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피해를 꿋꿋하게 극복해 나가자
강진 도암 송학 베이스볼파크 사장 우 수창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최악의 피해를 주었던 사라, 매미, 루사, 곤파스 등 가장 강력했던 태풍과 같은 볼라벤이 27일경 상륙한다는 뉴스를 듣고 서울에 있던 나는 25일 새벽에 강진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강진베이스볼 파크는 2010년 9월 3일 곤파스 태풍으로 국내 최고의 돔 실내연습장이 붕괴되는 피해를 보았었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직원들의 전화로 피해사실 소식을 들어서 태풍에 위력에 실감을 못했었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태풍은 주로 남해안, 서해안 등 바닷가를 중심으로 피해를 주고 있었으므로 서울에서 살아온 나는 태풍의 막강한 위력을 느껴보지 못했었다.
나는 이번에 태풍의 위력을 직접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볼라벤을 맞이하러 강진으로 직접 내려간 것이다.
강진베이스볼 파크에 도착해서 직원들과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물건을 안으로 들여다 놓고, 그물망을 내려놓는 등, 볼라벤을 맞을 준비를 했다.
27일 오후 5시경 넥센 2군 선수들은 재활군 몇 명만 남고 원정 시합을 위해 대구로 떠났다
남은 선수들에게 창문을 닫고 가급적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직원들도 모두 퇴근 시켰다.
이 넓은 야구장에 관리인 한분과 둘이만 남은 나는 평소 사용하던 숙소가 바람에 위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수 기숙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식사를 한 후 TV 뉴스를 주시하고 있는데 볼라벤이 제주도를 강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었다.
오후 8시부터 살살 불어오던 바람이 점점 세차게 불면서 창문을 두드리며 조금 후부터는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밤 12시경부터는 본격적인 비바람이 몰아치며 본격적인 강풍이 시작되었다.
마치 비행기가 옆에서 날아가는 것처럼 요란한 비바람소리에 잠을 못자고 TV 뉴스만 시청하고 있는데 아직 태풍중심권은 제주도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 중심권도 아닌데 이렇게 세찬 강풍이 부는데 중심권에 들면 정말 큰일이 날것만 같았다.
새벽 4시경 정전이 되었다.
그때부터는 암흑세계에서 밖에 소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TV 뉴스도 못보고 세찬 비바람 소리만 들으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 6시가 되면서 밖이 조금씩 환해지기에 피해상황이 궁금하여 밖으로 나가려는데 강풍이 몰아치면서 몸이 날아갈 것 같아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보니 나무들은 대부분 쓰러지고 만조 시간으로 물이 빠지지 않아 리조트쪽 잔디밭으로 물이 역행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 있었는지 주방장이 나타났다. 주방장은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피해상황을 점검해보겠다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밖으로 나갔다,
몇 분후 돌아온 주방장은 야구장 그물망과 기둥이 모두 넘어졌고 실내연습장이 붕괴된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넥센 재활 선수들이 궁금하여 기숙사를 돌아보니 주방장이 선수들은 어젯밤 무섭다며 시내 모텔로 옮겼다고 한다.
얼마 후 피해상황이 궁금해서 방에만 있을 수가 없어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왔다.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강력한 바람을 맞으며 밖으로 나와 야구장 쪽을 바라보니 정말로 기둥이 모두 넘어져 있었다. 다행히 새로 지은 펜션과 수영장은 별로 피해가 없는 것 같았다. 실내 연습장 쪽을 바라보니 지붕이 보이지 않는다. 폭삭 주저앉은 것 같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식당으로 들어와 주방장이 끊여주는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바람이 조금 잠잠해 지길 기다려 실내 연습장 쪽으로 가보니 이게 웬일인가 실내연습장 2개동 모두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되었다.
당장 넥센이 실내연습장을 사용해야 하는데 1동만 무너진 줄 알았는데 2개동 모두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야구장 쪽으로 가보니 4면의 야구장 모두가 그물망과 기둥이 넘어져 있었고 덕아웃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 3동이 바람에 날려 도로 쪽으로 튕겨 나와 있었다.
야구장 주위에 기물도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깔려있었다.
식당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앉아 하나님께 기도하며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살다보면 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늘이 내리는 이 엄청난 천재지변을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는 없다.
오늘 나에게 닥친 이 재난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주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 몇 백배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인명피해 없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오늘에 피해를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자,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나를 버리지 않을 실 것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셨나, 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실 것이다, 전화위복이란 말도 생각났다,
이번 기회를 더 좋은 야구장을 만들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드리자
한동안 기도를 하고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집사람이었다. TV 뉴스에 태풍이 강진지역을 강타해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나는 그저 괜찮다고 했으나 아내는 믿기지 않은 모양이다,
조금 후 아내로부터 힘을 내라는 문자가 왔다.
나는 아내에게 “모든 것을 잃어도 당신만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평소 아내에게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데”라고 진정한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볼라벤이 나에게 절호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다. 그중에서 아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잠잠해지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격려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평소 거래하던 사람들이 복구준비를 해서 내일 내려오겠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고 있는 KBO 허구연 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최선을 다하여 도와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한다.
군청 스포츠 기획팀, 투자 유치팀 직원들도 다녀갔다. 군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으니 너무 심려 말고 힘을 내라고 한다.
넥센 매니저 설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장님 너무 많은 피해를 보셨는데 정전으로 식사제공도 어려운데 선수들이 있으면 부담이 될 것 같아 집으로 보내 2,3일 쉬다 오라고 했다며 너무 심려마세요” 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가 너무 감사했다.
세상에 이치는 잃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다. 손해를 보았다고 억울해 하고 고민하며 그 일에 침착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반성하고 미비한 점이 무엇이었나 생각하면 그 와중에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잃은 것은 작고 더 큰 것을 얻을 수 도 있다.
저녁 시간이 되어도 불이 안 들어온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되어 전화도 못하고 있다가 식사를 하려고 읍으로 나갔다. 식당에 가서 평소 잘 안하던 소주를 마셨다, 정전으로 캄캄한 야구장에 가서 할 일이라고는 잠자는 것밖에 없을 것 같아 술 한 잔 하면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야구장에 돌아오니 오후 6시 30분 그때부터 자리에 누었다. 한참 자고 나서 눈을 떴는데 새벽1시, 혹시나 해서 스위치를 켜니 불이 들어 왔다.
너무 감사했다.
커피를 한잔 끓여 마시면서 컴퓨터에 앉아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여보! 앞으로 어떻게 해... 도저히 당신 목소리를 들을 용기가 안나 ”
이 새벽에 문자를 보낸 것을 보니 밤새 한잠도 못 잔 것 같다.
아내에게 위로를 하려고 직접 전화를 했다. 아내는 울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여보 ! 너무 걱정 말아. 이런 일로 울고불고 한다면 하나님이 노하셔. 나는 하나님과 약속을 한사람이야 내가 이곳에 야구장을 짓는 목적이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잖은가. 절대 슬퍼하지 말고 나를 지켜보라고.”
컴퓨터에 앉아 이글을 쓰면서 또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번 강력한 볼라벤으로 많은 시설이 망가졌지만 강풍에 버틴 시설은 앞으로 웬만한 태풍이 와도 끄떡없을 것이다.
“이제는 더 무너질 것도 없다, 그 정도에 태풍은 얼마든지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앞으로 새로 만드는 시설은 강력한 태풍을 만나도 무너지지 않도록 견고히 지어야겠다고,
오늘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하며 복구 작업을 해야겠다.
아내와 모든 사람들에게 이 고난을 헤쳐 가는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온실에서 곱게 자란 화초는 쉽게 시들지만 비바람을 맞으면 자란 야생화가 더 오래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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