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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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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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33
토포악발(吐哺握發)

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33

 

 

김현임(수필가)

 

엄지 크기의 말벌을 피해가며 포도를 딴다. 약통 근처에도 가지 않은 탓에 열매는 볼품이 없다. 극에 달한 일제의 학정에 힘없는 촌부가 할 수 있었던 반항의 표현이었을까. 어머니는 당신이 거둔 수확물 중 가장 불량품을 골라 관청에 납품했었던가보다. 사방 둘러봐도 적당한 짝을 구할 수 없는 처지인지라 걸핏하면 벌어지는 동종교배, 그 후유증으로 위 아랫니 부조합의 뻐드렁니가 주 증상인 못 생긴 강아지에도, 초보 농군의 서툰 솜씨에 고유의 빛깔이 탈색된 희나리 고추에도, 벌레 등쌀에 흡사 곰발 앓는 개구쟁이 머리통처럼 흠집투성이 복숭아에도 어머니께서 즐겨 지칭하시던 ‘공진회에 출품할 물품들’이란 명칭, 과실이라고 비껴가랴. 하나 같이 못난이 투성이다. 그 중 몇, 몇 제법 포도 꼴을 갖춘 것은 차마 손도 대지 못한다. 우리 집에 오실, 누군지 모르지만 그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아껴두고 싶기 때문이다.

어느 목사님이 생각난다. 선물 받은 귤나무를 몇 해 동안 애지중지 키웠는데 마침내 첫 열매가 맺었다. 쳐다보고 있기에도 아까워 목사님도 나처럼 따 먹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던 어느 날 아침, 동냥을 온 거지노인이 말릴 새도 없이 툭 따서 냉큼 먹어버렸단다. 길 잃은 양들을 인도하는 분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 게다. 이야기 내내 너무도 억울해하시는 목사님의 표정이 내겐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목사님의 가장 귀한 손님에게 먹이고 싶었노라 던 그 귀하고 귀한 첫 열매. 우리에게 가장 귀한 손님은 과연 누구일까?

‘극진한 손님 접대’하면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토포악발(吐哺握發)’이다. 너무도 술을 좋아하여 술독에 빠질 정도로 마셨으며 달기라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미녀에 푹 빠져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은 딴전, 가혹한 세금부과에 이궁(離宮)을 확장하고 호화스러운 정원과 누각을 짓고 진귀한 품종의 개와 말을 기르며, 그리고 창고마다 가득 가득 갖가지 보화로 채웠으니 과히 폭군의 전형이라 전하는 은(殷)의 주왕(紂王)이다. 주왕은 태어날 때부터 말재주가 좋고 머리도 잘 돌았으며 맹수도 한 손으로 때려잡을 만큼 힘도 뛰어났다. 의인의 손에 들면 모두를 먹이는 요리용 칼이요, 포악한 자의 손에 들리면 殺傷용 흉기가 되는 게 칼. 주왕에게 내린 축복의 천품(天稟)은 외려 화근으로 작용했다. 신하의 서툰 충고 같은 건 머리 뛰어난 그에겐 효과도 없었다. 이론이 서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얼마든지 정당화 시켰으며 갈수록 유아독존(唯我獨尊)의 환상에 빠졌다.

‘신은 인간의 오만에 대해 반드시 보복한다’ 믿었던 사마천이다. 은나라를 치고 周나라를 세운 문왕을 두고 사마천은 이렇게 평가했다. ‘德이 있는 군주야말로 천하의 왕이 된다. 덕은 승패의 요인이다. 聖王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주왕과 같은 무도한 왕이 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不德 또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흔들리고 무너지려는 나라를 추스려(扶危定傾) 주나라를 창건할 때 숨은 공로자는 단연 주공(周公)이다. 주공 단(旦)은 무왕의 아우인데 그는 효심이 두텁고 성품이 자애로워서 아버지 문왕이 살아있을 때부터 딴 형제들보다 존재가 뚜렷했다. 형 무왕이 즉위한 뒤에도 여전히 그의 한 팔이 되어 보좌했다. 주공은 왕을 모시고 나간 전쟁터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이룬 업적으로 魯나라를 하사 받았으나 아들을 대신 보내며 이런 당부를 했다.

“나는 문왕의 아들이며 무왕의 아우이고 성왕의 숙부다. 제후들 중에서 귀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몸이나 그러한 나일지라도 남이 나를 찾아온다면 식사를 하다가도 입 안의 음식을 뱉고 머리를 감다가도 젖은 머리를 움켜쥐고 만났으며 (吐哺握發) 결코 예의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 내가 미흡한 점이 없는가. 우수한 인재를 놓치지 않고 있지 않나 걱정한다. 너도 이제 노나라에 가면 비록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여도 결코 교만한 티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여라”

무왕이 죽고 어린 성왕이 왕위에 오르자 주공은 변함없이 조카를 보필했다. 성왕이 심한 병이 걸렸을 때다. 주공은 자신의 손톱을 잘라 황하 물속에 넣고 물의 신에게 어린 조카 대신 자신에게 병을 주라고 간곡히 기원했다. 기도가 통했던가. 왕의 병은 말끔히 나았다. 주공은 그 기원문의 내용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깊숙한 곳에 보관했다. 섭정 7년 후 왕이 장성하자 보위 곁을 내려와 극진한 예로 신하의 도리를 다 바쳤다. 하지만 성왕은 숙부에 대한 의심을 풀지 못 했다. 긴 세월 참고 견디던(隱忍自重) 주공은 결국 초나라로 망명길에 오르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우연히 서고를 열고 기록을 검토하다 옛 문서에 성왕은 가슴을 치며 과오를 뉘우쳤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주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을 얻어 죽어서라도 성왕 곁에 머물 수 있도록 수도인 성주에 묻어 달라 당부한다. 그러나 주공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유해는 필 땅 문왕의 묘지 곁에 묻힌다. 미숙한 존재인 자신이 감히 주공을 신하로 취급할 수 없다며 성왕이 극구 말렸기 때문이다.

내 집에 오는 손님을 잘 대접하여야 그 집에 복록이 넘친다. 일 년에 몇 번이고 치르던 제사나 아버지의 생신이나 큰 집으로 이사가 집들이 벌이던 잔치 때만 그랬나. 유년시절 틈만 나면 고모들, 이숙들, 사촌들의 신발이 집 댓돌에 쌓여 넘치도록 모여들었다, 그런 날들마다 함께 어울려 뿜어내던 자못 엄숙한 기운과 흥겨운 기운, 그게 갈수록 그립고 아쉽다. 문 앞에 장이 서는(門前成市) 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참새들이 그물을 칠정도(門前雀羅)로 내방객의 발길이 뜸해서야 어찌 정겨운 사람살이라 할까. 까치만 내 집에 복된 소식을 물어오겠는가. 때론 따뜻한 차 한 잔을, 때론 명주 받침 아니더라도 갓 따온 포도를 안주로 술 한 잔 나눠 마셔도 좋으리. 主客 어울려 도란도란 익어가는 대화마다 피어날 고운 향이 상상만으로도 그윽하다. 그래서인가. 맹위 떨치던 염장군(炎將軍)의 기세가 한 풀 꺾인 요즘 대문 대신 심어놓은 정향나무 그늘에 눈길이 자주 간다. 풀어놓은 오골계들이 너른 마당이 좁다는 듯 달음박질을 하는 풍경에도, 제법 높아진 일교차에 연무(煙霧)인양 타오르는 새벽안개와 주인을 깨우는 관악기 주두(奏頭)로 벙그러진 나팔꽃에도, 붉은 비로드 빛깔로 맨드라미가 절정인 마당을 바라보면서도 토포악발(吐哺握發)로 달려가 맞을 누군가의 발길이 기다려진다.

토포악발(吐哺握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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