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수님께 드리는 글3
박태후(화가, 호남대학교 조경학과겸임교수)
"다산전시관은 다산수련원 인근으로"
필자의 작업실을 월출산자락 백운동에 둥지를 틀다보니 나주사람이 강진군 잔칫상에 감놔라 대추놔라 자꾸 간섭하게 된다. 수렁에 한번 발을 내디디면 점점 빠져드는 이치처럼······
하여튼 장기판 훈수를 뺨 맞아가며 하듯이 정작 본인이 장기두게 되면 실수 연발이지만 어깨너머로 넘겨다보는 남의 판은 제법 잘 보이는 게 세상이치라
얼마 전에 강진군수님께 드리는 두 번째 글을 읽은 강진군 모 의원님께서 좀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들은 애기다.
국비.지방비 합쳐 90억원을 들여 다산전시관을 짓게 되는데 대상 부지를 두고 행정과 의회간의 의견차가 있단다.
각설하고, 본론부터 얘기하자면 새로 신축할 다산 전시관은 다산 수련원 부근이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답은 간단명료하다.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 자락을 더 이상 자연경관 훼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산초당은 만덕산 기슭의 대자연 속에 파묻혀 있다. 일체 드러내 자랑하려 하지 않은 채 다산 선생께서 집필에 전념하고 조용히 사색하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던 곳이 아닌가. 이제 후손들은 다산이라는 브랜드 상품을 앞세워 정작 다산의 뜻을 기리고 그 정신을 배우며 계승하기 보다는 남에게 드러내 자랑하고 홍보해서 관광수입이라는 대박을 꿈꾸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오늘날 문화유산을 대하는 우리네 현실이다.
10카렛 다이아몬드 보석을 강진 오일장 좌판대에 올려놓으면 1,000원짜리 모조품으로 전락하지만 제 값을 받으려면 백화점 수입 보석 코너에 진열해야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홍준의 책을 들고 다산초당을 찾아오는 것은 주변환경을 무시한 채 거창하게 지어낸 현대식 건축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다산이 살았던 장소를 찾아 수백 년이 흐른 지금 그 향취라도 느껴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다산초당 주차장에 내려서면 습지의 갈대숲 너머로 귤동부락 만덕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로 이 경관이다. 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자연경관 안에 자연부락을 넘어서는 어떠한 구조물이나 건축물이 들어서서는 안된다.
저 뒷 쪽에 이미 우뚝 지어져버린 다산 수련원을 다시 허물 수는 없지 않은가.
자연 경관 훼손은 이 정도에서 그치자. 훼손을 최소화하려면 다산수련원 유물관이 있는 곳에 연계하여 전시관을 짓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어차피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산 유물관이나 전시관은 다산초당으로 오르기 직전의 윤영상 댁 부근이 적합지였다. 이제 버스는 떠났다. 발을 동동 굴려봐야 헛수고다. 행정에서는 귤동부락 입구 쪽에 짓고자하는 모양이다. 문화재청, 도문화재 전문위원도 그렇다나? 그렇다면 원탁에서 한번 논의해 보자. 필자는 전문가 자격증이 없어서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수긍을 할 수가 없다. 그들은 아둔한 필자에게 그 명확한 근거를 설명해보라. 왜냐하면 다산초당은 강진군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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