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낙엽 태우다 불씨 옮깁니다
조만종(강진경찰서 사고조사계장)
울긋불긋 단풍색 옷을 입고 산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진 계절,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굳이 먼 산을 찾아 단풍구경을 가지 않아도 주변 곳곳이 화려하게 물든 풍경에서 내가 마치 가을 수채화 그림 속에 들앉아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수줍은 새색시 다홍치마 빛깔처럼 고운 단풍이 진짜 새색시처럼 예쁘게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가을은 내게 충분히 기쁨을 주었다. 그런데, 예뻐 보이던 것들도 어느덧 색 바래어 거리를 나뒹구는 낙엽신세가 되고, 갈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 때 나는 금새 쓸쓸한 추남이 되어 버리는 것을.
"오메, 단풍 들것네."
김영랑 시인의 가을 시다. 영랑생가가 있는 강진이 고향인 나는 가을이 시작되면 ‘오메, 단풍 들것네’ 라는 시어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직업이 경찰관인 내게는 그 시어가 ‘오메 불나 부렀네’ 로 바뀌어 버리는 것을 종종 겪게 된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자연과 함께 생존한다는 것을 가을 단풍의 화려함과 지는 낙엽을 보면서 생각해보았다. 화려한 시절이 영원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 화려한 시절을 추하게 만드는 일의 방지도 자연의 이치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름다움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자 도로 주변이나 가정에 나무들을 옮겨 심어놓지 않았는가. 그러나 가을 단풍은 아름다움 뒤에 쓸쓸한 낙엽을 당연히 남기게 된다. 인간은 실컷 만끽했던 순간을 잊고 자기 주변에서 어느새 치워야 하는 쓰레기 골치 덩어리로 짜증을 낸다. 이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그래서 가을이 되면 낙엽을 태우다가 그 불이 주택이나 야산으로 번져서 큰 화재를 일으키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가로수 아래에 떨어진 낙엽을 쓸던 환경미화원들이 쓸다말고 나무를 자꾸 올려다본다. 쓸어낸 자리에 낙엽이 다시 떨어지자 아예 나무를 잡고 흔들어 댄다. 이 낙엽들은 모아서 잘 처리하여 썩히면 좋은 퇴비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낙엽들을 그저 불태울 생각들을 먼저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바짝 말라있는 낙엽들은 그야말로 불소시게로 최고다. 내가 어렸을 때처럼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짓는다면 저 낙엽들도 서로 가져가려 난리일 것이다. 그처럼 가을 낙엽은 불에 붙었다 하면 건조한 가을바람에 그 불씨가 옮겨 붙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해는 낙엽을 태우다 날라 온 불씨로 인해 자신이 화를 입고 야산을 다 태워버린 지역도 있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낙엽을 태우다 일어난 화재가 아직도 크고 작게 전국적으로 끊이질 않고 있어서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에도 경찰관들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주변에 낙엽은 쌓여간다. ‘오메, 단풍 들 것네’로 시작하여 프랑스의 작가 레미 드 구르몽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처럼 우리 마음에 이어지는 아름다운 가을의 선율로 남도록 낙엽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얼마전 우리 강진지역에서도 낙엽을 태우다 불이 옮겨 붙어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일이 발생했다. 이와 같이 사고라는 것은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에 의해서 쉽게 발생하고 있다. 설마, 하는 일이 실제로 터졌을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가까운 이웃이 엄청난 재난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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