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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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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34
증삼살인(曾參殺人)

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34

 

증삼살인(曾參殺人)

김현임(수필가)

증삼이 노모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고향을 떠나 비읍으로 갔다. 하필 그곳에서 증삼과 동명이인(同名異人)인 자가 사람을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문을 들은 어떤 사람이 그 살인자가 진짜 증삼인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증삼의 노모에게 달려갔다.

“세상에나, 증삼이 사람을 죽였대요.”

옷감을 짜고 있던 증삼의 노모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아들의 성품을 믿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와 똑같은 말을 전했다. 노모는 이번엔 고개를 잠깐 갸웃했을 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해거름에 또 한 사람이 증삼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앞의 두 사람과 똑같은 말을 전했다. 겁이 난 노모는 그제야 실통을 내려놓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달아났다.

삼인성호(三人成虎),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된다는 말이다. 춘추 전국 시대 위의 혜왕은 일화가 풍부한 재미있는 왕이었다. 하지만 맹자가 혜왕을 만나 왕도를 설명해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도 우둔한 왕과 신하인 방총과의 대화다. 당시 방총은 위나라 태자와 함께 조나라로 인질로 가게 되어있던 시점이라 자신이 떠난 후 귀 얇은 왕을 걱정하여

“전하, 누가 와서 전하께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그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사람 넘치는 저자에 무슨 호랑이, 그 말을 누가 믿겠느냐?”

“또 두 사람이 거듭 똑같은 말을 하면 어떠시겠습니까?”

“믿진 않겠지만 좀 미심쩍어는 하겠지.”

“그런데 세 사람이 몰려와서 이구동성으로 호랑이 얘기를 하면요?”

“그때야, 믿을 수밖에”

혜왕에게 방총은 누누이 당부한다.

“애당초 시장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틀림없는 사실이 됩니다. 저는 지금 한단으로 끌려갑니다. 제가 떠난 뒤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을 겁니다. 그때 전하께서는 제발이지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마시고 저의 충심을 의심치 말아주십시오.”

“안심하라. 나는 내 자신의 눈 밖에 믿지 않는다.”

그러나 후일 인질이 풀려 돌아온 것은 태자뿐이었다. 사람들의 이간질에 넘어간 혜왕의 노여움에 방총은 영원히 고국 땅을 밟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무(無)에서 실체도 없는 유(有)를 양산해내는 말, 혀 속에 칼이 들었다고 사람들의 말은 이토록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연일 언론매체를 달구는 이석기 의원과 RO(혁명조직)이다. 자신을 남쪽의 혁명가로 자처하며 북한 조선인민군 총사령부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을 ‘위기가 아니라 강력한 혁명적 계기이니 전쟁에 대비한 물질적 기술적 준비를 지시’했다니! 이는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할 국가전복의 행위다. ‘세포조직, 충성맹세, 혁명적 결의, 상명하복, 활동과업, 은거지... ’ 등등. 동원된 단어들에서 풍기는 농도(濃度) 짙은 불온성! 너무 자주 놀라 이젠 이골이 날 법도 하지만 여전히 가슴이 벌렁거린다.

‘가을이 깊어지면 북쪽 하늘에서 철새가 날아든다. 누군가가 때맞춰 알려주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철새는 해마다 같은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 폭염의 기세가 꺾이고 조석으로 제법 찬 기운이 도는 요즘, 가을의 서막을 알리는 이 기사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뭔가 범상치 않는 의미로도 읽히니 어이 할꼬. 한 사건이 정점(頂點)에 이르면 어김없이 그보다 더 강력한 파워를 지닌 사건이 등장하여 그 전의 사건을 유야무야(有耶無耶) 희석해 버린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국정조사로 이어지고 마침내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 대한민국 국회에서 제 삼 당의 젊은 의원이 그야말로 괴뢰의 수괴(首魁) 같은 일을 버젓이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폭탄의 굉음을 내며 나라 한 가운데 터트려졌다. 당한 자들의 입에서 ‘프락치’라고 지칭되는 내부고발자의 지대한 공로덕택이다. 제보자는 RO의 당원이었는데 ‘RO의 편협한 종북 성향에 염증을 느끼던 중,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의 호전적 실체를 깨닫게 됐고 그동안 몸 담았던 혁명조직의 맹목적인 북한 추종 행태에 질려 순수한 의도로 제보했다는 것’, 이것이 국정조사의 도마에 까지 올랐던 국정원의 발표다. 반면 제보자의 구체적 신상 털기에 나선 통진당은 ‘제보자의 가족 전체가 해외로 나가 평생 살 수 있을 정도의 거액을 받았고 제보자의 도박 빚이 하루 1000만 원 이상 넘어간 것을 확인했다.’고 반박한다.

문제는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열중하지 않고 무엇에 분주하느라 이런 이적 행위자들의 범법을 간과했느냐는 것이다. 북한의 혁명가요인 ‘혁명동지가’, ‘동지에의 노래’도 부족해 6,25 당시 인민군가였던 ‘적기가(赤旗歌)’까지 모여 열창하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짓거리에 왜 이토록 캄캄했으며 이런 사태에 이르도록 침묵으로 일관했느냐는 것이다. 공공연히 나라의 전복을 꾀하는 모임을 갖고 위세를 키워나가도록 손 놓고 있다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콰광! 하고 터트렸을까. 고기라면 좀 더 살찌워 잡아먹으려 했다는 핑계라도 있다.

무리를 이끄는 철새는 나이가 들수록 최단의 직선 경로를 택해 비행거리를 좁힌다고 한다. 철새가 해마다 제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것은 철새의 체내에 나침반처럼 지구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전령(傳令)비둘기의 부리에 있는 지철광 결정이, 철새의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이 자기장에 따라 형태가 바뀌면서 뇌로 신호를 보내는 덕분이라고 한다. 최근엔 무지개 송어의 후각세포에서도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자철광을 발견했단다. 우리 지도자를 새와 물고기에 비하겠는가. 국민은 지도자의 입과 귀의 자철광이 부디 제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모들과 함께 진실로, 진실로 국가안위를 최우선하는 구수회의(鳩首會議)를 거치기도 기대한다. 설(說)에서 설(說)로 이어지는 길거리 말들(街談巷說)에는 정말이지 지쳤다.

이 모든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석기, 그의 웃음이야말로 미소 속에 든 칼, 소리장도(笑裏藏刀)다. 그러니 제발 질질 끌지 말고 최단 직선거리로 처리한, 모두의 가슴이 후련해질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국정원의 눈이 얼마나 예리했던가. 일사천리한 일처리 능력으로 생긴 한가함에 절대로 시키지도 않았다는 업무 밖 일에도 적극 나설 만큼인데 장터 한 복판을 어슬렁거리는 호랑이를 몰랐다니. 대명천지(大明天地) 대한민국에서 이 무슨 사태란 말인가. 혹 증삼살인이요, 삼인시성호(三人市成虎)는 아닐까. 적지 않은 국민들은 베틀에 앉은 증삼의 노모처럼 고개 갸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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