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문 사찰음식 종류도 많네
백련사 사찰음식 전시회, 남도음식발전 기여
여연 큰스님 생신에 때 맞추어 대중 공양도
60여 가지 별의별 음식 모두는 건강에 으뜸
백련결사와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에서 섣달 보름인 1월 26일 사찰음식 전시회가 열렸다. 백련사 여연 큰스님의 생신에 때를 맞추어 개최된 사찰음식 전시회는 2009년부터 홍승스님을 모시고 주변의 불자와 백련사와 인연 맺은 분들을 초청, 대중공양을 해왔다.
백련사 총무 일담스님은 “여연 큰스님은 평생 동안 차를 연구하고 차를 만들어 주변과 함께 나누면서 성숙된 차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노력해 오셨다”며 “그러한 스승을 위해 백련사와 인연 맺은 불자들과 전국 각지의 제자들이 함께 기뻐하고 교류하는 날이 바로 섣달 보름이다”고 말하고 “2009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행사를 진행하면서 2010년 작은 음악회, 2012년 대중법회를 하면서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하기 위해 올해부터 사찰음식 전시회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담스님은 이어 “사찰음식 전문가인 홍승스님께서 3일간 점심공양을 위해 도와주셨다”며 “강진에서 부산까지 2박 3일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갔으나 4월 달에는 백련사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고를 내고 접수를 받아 사찰음식을 강습할 예정이어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배울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여연 큰스님은 법회를 열고 사찰음식에 관련된 덕담을 건넸다. 또한 오전 12시 경 여연 큰스님, 왕세창 부산여대 총장, 홍승스님, 백련사 여신도회장 등이 60여 가지를 전시한 사찰음식 전시회 테이프 커팅을 한 후 모인 사람들이 둘러볼 수 있도록 진행되었으며, 참석자 모두 사찰음식으로 점심공양을 했다.
“배부르게 먹지 말고 약이 되게 먹어야 도업(道業) 이룰 수 있어”
여연 큰스님, “생신 기념 사찰음식 전시회는 불가와 대중과의 소통”
백련사 여연 큰스님은 26일 오전 10시 대웅보전에서 보름법회를 열고 신도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사찰음식 오픈식을 앞두고 열린 보름법회는 일담 총무스님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날 여연 큰스님은 “35년간 30대 성균관대학부터 평생 차를 만들고 강의를 해왔다”며 “제자들 중 불자도 많지만 기독교, 천주교 신자도 80%나 된다”고 밝히고, “그 분들이 절에 오게 한 것으로도 큰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연 큰스님은 이어 “그 분들이 불교기본예절을 잘 몰라 실수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꾸중하지 말고 따뜻하게 품어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연 큰스님은 “18년 동안 대흥사 일지암에서 지낼 때 겨울철 눈이 많이 오는 날, 눈 속을 뚫고 오신 분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게 된 것이 생일 기념을 연례적으로 열게 되었다”며 “지난 해 뉴욕에서 불자인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이 사무처를 통해 사찰음식 전시회를 가졌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은 바 있다”고 말하고 “뉴욕타임즈에서 차와 전통음식을 소개한 바도 있다”고 밝혔다. 차와 포도주, 커피는 외국에서 음식에 속하지만 우리나라는 별개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사찰음식 전문가인 홍승스님과의 인연도 털어놓았다.
여연 큰스님은 서울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으로 있을 때 장관 등 고위층이 방문하면 점심이나 저녁을 소홀히 할 수 없어 묘책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분들이 오면 그 때마다 호텔에서 대접할 수도 없었는데, 스님들이 호텔이나 들락거린다는 비난 때문에도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며 “그 개선책으로 원로회의 때 의장에게 사정 얘기를 털어놓고 VIP를 위한 식당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VIP 식당이 만들어지자 거기서 음식 안 먹은 사람은 고위층 축에도 안 들어간다는 소문이 낭자했고, 그 일로 이창동 장관은 신문 가십에 나오기조차 했다는 말도 털어놓은 여연 큰스님은, “요즘은 너무 잘 먹어서 병이 생긴다”고 지적하고 “이는 불가나 세속 또한 마찬가지인데, 고기 없이 그야말로 채소위주로 만드는 사찰음식은 앞으로 각광받는 음식이 아닐 수 없다”고 사찰음식 예찬론을 이어갔다.
“불가에서는 발우를 펼 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농사짓는 사람들의 공덕을 생각하면서 배부르게 먹지 말고 약이 되게 먹어야 도업을 이룰 수 있다”
여연 큰스님은 사찰음식 전시회의 목적으로 검소하게 살자는 것과 백련사를 찾는 나그네와 지역주민에게 음식을 나눠먹는 것을 통해 불가와 대중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 음식을 먹는 나는 누구인가”를 참구해 줄 것을 주문했다. /송하훈 기자
茶 여연 큰스님
1971년 해인사에서 전 종정이신 혜암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문헌도서관에서 수학하고 스리랑카 게라니야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서 근본불교와 팔리어를 연구하였다. 진주의 효당 최범술 스님에게 차 공부를 사사받고 불교잡지『해인』 편집주간, 『불교신문』 논설위원 주간, 조계종 개혁회의 사무처장, 11~12대 조계종 종회의원,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을 지냈다. (사)초의차문화연구원 이사장, (사)대한민국차품평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부산여대 다도학과 석좌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차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해남 대흥사 차의 성지인 일지암에서 18년간 주석하시며 초의선사의 선차 정신을 잇기 위해 노력하시다가 2008년 6월 강진 백련사로 자리를 옮겨 차 문화 보급을 위해 노력중이다.
食 홍승스님
1983년 동화사 부도암에서 출가하여 행자생활 때부터 설거지, 상차리기, 반찬만들기, 국끓이기, 마지막 밥만들기까지 전통교육을 받았다. 음식솜씨가 소문이 나면서 노스님들께 사찰에 전해오는 음식비법을 구전으로 듣고 현대인에 맞는 레시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2002년 불교텔레비젼 ‘홍승스님의 사찰음식’과 요리전문 food 채널 ‘풍경이 있는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각종 음식박람회, 음식경연대회, 사찰음식 초청전시 심사위원, 음식 관련 다큐멘터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VIP실 사찰음식 담당국장 등 사찰음식을 통한 수행과 포교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 중이다. 현재 경주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차와 사찰음식학과 겸임교수로 후진들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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