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기자의 횡설수설2
잡초는 있어야 한다
‘지렁이가 우글거리는 살아 있는 땅에서 저절로 자라는 풀들 가운데 대부분은 잡초가 아니다. 망초도 씀바귀도 쇠비름도 마디풀도 다 나물거리고 약초다. 마찬가지로 살기 좋은 세상에서는 ’잡초 같은 인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글은 전북 부안에 변산공동체를 이룬 윤병구 선생님이 쓴 ‘잡초는 없다.’에서 발췌한 글이다. 최근 공동체에 대해서 골몰이 생각하다가 오래전 읽었던 이 책이 생각나 책꽂이를 뒤적거렸다. 철학교수직을 버리고 연고도 없는 변산에 정착하여 농사를 통한 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윤병구 선생님의 공동체가 어떤 곳인지 가보지 않아서 잘은 모른다. 또한 그곳이 지금 현재까지 윤선생님이 머릿속에 그렸던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는지 어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공동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먼저 생각났던 책이었는데, 이유는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그곳 사람들과 일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부분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를 이루는 기본이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평생 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정해진 가족 공동체에 속해있었다. 나아가서는 학교공동체, 직장공동체, 지역공동체 등 사회에서의 각종 단체에 소속해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한 공동체 소속은 내가 원했던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았던 간에 자연스럽게 속하여 움직이게 된다. 서로서로 의식을 많이 할 때 공동체는 운동회 때의 큰 공굴리기처럼 천천히 그러나 목적지까지 순조롭게 잘 굴러가게 된다. 그러나 자칫 개인주의가 두드러지기 시작할 때 공굴리기는 이리저리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아, 그러나 이때 생각나는 것이 있다. 지난번 아시안컵 축구경기 때, 뛰어난 상대선수의 개인기에 의해 느닷없이 골이 들어갔을 때이다. 정말이지 한 사람의 뛰어난 개인기에 의해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골이었는데, 그럴 수도 있구나 싶어서 놀라울 뿐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말을 되돌리자면, 그 축구경기는 뛰어난 개인기를 펼쳐서 팀의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경기였다는 점에 나는 생각을 다시 돌려봤다. 왜냐하면, 축구경기는 정해진 시간에 끝내야하는 경기라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나는 지금 큰 공굴리기에 대한 여러 사람의 협동처럼 우리는 많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있고, 속한 이상 함께 굴려야 제대로 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올해 군의 인사이동 이후 모 팀장으로 있다가 모 팀원으로 속하게 된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그 분에게 좀 더 빛나는 업적으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말을 건넨 적이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 분은 이젠 팀장이 아니기 때문에 한 팀원으로서 팀이 빛나게 일한다고 대답했다. 그것이 바로 팀원 전체의 성과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인데도 참으로 고마운 대답이구나 싶었다. 누구나 소속한 곳에서 일을 잘 해내고 싶지 잘 못 해내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성과를 맛보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사람의 뛰어난 개인기로 전체가 업그레이드된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자칫 분위기를 흐트려 놓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그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변산공동체의 윤병구 선생님이 정한 규칙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어떤 사람도 그저 구경삼아 왔다가 하루 이틀 머물 생각인 사람은 받지 않으며, 그곳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땀 흘릴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 머물토록 작정한 부분이다. 한 사람 한사람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 없기에 공동체는 쉽게 트러블과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너와 내가 흘린 땀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공동체는 허물어진다. 사실 조금씩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종합해보면 결국 동 방향이라는 점이 금방 드러나겠지만, 인간관계에서 이성과 감정을 적절히 조율하기란 참으로 힘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정말이지 깊이 생각할 부분은 지금 자신이 속한 여러 공동체들이다. 그 안에서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인의 존재이다. 우리 모두가 공존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분명, 네가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잡초인 듯해도 쓸모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것들이 잘 섞였을 때는 최고의 효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잡초의 기능을 잘 찾아내는 일은 유능한 농부의 지혜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만일에 잡초라고 여겼던 것이 농사의 훼방꾼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려고 땅에 뿌려준 고마운 먹이라면 어떨까? 따로 가꾸지 않고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약초나 나물의 일종이라면? 정말 잡초가 두렵다면 잡초와 공존할 수 있거나 잡초를 이겨낼 농작물을 심고 가꾸면 된다.’ 이 부분은 ‘잡초는 없다’에서의 한 부분이다.
결국 잡초가 없다는 이유는 그 어떤 것도 잡초가 아니기 때문이고, 그래서 잡초는 분명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