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해서 쓰기 전, 집이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풍우 ‧ 한서를 막고 사람이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해 지은 건물. ②모든 동물이 보금자리 치는 곳. ③칼집 ‧ 벼룻집과 같이 작은 물건을 끼우거나 담아 두는 것. ④바둑에서 완전히 자기 처지가 된 곳’으로 돼 있다. 그런데 작가 이외수는 ⌜감성사전(感性辭典)⌟에서 아파트를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전의 ③번 풀이와 비슷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집과 아파트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아파트 아닌 곳에서 사는 사람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아파트⤑집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전과 이외수의 풀이를 뒤섞어 재구성해 본 결과는 이렇다. ‘집: 작은 인간을 보관하기 위해 담아 두는 일종의 캐비닛.’ 아프다.
집은 용마루의 모양에 따라 ㄱ자집, ㄷ자집, ㅁ자집 등으로 나뉜다. ㄱ자 집은 보기에 따라 ㄴ자집으로 볼 수도 있는데, ㄴ이 서열을 따져 ㄱ에 밀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용마루는 용의 마루가 아니라 지붕의 마루다. 지붕에 웬 마루가 있나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마루는 산마루처럼 등성이가 진 곳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어렵다. 용마르는 쉽게 말해 지붕 꼭대기가 그리고 있는 선을 뜻한다. ㄱ자집은 곱은자집이라고도 하는데, 일자로 된 집채에 직각으로 이어 부엌이나 외양간을 붙인 고패집도 ㄱ자집의 하나다. 용마루가 네모꼴로 그리고 가운데 좁은 안마당이 있는 똬리집이나 뜰집은 ㅁ자집에 속한다.
엎집은 빗물이 한쪽으로 흐르도록 지붕의 뒤쪽을 앞보다 낮게 만든 집이고, 얼럭집은 기와집과 초가집이 섞여 있는 식으로 한 집의 각 채를 여러 가지 다른 양식으로 지은 집이다. 집의 구조가 알뜰하고 쓸모있게 된 집은 처녑집이라고 한다.
몇 채로 된 집에서 집채들은 위치에 따라 안채와 바깥채, 앞채와 뒤채, 몸채와 거느림채, 별채나 딴채 등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주가 되는 것이 몸채다. 온채는 집채의 전부이고, 뜰아래채는 몸채의 건너편 뜰 아래쪽에 있는 채를 말한다. 대문의 양쪽에 붙어 있는 방이 설움도 많고 한도 많은 행랑살이의 무대인 행랑인데, 우리말로는 워락이라고 한다. 대문 좌우로 죽 벌려 있는 행랑이 ‘줄행랑을 친다’는 바로 그 줄행랑이다.
그런가 하면 집채라 할 것도 없이 사람이 겨우 거처할 정도로 아주 작고 초라한 집들도 많다. 오두막집은 작고 낮은 초가로 옴팡집이라고도 하는데, 오두막집에서 사는 살림살이가 오막살이인 것이다. 도끼집은 연장을 제대로 안 쓰고 도끼 같은 것으로 거칠게 건목쳐서 지은 집이고, 말집은 쌀을 되는 말처럼 모양 없게 지은 오막살이집, 까대기는 담이나 벽에 임시로 붙여서 지은 가건물이다. 움파리는 움을 파서 만든 움막인데, 마가리도 움막처럼 비바람이나 겨우 막을 수 있도록 간단하게 꾸민 집이고, 심마니들이 쓰는 산막은 누게라고 한다.
집이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서는 길가에 있는 길갓집, 길에서 쑥 들어간 곳에 있는 안침집이 있는데, 옛날에 골목 깊숙한 곳에서 술을 팔던 여염집을 안침술집이라고 불렀다. 여염집은 보통 사람들의 살림집을 말하는 것이다. 마당이 없고 안이 길에서 들여다보이는 보잘것없는 집은 외주물집이고, 그런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은 외주물구석이라고 한다. 외주물구석과 같이 집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을 두럭이라고 하는데, 두럭은 놀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의 무리를 뜻하기도 한다. 과녘빼기집은 똑바로 건너다보이는 곳에 있는 집이고, 쌍두받잇집은 지나가는 상여가 그 집 대문을 정면으로 마주친 뒤에 방향을 바꿔 돌아 나가게 자리 잡은 집인데, 민속에서는 이런 집을 재수가 없는 집으로 쳐서 크게 꺼렸다고 한다.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고패집 : 일자로 된 집채에 직각으로 이어 부엌이나 외양간을 붙인 집
마가리 : 비바람이나 겨우 막을 수 있도록 간단하게 꾸민 집
외주물집 : 마당이 없고 안이 길에서 들여다보이는 보잘것없는 집
워락 : 대문의 양쪽에 붙어 있는 방 =행랑
처념집 : 집의 구조가 알뜰하고 쓸모있게 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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