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청자축제장에 만난 4인 청자장인
*해봉도예 방진영
산수화를 그려 넣은 청자소나무용병 선보여
해봉도예 방진영(68)씨는 이번 강진청자축제에 맞춰 청자소나무용병을 선보였다. 산수화를 키포인트로 하여 도자기에 산수화를 그려 넣어 해봉도예만의 독특한 도자기를 추구하겠다는 욕심을 내비치는 방진영씨다.
방씨는 “고려시대의 전통 청자기법에다 현시대에 맞는 청자기법을 가미하여 변형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고전을 지켜나가면서 현 시대가 추구하는 작품으로 산수화를 그려 넣는 작품을 착안했다”고 말했다.
2006년 옹기분야에서 대한명인 인정서를 획득한 방씨는 할아버지 방응화씨에 이어 아버지 방봉용씨 그리고 방진영씨까지 3대째 도공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옹기마을로 유명한 칠량면 봉황마을 출신인 방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옹기와 친숙한 생활을 해왔다.
20여 년간 청자사업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며 청자를 만들었으며, 퇴직 후에도 계속 해봉도예를 운영하며 도자기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방씨는 옹기를 만들 때 옹기 안쪽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만든다. 자연유약일지라도 1300도에 이르면 흙까지 익어버리기 때문에 유약을 바르지 않아야 위생적으로 좋은 옹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청자를 제작하면서 대형 위주로 만들어왔는데, 옹기를 만들어온 손인만큼 큰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청자박물관에서 오랫동안 성형실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해봉도예 방진영 명인은 해봉도예 옹기전을 여러 차례 열어왔다. 2009년에 광주광역시 남구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6월 18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개최한 해봉도예 옹기전에서는 독옹기, 항아리옹기, 소주독옹기, 주병옹기, 간장병옹기, 고추장단지옹기, 화독옹기, 시루옹기, 매병옹기, 화병옹기, 호롱불옹기, 반상기셋트옹기 등을 선보여 옹기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옹기는 전통옹기와 똑같은 제작법을 추구해온 방진영씨가 만들어온 옹기는 우리민족의 대표적 옹기로서 기원전 4,000년에서 5,000년 전에 만들어진 토기에서 출발된 것으로 자연에 가장 가까운 그릇이기 때문이다.
옹기에 이어 2012년 8월부터 16일까지 광주광역시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개최했던 청자전에서도 방진영씨의 작품은 명인의 작품으로서 큰 인기를 모았다. 청자상감문학문매병을 비롯하여 청자상감문학문주병, 청자학문주병 등 대형 작품에 이어 이번에 보인 청자소나무용병은 그 뒤를 이어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안식처가 되는 듯한 넉넉함과 편안함을 보여주고 있다.
방씨는 “커다란 독 물레에서 빚어지는 넉넉하고 풍만한 모습의 옹기와 청자는 인류에게 자연으로 돌아오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방진영 명인의 둘째아들이 사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방씨는 강진청자박물관 성형실장으로 근무했으며, 2006년에 대한명인선정 도자기 옹기명장 인정서를 획득하였고, 2006년부터 중국장가게 한중 도예작품전을 비롯하여 해마다 중국과 일본 유럽 남미 등지에서 작품전을 열어왔다. 또 2011년에는 대한민국 기로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우요 윤윤섭
학 2,000마리 대호~ 국내 처음 만든 항아리 판매 화제
청우요 윤윤섭(65)씨의 청자 이천학문대호가 최근 현금 700만원에 거래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윤윤섭씨는 “천마리 학이 소원성취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이천마리의 학은 그 배의 효과를 담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천학문대호를 제작했다”며 “국내 최초로 만든 항아리이고, 그 항아리가 제 주인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쁘다” 말했다.
청우요에서 제작한 이천마리의 학이 그려진 청자 항아리는 청자축제 기간 중 축제장을 찾은 고흥 사람이 단체 관광을 왔던 중 구입하게 되었다. 윤씨에 따르면 “처음 시도해본 작품이고 3개월에 걸쳐 완성 되었던 항아리다”며 “1,500만원을 호가 할 수 있는 항아리지만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되어 즉석에서 현금 거래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윤씨는 구입자의 사연을 알고보니 “시집온 후 10년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한 며느리에게 시댁에서 2억의 집을 사준 후 그 집에 맞는 선물을 고르던 중 청자 항아리를 선물하였다”며 “소원성취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천학문대호가 한 집안에 아름다운 가풍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청우요 윤윤섭씨는 최근 청자상감 위에 분청사기 기법인 박지기법을 응용하는 기술인 고려도자기와 조선 분청 도자기를 합한 독특한 기법을 개발하여 특허를 받았다. 특허청에서 특허를 받은 기술은 경문청자기술로 명시되었으며, 특허증(특허 제 10-1275216 호)을 교부받았다.
윤윤섭씨는 강진청자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판매 전략과 동시에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업종이라 하더라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하는 윤씨는 “프로가 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징이 있어야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계를 벗어나 폭넓은 사고를 갖고 임해야 하며, 그랬을 경우 좀 더 다양한 여러 방법을 통해 현대화된 기법을 받아들이고 세계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씨는 “타 지역의 도자업자들이 매우 힘든 상황으로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진청자가 그나마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군의 청자에 대한 지속적인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강진청자가 청자의 위상을 간직하고 고려청자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강진청자축제가 꾸준히 열리면서, 청자촌에 사람들이 북적거릴 수 있도록 이어온 것이고, 축제를 군청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것도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청우요 윤윤섭씨는 전통재료를 고집하며 현대에 맞는 디자인 창작을 꾸준히 추구해왔다. 이러한 꾸준한 연구결과는 청자상감 위에 박지기법을 응용하는 독특한 기법인 경문청자기술 개발하여 특허를 내는 쾌거로 이어졌으며, 이는 강진지역 도자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세계화 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1997년 강진 대구면 청자촌으로 이주하여 강진청우요를 설립한 윤윤섭씨는 2010년 강진문화유산 제39호 청자장지정을 받았다(이현숙 기자)
*강진탐진청자 김경진
화목가마 연기가 청자촌에 계속 피어오르게 하겠다
강진탐진청자 김경진(53)·김보미(25) 부녀가 2013년청자공모전 디자인 부문 최고상인 최우수상과 제16회 관광기념품 공모전 및 제43회 공예품대전에서 청자로 대상을 차지하여 청자축제기간 내내 화제가 되었다.
김경진씨는 “이번 청자축제기간에 화목가마를 지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축제가 끝난 후 화목가마를 지필 계획이라는 김씨는 “강진청자축제 기간에 가마 연기가 계속 올라야 했는데, 공모전 준비로 하지 못했다”며 “화목가마 준비에 바로 매진할”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자작품으로 두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경진씨는 작품에 대해“전통 항아리 형태에 현대의 커피의 디자인을 접목하여 청자가 현대의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에서 조소과를 전공한 후 현재 동대학원에서 도예학과 석사과정에 있는 딸 김보미(25)씨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자신이 추구해온 전통기법에 현대 도예의 디자인을 접목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 조기정 인간문화제로부터 사사를 받아온 김씨는 지난 87년 탐진요를 설립하여 청자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동안 광주· 전남 공예조합 이사장과 남도대학교 도예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고, 강진 군민의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번에 딸 보미씨가 아버지와께 청자 작품을 출품하여 큰 상을 수상하기까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도예가의 꿈을 키워온 큰 성과이다. 그러한 성과는 아버지 김경진씨가 30여년간 해온 전통기법에 현대 미술을 전공한 딸의 창의적인 발상이 합쳐진 결과로서 강진청자가 실 생활에 한 발짝 다가가는 기염을 발휘했다는 데에도 큰 의미를 남겼다는 평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청자 작품을 통해 강진청자가 대를 이어 뻗어갈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작품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성과라며 기쁨을 밝히는 김경진씨다.
또한 강진청자 명인 1호이기도 한 김경진씨는 이번 수상에 이어 또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10대 서예가인 대졸(大拙) 장광흥(張光興 )선생과 함께 오는 9월 서울 인사동에서 1차 합동전시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합동전시회는 청자부문은 김경진 명인이 만들게 되며 장광흥 선생이 청자에 글씨를 새기는 ‘청자와 서예와의 만남’의 작품이 탄생될 계획이다. 장 선생은 2009년 <중국당대서화십대명가>란 칭호를 가장 연소한 나이에 취득한 분으로 ‘문인 서예가’로서 미학, 문학 등의 영역에서의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서예, 전각예술의 실천과 이론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진씨는 “9월 1차 합동전시회를 통해 강진청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진 대표는 호남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도립남도대학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고, 강진군 청자명인 제1호로 지정됐다. 또한, 딸 김보미 씨는 2011년도에는 전라남도 관광상품공모전에서 대상, 전국관광상품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2년 개최된 제28회 무등 대전에서 조각부문 최고상인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현숙 기자)
*동인요 윤태영
2005년도 APEC 정상회담 만찬 국빈선물용 청자합 제작자
동인요 윤태영(62)씨는 2005년 11월 열린 부산 APEC정상회담 만찬에서 사용한 국빈선물용 청자합 제작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청자합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담 개최 시 21개국 정상과 영부인께 국빈선물로 증정되었던 국보 220호 청자상감운학국화문개합과 동일한 형태의 유물로서 뚜껑과 대접, 받침이 한 조를 이뤄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윤태영씨는 “당시 청자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던 중 이용희 실장이 퇴직 후 업무대행을 맡아 총괄하고 있던 가운데 의뢰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후 박물관 핵심간부들과 부서 실장 등 회의를 거쳐 해낼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를 결정해야할 기로에 서게 되었다. 윤씨는 그러나 업무를 대행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할 수 없다는 의견쪽이었다. 그러한 큰 국가적 행사에서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윤씨다.
“11월초에 열리는 정상회담까지 작품을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9월초에 의뢰가 들어왔으니까요. 25년 동안 근무해왔지만, 총괄지휘는 처음인데 그렇게 큰 의뢰가 들어오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라고 말하는 윤씨는 “그러나 순간적으로 주어진 일에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밤샘을 해가며 청자합을 제작하여 최종 불을 지필 때는 날씨 등 여러 조건이 중요하고 불을 때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었다. 윤씨는 “역시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이용희 실장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벽에 혼자 불을 지피면서 소주를 따라놓고 혼자 절을 하며 청자합의 완성작품이 잘 되기를 간절히 기도 했다. 그렇게 지낸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윤태영씨다.
50일만에 완성된 청자합은 100여점이었다. 국가적 큰 행사에 내놓을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렇게 숨막히는 일이었다는 윤씨는 “눈을 뜨고 있는 순간은 전부가 청자합이 제대로 완성된 작품이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그처럼 죽을힘을 다해 만들어 낸 청자합으로 인해 강진 청자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졌고, 이후 5년간 강진청자박물관에는 청자합 주문이 계속 이어지며 히트를 쳤고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처럼 숨 막히는 몇 개월을 보낸 후 또 어려움이 윤씨에게 닥쳤다. 당시 황주홍 군수께서 화목가마를 공개 유출하여 경매를 시작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화목가마 공개 유출은 생방송과 같은 것입니다. 가마에서 꺼낸 후 직접 가격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순간의 판단이 매우 중요했지요”
그렇게 숨 막히는 순간들을 보낸 후 윤태영씨는 2006년 간암이 발병하여 건강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2007년 딸에게 간 이식을 받아 수술을 하였고, 2011년 퇴직 후 동인요를 열었다.
동인요 윤태영씨는 지난 1977년 강진고려청자 재현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청자에 입문하였고, 청자박물관에서 35년간 청자와 함께해오는 동안 2005년도 APEC 정상회담 만찬 국빈선물용 청자합 제작이라는 큰일을 치러낸 장본인이다(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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