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
군동면 석교리 최고령자 황납실할머니(89세)
그 옛날 탐진강 하천에서 은어를 한 바구리 잡아오던 남편이 마당으로 들어오는 착각일까 황할머니가 너른 마당 끝 대문을 바라보더니 남편이 잡아온 은어는 언제나 맛이 좋았다며 밝게 웃는다. 이처럼 탐진강은 석교사람의 생활터전이었다.
“숯불에 구어도 묵고, 쪄 묵기도 하고 참말로 맛있어
황할머니는 대구 백산에서 스무 살에 석교리로 시집왔다. 황부잣집 셋째딸로 애지중지 자랐던 황할머니였다. 1살 위였던 남편은 부모의 뜻대로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평생 호인으로 이렇다 저렇다 궂은 말 한 번 안하던 성격이었다.
“평야 보통으로 살았어도 생전 뺨 한번 안 맞어봤재,.”
친정어머니가 늘 강조하시던 말이 있었다. 시집을 가면 친정은 잊어버리고 시집식구들 맘 안상하게 항시 조심해서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장남에게 시집와서 시댁 부모를 오랫동안 모시고 살았다. 시아버지가 90세, 시어머니가 83세까지 사신 장수집안이었으니 황할머니는 오랫동안 시집살이를 한 샘이다.
“어른들 앞에서는 항시 조심스럽재.”
시아버지나 시어머니나 딱히 힘들게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왜 그렇게 어렵게만 했는지 평생을 조심조심 살아왔다면서, 어른 공경이 최고의 덕인 줄 만 알았다며 또 웃는다.
“부잣집 딸로 컸어 시집살림도 친정만은 못했지만 괜찮았어
검게 물 드린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모습에서 아직도 부잣집 딸의 고운 자태가 엿보인다. 검은 눈동자의 두 눈을 동그랗게 뜰 때가 사랑스럽게 보이는 황할머니.
“내가 봐도 힉허먼 보기 싫은께 언제든지 염색해.”
황할머니의 하루 일과는 아침 11시에 석교 노인복지회관으로 출근한다. 동네 할머니들과 점심을 함께 하고 윷놀이와 화투를 치면서 하루를 보내고서는 저녁 7시에 집에 돌아온다.
살아오면서 참 듣기 좋았던 말이라면 시아버지의 칭찬이란다.
“너는 금방 들어가도 어째 그렇게 맛있게 하냐. 물만 넣어서 해도 참 맛이 좋구나.”
조심스럽게 들여간 음식상을 보고 시아버지가 했던 그 한마디가 평생 가슴에 남아 있단다. 시집살이라는 것이 고난으로 생각하자면 끝이 없고 스스로 맘 편하게 생각하면 모두가 좋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절인디, 거시기 뭐이냐, 암튼 여자절에 댕겼어.”
쌀을 석작으로 하나씩 이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다녔다는 그 절은 옥련사였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 큰 아들 놓고 막 공을 들였어.”
낳고 나서부터 공을 들인 까닭일까 큰아들 (정윤호67세)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청량리 경찰서장까지 지냈다. 5남2녀를 두었다는 황할머니는 벽에 걸린 증손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자식들과 손자들이 잘 자라니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한다.
“동네 초상나면 부주가재, 대사친대 가재, 깨팔아 사오고 기름짜고······, 쓸데 겁나게 많재.”
큰아들이 달달이 오십만원씩 용돈을 보내온다기에 많이 남겠다고 물었더니 펄쩍 뛰신다.
“어른이 잘해야 자석한테도 대우를 받재, 어른이라고 대고하면 못쓰재.”(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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