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청광 양광식 선생이 해석한 백년사지(白蓮社志)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왕이 부음을 듣고 슬퍼하며(원묘국사의 열반)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국사(國師)에 책봉하고 시호를 「원묘(圓妙)」라 하고, 탑은 「중진(中眞)」이라 하다. 특별히 귀인에게 교서를 그 절에 가지고 가게 하여 추장(追漿)을 하다. 신하인 자에게는 비(碑)를 찬사케 하니 나는 직비(職卑)하고 재하(才下)하여 당시의 소임을 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상명(上命)이 엄밀하여 뇌사(牢辭)할 수가 없어 행록을 근안하여 서(序)를 쓰고 나서 명(銘)을 짓는다”
이 내용은 원묘국사에 대한 비문을 고려학사 최자가 지었다는 내용이다. 최자는, 명(銘)에서 마지막 구절에 ‘산(山)은 무너질지언정 이름(名)은 바꾸지 못하리라’하고 원묘국사를 극찬했다.
최자(1188~1260)는 해주최씨 세조(世祖)인 최충(崔冲)의 8세손이 되는데, 세조인 최충은 고려의 학자로서 목종 8년에 갑과(甲科)에 장원급제하였고 내외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최자 역시 고려의 정치가로 많은 치적을 쌓았는데, 특히 시문에 뛰어나 당대에 문명(文明)을 떨쳤다. 공은 가집십권(家集十券)과 파한집(破閑集) 3권(券)을 남겼다. 나중 원광대학교 유재영 교수가 국역(國譯)해 보한집을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최자는 만덕산 백련사 원묘국사의 비명을 지었는데, 그 서(序)는 다음과 같다. <석가여래가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세상에 출현하여 군경(群經)을 광연하였지만 대소의 권실(權實)이 일관치 못해 근기(根機)와 시(時)가 함께 하기를 마치 종기가 곪아 터진 것과 같았다. 이에 묘법연화경을 창도하고 구계(九界)와 삼승(三乘)을 포섭하여 일불승(一佛乘)에 들어가니 오랜 묵(黙)과 회(悔)가 활짝 열려 여온(餘蘊)이 없게 되었을 때 석가여래가 쌍림에서 적멸하니 현강(玄綱)이 해뉴(解紐)하였다>
중간 내용 중에는 <오직 대사는 종교가 침이(寢夷)하던 시일을 당해 크게 법당을 세워 법을 듣지 못하던 세속을 놀라게 하고, 무근(無根)한 신심을 서게 하여 조도(祖道)를 증흥시키는 베품이 무한케 하여 본원력(本願力)으로 계말(季末)에 태어나 여래사(如來使)가 되어 일을 행하기를 이렇게 하였는가? ---중략--- 탐진현의 신사(信士)이던 최표, 최홍(탐진 최씨, 백련사 터를 잡음), 이인천 등이 대사(大師)를 찾아와 알현하고 말하기를 ‘현재 법려(法侶)는 점성(漸盛)한데 산거(山居)가 심애(甚隘)하니 남해(南海) 산측(山側)에 옛 만덕사 터가 있는데 지위가 청승(淸勝)하여 가람(伽藍)을 창건하기에 알맞은 곳이니 한 번 가보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니 대사가 왕견(往見)하고서 긍락(肯諾)하다> 또한 <대안 3년(1211,고려 희종 7년) 신미춘(辛未春)에 궐모(厥謨)를 맹세(矢)하되 모공하여 영구하나 대체로 입옥(立屋)이 80여 칸이고 정우 4년(1216)가을에 고성(告成)하고 법회를 열어 낙성하다> 등이다.
이러한 원묘국사의 비문은 최자의 <보한집>과 <백련사지>에 실려 있고, 청광 양광식 선생이 해석을 했는데, 최자의 21세손이 되는 최운석 서예가가 비문 전문을 6폭 병풍에 옮겨 강진문화원 주최 제20회 전시회에 선을 보였다.
최운석 씨는 “준비하고 쓰는 데 한 달 가량 걸렸다”며 “자손으로서 선조님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운석 씨는 평소 조상의 행적을 찾아 그 글을 등초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 원묘국사의 비문을 발췌, 전시회에 선보인 것도 그 같은 맥락이다. 최운석 씨는 1999년 대수술을 받은 후 건강을 되찾아 강진문화원 ‘연묵회’를 15년간 다니며 꾸준히 붓글씨를 써온 서예가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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