 이어지는 경품추첨… 이젠 남은건 자전거와 TV뿐이었다.
사회자가 면장에게 나와 달라고 하더니 추첨을 해달라고 한다. 잘 섞어서 한 장을 뽑아 발표하는 영광까지 나에게 주어졌다. 윤 00 당첨입니다… 한참만에 나타나신 행운의 주인공은 자전거를 타시더니 나에게 오면서 면장님께 기탁할테니 고향에 필요로 하신 분을 위해 전달해 달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순간 마음이 뭉클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향우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모두가 선망하는 디지털 TV 2대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대는 광주향우께서 당첨의 영광을 안으시고 모두가 숙연한 가운데 회장님께서 마지막 한 장의 추첨을 발표하시는데… 갑자기 면장인 나를 호명하는 게 아닌가… 엉겁결에 뛰쳐나가 받으면서 사회자가 한마디 하라고 한다.
"참석해 주신 향우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저에게 주신 행운은 요즘같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돌보시는 남미륵사 석법흥 큰 스님처럼 군동면 복지회관의 서예교실에서 열심 배우시는 회원들께 기증하겠습니다. '재광 군동면향우회기증' 이라는 명패를 부착해서 향우님의 소중한 뜻을 잘 전달하겠습니다."
순간 장내는 우렁찬 박수로 행운을 축하해주셨다.
고향의정, 포근함, 향수, 추억 이 모두는 고향과 향우만이 나눌 수 있는 단어가 아닐는지. 참석해주신 3백여 향우님의 고향사랑을 가득안고 밤 9시45분 강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손을 흔들면서 마지막까지 배웅해주시는 향우님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사시면서 힘든일, 괴로운일 다 잊으시고 오늘 함께해주신 고마운정은 가슴깊이 간직하겠노라고…
여러분이 주신 사랑과 정은 지역 발전에 나의모든 것을 다바치겠다는 다짐으로 받아주시리라 기대해보면서…
향우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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