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만햇발=페르시아 문화의 올바른 이해 2)
오종근 (동신대교수/ 국제선무학회 부회장)
신전은 불의 신인 아후라마즈다를 모셨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이 엮어내는 페르시아 사람들의 이원론적인 민간신앙이 조로아스터교로 성장했다. 그리고 유대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오늘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이 완성되었다. 기원전 6세기 말 페르시아의 창건자인 키루스는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그곳에 포로로 잡혀있던 유대인을 무사히 이스라엘로 돌려보냈다. 나아가 재정지원을 통해 예루살렘 사원을 재건축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히브리 성경에는 유대인 지도자에게도 좀처럼 부여하지 않았던 각별한 존경을 키루스에게 표하고 있다. 신과 악마의 대결, 천국의 보상과 지옥의 응징 개념 등이 바빌론 유수 이후에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역사란 흥하면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마케도니아의 20대 청년 알렉산더의 광풍에 견더낼 세력은 없었다. 페르세폴리스를 불태운 알렉산더는 전군을 풀어 다리우스 3세를 추격했다. 카스피 연안까지 쫓긴 다리우스 3세는 베소스의 배반으로 비참하게 죽음을 맞는다. 온몸이 칼에 찔린 아시아의 대왕은 마케도니아의 한 병사의 눈에 발견된다. 포로로 잡힌 다리우스는 그 병사로부터 한 모금의 물을 받아 마신 후, 조용히 눈을 감는다. 기원전 330년 7월, 막 해가 지는 시각이었다. 대 페르시아 제국도, 그 수도였던 화려한 페르세폴리스도 이렇게 하여 기나긴 망각의 역사 속으로 묻혀졌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지배자들의 이야기는 줄줄이 암기하고 기록하면서 정작 이들의 문화를 조각하고 남긴 당사자인 피지배자들, 이른바 장인(匠人)들이 석공들의 문화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역사는 지배자의 몫이지만 그들의 압박과 고통 속에서 묵묵히 일해 온 수많은 노역자들의 힘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거대한 제국의 문화를 수놓았을까?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대개 이슬람 신앙을 갖고 있는 종족은 대개 4종류이다. 투르크 계통의 무슬림(위그르족, 카자흐족, 키르기즈족, 살라르족, 우즈벡족, 타타르족), 페르시아 계통의 무슬림인 타지크족, 몽골계통의 무슬림(똥상족, 보난족), 후이족(回族) 등이다. 이들이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데 거의 가 유목민이기 때문에 산악지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이곳 이란에도 많이 산재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언론이나 방송매체를 통한 그것 외에는 알고 있는게 별로 없다. 내가 이란을 찾아 갈 때 사전에 몇 가지를 참고하고 떠났지만 그것도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이슬람 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첫 번째 단어는 “테러리스트”이다. 마치 비행기가 납치나 인질극을 벌이는 영화에서 늘 범인은 “무슬림(이슬람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본 만화에서 북한에 사는 사람들이 늑대였던 것처럼..............
그러나 서구인들은 아무런 역사적 근거도 없이 “한 손에 칼, 한 손에 꾸란”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이슬람이 호전적인 중교인양 부각시켜 자신의 침략을 정당화 하고 있다. 특히 20세기가 시작하면서 중동지역은 강대국의 가혹한 식민통치를 경험한다. 공존의 구도가 산산조각 나면서 민족과 종파간의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이 중동을 오늘날과 같은 처참한 모습으로 바꾸어 버렸다. 강약이 뒤바뀐 왜곡된 상황은 필연적으로 다른 저항 수단을, 빼앗긴 극소수 이슬람 급진세력의 폭력투쟁을 부추겼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지난 한 세기동안 우리가 이슬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한 걸림돌이었다.
이란의 이곳 꼼, 카산, 이스파한, 쉬라즈, 야즈드, 테헤란을 돌면서 이슬람인을 만날 때면 나는 1950년대 지리산일대의 빨치산 토벌을 연상하게 된다. 사실 그 당시에 ‘공산주의’라던가 ‘사회주의’라던가 하는 이념과 사상은 우리 양민들에게는 무지였다. 다만 이현상이나 하준수 정도의 엘리트 계급들은 알고 있었겠지만 지리산 일대에 사는 주민들은 그저 자기들에게 배불리 먹고 살수 있는 것이면 족했던 것이다.
그러니 주민들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에게 쉽게 현혹되기 쉽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이해집단이 있다면 그곳으로 쉽게 동화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기들에게 잘해주는 빨치산이건 토벌군이건 모두 잘 해 주었건만 결국 토벌군 모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어 이름없는 들풀이 되버렸다.
지금 중동의 이슬람인들을 보면 그들이 무슨 테러리스트인지 무슨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젖어 사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이들은 우리의 주민들과 같이 그저 가족을 중시여기고 손님 접대 잘하고, 관대함과 명예 그리고 가능성을 중시하는 민족이라는 것이, 또한 기도가 그들의 삶의 전부라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아직도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 못할 것이다. 지난해 일어났던 아프카니스탄의 납치사건도 어찌 보면 미국식 사고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양민을 납치한 사건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지만, 주는 쪽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쪽의 입장에서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제 36년의 압박을 받았을 때, 일본 사람들은 주는 쪽의 입장에서 한국을 개화시키고 진보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받는 쪽의 입장인 우리나라는 36년간 온갖 수탈과 만행을 잔인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아프카니스탄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진정으로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 지 그것이 우선이지, 너희들이 못사니 우리가 봉사하며 주는 것만 받아도 되지 않겠니? 라는 사고를 가져간다면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영원히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이란여행을 통해서 전 세계 무슬림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리 무슬림들의 이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본다. 이러한 무슬림의 이해는 문화적인 장벽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겉모습 뒤에 감춰진 마음을 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무슬림과 오랜 친구가 되어 우리 자신의 믿음에 관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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