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선 일지 - 제38호
2012년 12월 26일
황 주 홍(민주당, 전남 장흥강진영암)
그 날, 12월 19일.
나는 지역구에 있었다.
저녁 6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우리가 1.2% 뒤지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 직후인 6:08분 서울에 있는 외동딸한테서 문자가 들어왔다. “박근혜 되면 이민가겠다”던 아이였다.
『아빠, 어떡해요!!!!!』
윤도의 충격이 엄청난 것 같아 나는 곧 전화했다. 투표율도 예상외로 높고, 특히 서울 투표율이 좋아서, 우리가 50만 표 안팎으로 이길 거라며 안심시켰다.
8:50분 윤도로부터 2번째 문자가 들어왔다. 한 방송사에서 「박근혜 후보, 당선 유력」 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직후였다.
『아빠, 근데 왜 박근혜 유력이래????』
내 기분도 기분이 아니었고, 또 달리 둘러댈 말도 없고 해서 응답하지 않았더니 8:58분 3번째 문자가 들어왔다.
『아빠, 왜 그런거야????? 왜?????』
나는 하는 수 없이 9:02분 아래와 같은 답문을 아이에게 보냈다.
『좀 기다려봐. 잘 될거야.』
그날 밤 9:38분 윤도는 카카오톡으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나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아직 (최종)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이딴 식으로 진행되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 진심 창피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어이없는데, 저런 사람이 (당선)유력 후보라니... 한심하다. 다들 한국은 과거 따위 신경 안 쓰는 존나 쿨한 나라라고 하겠네. 기쁘다 쿨한 나라 국민이라서. 투표 안 한 찌질이들, 앞으로 5년 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입도 뻥긋 말고 짜져 있어라.』
개표가 끝나갈 무렵이던 이튿날(12월 20일) 오전(새벽) 1:08분 서울에 사는 고향 후배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형님! 대선 기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새 정치와 국민통합을 위해 더욱 더 멋진 개혁 부탁드립니다. 왜 이렇게 눈물이 흐르나요......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희망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윤상희 올림.』
우리는 그 날 그렇게 패배했다. 비참했다.
일 주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울하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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