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공사중인 사의재 전경 |
강진군은 대한민국의 서남부에 위치하며 예부터 중국과 잦은 교류로 타지역에 비해 일찍부터 선진문화를 꽃 피웠고 청자도요지로 그 명성의 절정을 이뤘다. 또한 많은 선비와 시조시인, 가사문학, 현대시인 등 문인이 배출돼 ‘문림옥향(文林玉香)’이라고 불려온 문화예술의 고장이다. 그 외에도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가 ‘남도답사 1번지’로 손꼽았던 곳이기도 하다.
강진 자랑을 하자면 그 끝이 어디까지 일지 모르겠으니 이 정도에서 접기로 하자.
어쨌거나 강진은 참 복(福) 받은 지역이다.
복은 ‘운수’나 ‘행운’처럼 인간의 힘을 초월한 천운(天運)에 의해 혜택을 받는 것을 말한다. 고대 중국의 교양서 ‘서경’에서는 장수를 누림(壽 수), 재산의 넉넉함(富 부), 건강하고 마음 편안함(康寧 강녕), 덕을 좋아하고 즐겨 선행을 행함(攸好德 유호덕), 일생 평안하게 살다가 천명을 마침(考終命 고종명)을 다섯 가지 복(五福)으로 봤고 법가사상의 기초를 세운 한비자는 장수함(壽), 가멸함(富), 귀함(貴)을 복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속설에 의하면 아내를 잘 만나는 것, 이가 튼튼한 것도 복이라고 했다. 즉 자신이 어떤 일을 스스로 하지 않았는데도 성취가 있으면 복을 받았다고들 한다.
중국에서는 만리장성을 짓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백성들이 죽어나갔지만 후손들은 그런 선조들 덕에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이탈리아도 로마군이 수많은 전쟁을 통해 노예를 만들어 그 중 신체가 건장한 사람들을 검투사로 양성했으며 이들의 싸움 구경을 위해 세웠다는 콜로세움 덕에 관광객 유치에 큰 덕을 보고 있다.
우리 강진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태어난 한 실학자(다산 정약용)가 우리 강진으로 유배를 오면서 강진은 조선후기부터 지금까지 크나큰 문화적 혜택을 받게 된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대학자이자 개혁가였던 그의 업적을 기려 2012년에는 유네스코 기념인물에 선정하기까지 했으니 그의 명성 덕에 고향이 아닌 강진이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은 분명 복이다.
이 분과 관련해 빼 놓을 수 없는 건물인 ‘사의재’가 있는데 이 곳 옆에 의미있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의재는 다선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유배됐을 때 동문 밥집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4년 동안 기거하며 ‘경세유표(經世遺表)’ 등을 집필하고 제자들을 교육했던 곳이다.
사의재는 '네 가지를 마땅히 해야 할 방'이라는 뜻으로, 맑은 생각과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가리킨다. 이곳은 2007년 10월 26일 다산실학 성지(聖地)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강진읍 동성리 주막터에 복원됐고 현재는 사의재 뒤 공터에 한옥체험관이 건립되고 있다.
이 체험관 건립에는 총사업비 6억원(도비 3억원, 군비 3억원)이 투입되며 328㎡의 대지에 건축면적 139.14㎡(안채 1동, 76.14㎡, 사랑채 2동, 63㎡) 규모로 조성된다. 이달 말 완공, 12월부터 운영을 목표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 주 전부터 집에서 읍으로 오는 길이면 일부러 사의재를 들러 한옥체험관이 점점 모습을 갖춰가는 것을 보며 은근히 기대감을 높였다. 견물생심(見物生心: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던가? 돈도 없으면서 괜히 나도 한옥 집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댔다.
 |
| 공사감독관이 건축관계자들에게 건축재료 선정과 관련해 질문을 하고 있다 |
이때 우연히 공사감독관이 현장에 나타났다. 이곳 공사감독관은 사의재 한옥체험관 뿐만 아니라 대구 청자촌에서 한옥으로 짓고 있는 청자공동판매장, 민화미술관 건립 현장도 관리를 하기 때문에 종종 마주치기도 하는데 현장에서 작업자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이 사뭇 새로웠다.
불구경, 싸움구경이 그렇게 재밌다고 하지만 사실 집 짓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 재미가 쏠쏠하다. 기와가 하나 둘 올라가는 모습도 재미있고, 먹줄 튕기는 것 하나도 재미있다. 그런데, 공사감독관이 오니 마치 문화관광 해설사가 해설하는 것처럼 구조물과 건축재료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듣고 보니 이것 또한 일종의 스토리텔링이었다.
당시 공사감독관은 한옥에 대해 일장연설을 했다. 한옥은 ‘한국의 가옥’의 줄임말에 해당하며 한 공간에서 밥 먹고,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 조상들의 추억과 향수를 느끼게 하는 포근한 장소라고.
감독관은 한옥의 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얻는 재료로 지어지는 것이 특징인데 나무, 흙, 물로 지어진 공간에서 바람과 열이 순환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옥체험관을 건립하게 되면 유지·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완벽한 한옥을 지으려면 부재료가 더 많아야 하겠지만 많은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며 보수비용이 발생할 경우 부실공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관계로 내구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관(官)의 입장을 대변했다.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반 학예연구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관이 설계대로 시공되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료선택에 까지 관여하는 것을 보면 이 구조물이 지니는 상징성과 디자인 활용방안까지 복안이 마련돼 있을 것으로 보여 연말에 개관하게 될 체험관에 관심이 더욱 쏠린다.
한옥체험관은 단순히 한옥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 체험의 장(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감독관의 말이다. 현재 타지역 체험관에서 실시하는 투호, 화전놀이, 봉숭아 물들이기, 새끼꼬기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되고 있으며 우리지역만의 특색있는 체험도 준비중이라고 하니 강진읍 동문일대가 특화된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기대감을 품게 하고 군 공무원들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한 것도 강진군에서 이런 인재를 기용한 덕이니 이것도 다 강진군의 복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강진군의 공무원들이 더 많은 활약을 펼쳐 그들이 강진의 복덩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강진군민 모두가 복 받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 주길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란다.
끝으로 공무원 연금 문제가 원만히 타결돼 공직자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성실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사진설명
1. 공사중인 사의재 전경
2. 공사감독관(학예연구사, 오른쪽)이 건축관계자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3. 공사감독관(학예연구사, 오른쪽)이 건축관계자들에게 건축재료 선정과 관련해 질문을 하고 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