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년 전 도공들과 함께 한 강진청자문화제
제13회 강진청자문화제가 한 방에 폭염을 날려버렸다. 개막식날 찾아온 관광객이 무려 13만이나 되었다고 군 홍보팀에서는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날 청자촌 일원은 찾아온 관광객의 발길로 가득 채워졌고 열기 또한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날씨도 한 부조를 해서 숨 막힐 만큼 덥지도 않았고, 하늘엔 반달이 걸려 있었다.
강진청자문화제가 성공하기까지는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부작용 또한 없지는 않았다. 계절을 바꾼 바람에 이러다간 영영 청자문화제가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걱정과 염려가 앞섰다. 그러나 여름축제로 바뀌면서 제자리로 돌아온 청자문화제는 고유가, 조류파동, 쇠고기 수입, 사료폭등 등으로 얼룩진 시름을 한꺼번에 잊게 만든 성공적 축제였다. 강진군에서 보여준 희망 중에 희망이었다면 너무 과찬의 말일까. 그만큼 우리 강진고을 사람들은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의 일만 생각해봐도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어려울 때는 역시 혈육이요, 친척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잘 살 때는 나몰라라 하다가도 어려운 일 부딪치면 일가친척을 찾기 마련인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이번 청자문화제 때에는 많은 향우들의 발길이 있었다. 그들은 회도 사먹고 청자 한 점이라도 사들고 갔다. 그런데, 뭘 사주었다고 기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얼굴만 본 것만으로도 힘이 솟고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그래도 천길 마다않고 달려와 준 향우들의 고향 사랑에 솔직히 강진고을 사람들은 가슴 뭉클함이 있었다. 그것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요, 그동안의 노고를 한꺼번에 씻어 내리는 정겨움이었다.
특히 이번 청자문화제에는 900년 전 태안 앞바다에서 산화한 도공들이 남긴 값진 유물을 전시하였다. 천하 명품임을 다시 입증하였음은 물론 그것이 강진에서 만들어진 강진산 청자였음을 다시 한번 세상에 보여준 행사였다. 그러므로 이번 청자문화제는 90년 전 도공들의 넋과 함께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울러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날 우리는 명품 청자를 자랑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그들만의 위령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도조사에서 무명도공에 대한 헌화, 분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청자문화제에서는 태안 앞바다 보물선 유물 전시회까지 개최하고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질 않는가.
어쨌든 제13회 청자문화제는 예년에 비해 성공적이었다. 더욱 세련되었고, 쓰레기 하나 발견할 수 없을 만큼 말끔했다. 그렇게 하기 까지 축제경영팀은 말할 것도 없고 강진군향토축제추진위원회와 강진군 공무원, 그리고 관련 단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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