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3)
은어축제가 열리는 은어의 고향, 영동농장 김용복 회장의 고향마을
석교(石矯)마을 정종남(72) 이장
장흥유치에서 발원한 탐진강물굽이가 천년 세월처럼 흐르다가 강폭이 넓어지면서 그 흐름이 자못 부드러워지는 지점에 석교 마을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57가구에 91명이 살고 있는 석교마을은 제5회 은어축제가 열리는 마을이기도 하다.
“최초로 마을터를 잡은 탐진최씨는 이제 한 집도 없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정종남이장은 맨 먼저 마을의 명물을 반드시 소개해야 한다면 은어축제장 잔디밭 길 위의 작은 산으로 안내했다. 강정산(江亭山)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는데, 옛날에는 큰 당산나무가 있어 칠석, 유두, 백중 때에 농악놀이를 했던 곳이요, 여름철 논매러 나가면 으레 들락날락하며 쉬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아니라다를까 주위로 병사들처럼 둘러싼 수목들만 없다면 그야말로 사방천지가 툭 트인 곳이었다. “멀리서 보아도 당산나무가 보여서 우리 마을이구나 생각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당산나무가 죽고 말아 없어졌어요. 대신 군에서 정각을 하나 지어줬는데 이렇게 나무들로 둘러싸여져 있어 밖에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정말로 기가 막히게 좋은 곳인디요.” 멀리로는 해창을 비롯해서 강진읍 시가지, 우두봉, 비파산, 화방산, 그리고 탐진강물굽이와 군동평야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었으니 명당 중에 명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일에 지친 육신을 이곳에 눕히면 강바람 들바람, 아니 갯바람까지 보태져서 뼛속까지 시원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름이 지어져 있지 않은 팔각정을 뒤로 하고 탐진강가로 안내한 정종남 이장은 “옛날에는 강의 이쪽과 저쪽의 강둑 안에 논밭이 있어 강을 건너다니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신을 벗고 다니기가 불편해서 마을 장정들이 모여 돌다리(징검다리)를 놓자고 했지만 힘에 부쳐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힘센 장사가 막걸리 한동이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큰바위같은 돌을 불끈 들어주어 징검다리를 놓았다고 합니다.”정 이장의 말대로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 강을 건넜던 그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높은 다리가 놓여진 석교마을이다. 지금의 다리가 세워지기 전, 일제 강점기 때 세워진 낮은 다리가 있었는데, 어느 해 장마철에 상여차가 빠졌고 그것을 구하려던 헬기가 사고를 내 많은 사람들이 다치자 다리를 제대로 놓았습니다”
징검다리에서 낮은 다리, 지금의 높은 다리가 놓여지기까지는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얘기이지만 강물은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과 함께 흐르고 있을 뿐이다.
“옛날 징검다리가 있을 때 강에서 여자들이 빨랫방망이로 황어를 때려잡은 적도 있을 만큼 물고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은어가 많이 잡혔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원 없이 은어를 많이 먹어왔지요. 은어는 습성이 자기 영역을 1 평방미터 확보해놓고 거기에 있는 이끼 같은 것을 혼자 독식하려고 하는 데,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꼬리를 사뭇 흔들며 활동합니다. 거기에 암컷을 코에 끼어놓고 꼬리에 낚시를 달아놓으면 수놈이 암컷 따라다니다가 그만 낚시에 걸립니다. 그렇게 은어를 잡아가지고 은어튀김, 은어회로 맘껏 먹어왔지요.”
은어는 지금의 상수도 있는 곳과 석교마을 조금 아래에 두 개의 여울이 있었는데, 그곳에 8=9월 달에 산란한 다음 일주일 이내에 부화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다쪽으로 내려갔다가 이듬해 3월 찾아온다고 한다. 비가 오면 새물따라 장흥유치까지도 올라가는 것이어서 특히 힘센 은어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한 차례씩 은어를 잡을 때면 대나무구덕으로 하나씩 잡았지요. 좌우지간 은어가 꾸덕꾸덕 했다니까요.”옛날, 그 시절이 그리운지 한참동안 두 눈을 감고 설명하는 정 이장의 목소리에는 축축함이 물씬 배어있었다.
“은어축제가 우리마을앞에서 열리니까 좋은 일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합니다”(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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