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뒷차가 빵빵거립니다. 아직 등 뒤에 초보딱지를 떼지 못한 저는 공직에 입문한지 2년 여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능숙하게 하는 일보다는 서투르고 모르는 일이 더 많아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공직자 초행길이기에 지도를 찾고 사람들마다 붙잡고 길을 물어봤으며 앞차, 옆차, 가로수를 박으며 실전에 부딪혔습니다. 그랬던 것이 제 길 찾기에 도움을 주었나봅니다. 영광스럽게도 초보공무원에게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모범공무원이라는 네비게이션을 달아주었으니 말입니다.
서늘했던 가을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며칠 전, 모범 공무원으로 선정된 30여명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느림의 명소인 완도 청산도와 신안 증도였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맞닥뜨린 푸른 바다내음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저의 눈은 황홀해지고 어느새 저의 마음은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습니다. 청산도의 슬로우길을 걸으며 차가웠던 가을공기는 느림의 땀냄새를 풍기며 뜨끈해졌습니다. 그런데 청산도와 증도를 더 알아가고 배워갈수록 강진 생각이 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하물며 같은 전남인데도 애향심이 잔뜩 솟구쳤으니 말입니다. 물론 청산도의 경치가 아름다웠으나 우리 강진도 아름다웠으면 더 했지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슬로우길을 랜드마크로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는 부러움도 잠시 우리 강진도 가우도 함께해길, 백련사길 등 걷기에 아름다운 길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적극 홍보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답니다.
더불어, 이날은 함께 일하지만 모르고 지냈던 선후배, 동료들의 얼굴도 알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며 다른 지역을 통해 우리 강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는 다른 공직자들에게도 꼭 필요할 듯합니다. 비록, 이번 모범 공무원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강진군에는 능력있고 모범적인 공직자들이 참 많이 있거든요.
이제 네비게이션을 달았으니 앞으로는 여러 길을 헤매지 않고 공직자의 길을 잘 갈 수 있겠죠? 뒷 차가 아무리 빵빵거려도 두려워하지 않고 내 길을 가며 앞차, 옆차를 둘러보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모범운전자가 되어 어려움을 헤쳐가는 길, 선후배와 함께하는 길, 강진군이 발전하는 길을 꼭 가도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모범공무원이니까요.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