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욱의 도사리와 말모이
방아살과 아롱사태
쇠고기 중에서 가장 징긴 부분은 어디일까. 답은 별박이다. 별박이는 살치 끝에 붙은 고기인데, 살치는 다시 갈비의 윗머리에 붙은 고기다. 별박이는 별이 박혀 있다는 뜻이니 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뼈에서 뜯어 낸 뼈뜯이, 쇠가죽에서 벗겨 낸 수구레도 질기기로 손꼽히는 고기다. 쇠심떠깨는 쇠심, 즉 소의 심줄이 섞여 있어서 질기다. 심줄이나 살 사이에 있는 얇은 껍질처럼 생긴 흘떼기도 씹으려면 턱이 아픈 고기 가운데 하나다,
먹을 수 있는 여러 짐승의 고기를 고기붙이라고 하는데, 쇠고기는 고기붙이 가운데서도 맛과 영양이 뛰어나 우리 민족의 고기 선호도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돌연변이의 다른 식용 동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쇠고기의 장점은 소의 덩치가 큰 만큼 고기의 양도 많다는 것과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쇠고기 열 점 보다 새고기 한 점이 낫다’는 속담이 있는데, 참새 고기가 그만큼 맛있다는 말이라고 한다. 참새 고기를 안 먹어 봐서 이 말이 맞는 말인지 아닌지 모른기는 하지만, 어쨌든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분량의 고기를 참새 고기로 대신하려면 과장해서 호남평야 날아다니는 참새를 다 잡아 와도 모자랄 것이다.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엄청나게 많다는 말은 버릴 것이 아주 적다는 얘기가 되는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니 꼬리 끝까지, 그리고 밑에 덜렁덜렁 매달린 그 물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입에 넣지 않는 부분이 이디 있는가. 그건 아마도 쇠뿔 말고는 없을 것 같다.
쇠고기 가운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소의 어느 부위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아보자. 등심은 소의 등골뼈에 붙은 고기인데, 등심의 복판에 있는 고기가 방아살이다. 복판이라는 이름의 고기도 있는데, 갈비나 대접, 도가니의 중간에 붙은 고기가 그것이다. 대접은 소의 사타구니에 붙은 고기이고, 고가니는 무릎 종지뼈에 붙은 고깃덩이를 말하는 것으로 양지머리와 함께 도가니탕의 밑감이 된다. 양지머리는 소의 가슴에 붙은 뼈와 살을 가리키는데, 양지머리뼈 한복판의 기름진 고기가 차돌박이다. 안심은 쇠갈비 안쪽에 붙은 고기, 제비추리는 안심에 붙은 고기를 가리킨다. 사태는 소의 무릎 뒤쪽에 붙은 고기인데, 뭉치사태는 소의 뭉치에 붙은 고기, 아롱사태는 뭉치사태의 한가운데 붙은 살덩이, 뭉치는 뒷다리 윗볼기 아래에 붙어 있눈 고기의 이름이다. 처녑은 소의 되새김위 가운데 세 번째 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처녑에 붙은 너털너털한 고기는 고들개라고 해서 횟감으로 많이 쓰인다. 곱창전골을 만드는 곱창은 소의 창자 전체가 아니라 작은 창자를 가리키며, 큰창자는 대창이라고 한다. 소의 내장을 뜻하는 말은 안찝이다.
미절은 국거리로 쓰는 잡살뱅이 쇠고기, 잡차래는 주로 내장을 삶은 잡살뱅이 쇠고기, 흠지러기는 살코기에 흐늘흐늘하게 달린 잡살뱅이 주저리 고기를 가리킨다. 국이나 찌개에 넣은 작은 쇠고기 조각은 꾸미라고 하는데, 꾸미고기는 찌개나 국에 넣어 잘 끓인 꾸미를 말한다. 익은이는 수육이나 편육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의 젖퉁이의 살코기는 젖부들기, 고기로서의 소의 혀는 쇠서, 소의 등심 끝머리에 있어서 늘 채찍을 맞는 곳의 살은 채받이라고 한다. 소가 불쌍하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채받이의 맛이 어떨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늘 맞아서 질겨졌는지 아니면 부드러워졌는지.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꾸미: 국이나 찌개에 넣는 고기붙이
대접: 소의 사타구니에 붙은 고기
미절: 국거리로 쓰는 잡살뱅이 쇠고기
안찜: 소의 창자
채받이: 소의 등심 끝머리에 있어서 늘 채찍을 맞는 곳의 살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