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열전(4)
조고에 의해 황제는 궁궐 깊숙한 곳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조고는 모든 일을 결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사가 이 일에 관해 상주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금 관동에는 도적의 무리가 횡행하고 있는데 주상께서는 부역을 더욱 가중시키는가 하면 아방궁을 수축하며 개나 말 같은 쓸모없는 것을 모으고 계십니다. 저는 간하려고 해도 천한 지위에 있어 간하기 어렵습니다. 이야말로 승상이 할 일인데 어찌하여 간하지 않습니까?”
이사는 조고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 여기고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나 역시 오래 전부터 간하려 했으나 지금 주상께서는 조정에 나오시지 않고 궁궐 깊은 곳에 계시니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할 길도 없고 뵙고 싶어도 기회가 없습니다.”
이에 조고가 말했다.
“승상께서 진심으로 간하고자 하신다면 주상께서 틈이 날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조고의 뜻은 다른 데 있었다. 조고는 2세 화제가 주연을 베풀어 미녀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를 기다려 사람을 보내 승상에게 알렸다.
“주상께서 지금 한가하시니 상주할 수 있습니다.”
승상은 대궐로 들어가 배알을 청했다. 결국 이런 일이 세 번이나 계속되자 노여워했다.
“짐이 한가한 날이 많은데 승상은 그때는 오지 않다가 주연을 베풀고 즐기려고 하면 나타나 일을 아뢰려고 한다. 승상은 짐이 어리다고 보는 것인가, 아니면 견식이 짧다고 무시하는 것인가?”
이때 조고가 말했다.
"이렇게 하시면 위태로워집니다. 승상은 사구에서의 일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이미 황제가 되셨지만 승상의 지위는 더 이상 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는 땅을 받아 와이 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폐하께서 묻지 않으셔서 저도 감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도적 진승의 무리는 모두 승상의 고향 마을 출신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이 마음대로 횡행하며 삼천군을 통과할 때는 승상의 아들 이유는 성을 지키기만 할 뿐 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이 서로 내통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내막은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궁 밖에서는 승상의 권세가 폐하를 능가합니다.“
2세 황제는 이 말을 옳다고 여기고 승상에게 죄를 물으려고 했다. 그러나 조고의 말도 확실치 않아 사람을 보내 삼천의 태수 이유와 도적들이 내통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게 했다. 이사는 이 소식을 듣고 황제를 뵙고자 했으나 마침 2세 황제가 감천궁에서 씨름과 잡극을 구경하고 있어 배알은 하지 못하고 글을 올려 조고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신은 ‘군신이 서로 어깨를 겨루면 위태롭지 않은 나라가 없고, 첩이 주인과 어깨를 겨루면 위태롭지 않은 집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폐하의 가까운 곳에서 제멋대로 상벌을 주며 폐하와 다름없는 권세를 휘두르는 자가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지금 조고는 사악한 마음을 품고 위험한 반역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조치하지 않으시면 반란을 일으킬까 우려됩니다.
2세 황제가 이사를 불러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조고는 본디 환관이었지만 제 몸이 편안하다고 해서 제멋대로 하지 않았고, 위급한 지경에 처해서는 충성을 다했으며, 행동을 깨끗이 하고 선행에 힘써 스스로 지금의 지위에 올랐소. 그는 충성으로써 높은 자리에 올랐고, 신의로써 지위를 지켰소. 짐은 진실로 그를 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그를 의심하는 것이오?
짐은 어려서 선제를 잃고 견식이 없어 백성을 다스리는데 능숙하지 못하오. 게다가 그대는 늙어 언제 세상과 인연을 끊을지 모르오. 그러니 짐이 조고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맡기겠소? 조고는 청렴하고 나이도 한창이며, 아래로는 백성을 다스릴 줄 알고 위로는 짐의 뜻을 잘 따르고 있소. 그대는 그를 의심하지 마시오.“
이사는 다시 글을 올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조고는 본래 미천한 자로서 도리가 밝지 못하고 탐욕이 끝이 없습니다. 그는 한없이 이익을 추구하여 만족할 줄 모르고 권세는 폐하에 버금갑니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2세 황제는 전부터 조고를 신임해온 터라 이사가 조고를 죽이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래서 이 사실을 몰래 조고에게 알렸다. 조고가 말했다.
“승상이 경계하는 사람은 오직 신뿐입니다. 신이 죽으면 승상은 곧 제나라의 전상과 같은 짓을 할 것입니다.”
2세 황제가 말했다.
“이사를 낭중령에 넘겨라.”
이에 조고가 이사를 취조했는데, 이사는 투옥되자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아, 슬프도다! 무도한 군주에게 어찌 계책을 전할 수 있으랴! 옛날에 하나라 걸왕은 관용봉을 죽였고, 상나라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였으며, 오나라 왕 부차는 오자서를 죽였다. 이들 세 사람은 결코 불충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죽음을 면치 못한 것은 그들이 충성을 다했던 군주들이 무도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지혜는 이 세 사람만 못하고, 2세 황제의 무도함은 걸왕과 주왕과 부차보다도 더하다. 내가 충성을 다하고도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장차 2세 황제의 치세가 어찌 어지러워지지 않겠는가.
지난날 그는 형제를 죽이고 스스로 황제가 되었고, 충신들을 죽이고 천한 조고를 중용했으며, 아방궁을 짓느라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들였다. 이는 내가 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날 성왕들은 먹는 것에도 절도가 있었고, 수레와 물건에도 일정한 수가 있었으며, 궁실에는 일정한 법도가 있었다. 명을 내려 일을 벌일 때도 비용이 많이 들고 백성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없으면 금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태평을 누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2세 황제는 형제들에게 하늘의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고도 그 죄를 돌이켜 보지 않고, 충신을 함부로 죽이고도 그 화를 생각하지 않으며, 궁궐을 크게 짓느라 백성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거두고도 아끼지 않았다. 백성들이 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이 세 가지 일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지금 반역의 무리는 천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황제는 깨닫지 못하고 조고를 가까이 하고 있다. 이제 도적이 함양에 밀려오고 사슴 떼가 조정의 폐허에서 노니는 모습을 반드시 보게 될 것이다.“
2세 황제는 조고에게 승상을 심리하고 그 죄를 다스리게 했다. 조고는 이사가 아들 이유와 함께 모반을 꾀한 죄상을 문책하고, 그 일족과 빈객들을 모조리 체포했다. 조고는 이사를 천여 번에 걸쳐 매질했고, 이사는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해 허위 자백을 했다. 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것은 자신의 변설이 능하고 진나라를 위해 싸운 공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글을 올려 억울함을 말하면 황제도 사면해 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이사는 옥중에서 글을 올렸다.
신이 승상이 되어 백성을 다스린 지도 30여 년이 됩니다. 신이 처음 진나라에 왔을 때는 땅이 좁았습니다. 선제 때 진나라 땅은 사방 천리에 지나지 않았고, 군사는 수십만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보잘것없는 재능을 다해 여섯 나라를 병탄하고 그 왕들을 사로잡은 후 진나라 왕을 천자로 세웠습니다. 이것이 신의 첫 번째 죄입니다.
그후 땅이 넓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북으로 흉노를 몰아내고 남으로는 백월을 평정하여 진나라의 강대함을 과시했습니다. 이것이 신의 두 번째 죄입니다.
또한 대신들을 존중하고 그 작위를 높여 군신 간에 화목을 도모했습니다. 이것이 신의 세 번째 죄입니다.
눈금을 고쳐 도량형을 통일하고 문물제도를 천하에 보급하여 진나라의 명성을 떨쳤습니다. 이것이 신의 다섯 번째 죄입니다.
천자께서 순행하는 길을 닦고 유람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황제의 득의를 과시한 바 이것이 신의 여섯 번째 죄입니다.
형벌을 완화하고 세금을 줄여 민심을 얻도록 했고, 천하 백성들이 황제를 받들어 죽어도 그 은혜를 잊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일곱 번째 죄입니다.
이와 같은 신하는 오래전에 죽었어야 했지만 다행히 폐하께서 신의 능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시어 지금까지 살아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이를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올라오자 조고는 관리를 시켜 버리게 한 후 이렇게 말했다.
“죄인 된 자가 어찌 감히 글을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조고는 자신의 빈객 10여 명을 어사와 알자와 시중으로 위장시킨 후 번갈아가며 이사를 심문하게 했다. 이사가 사실대로 말하면 매질을 가하도록 했다. 그렇게 하기를 반복하자 이사는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그후 2세 황제가 사람을 보내 이사를 심문하게 했는데, 이사는 또 사실대로 마하면 매질이 있을까 여겨 더는 말하지 않고 죄를 자백했다. 2세 황제는 기뻐하며 말했다.
“조고가 아니었더라면 승상에게 속을 뻔 했구나.”
한편 2세 황제는 삼천의 태수 이유를 조사하기 위해 사자를 보냈다. 그러나 사자가 삼천에 이르렀을 때 이유는 이미 항우의 숙부인 항량의 손에 죽은 뒤였고, 사자가 돌아왔을 때 이사는 옥리의 손에 넘어갔다. 그러므로 조고는 모반에 관한 사항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었다.
2세 황제 2년 7월, 이사에게 오형을 가한 뒤 함양의 저자에서 허리를 잘라 죽이라는 명을 내렸다. 옥에서 나온 이사는 둘째아들과 함께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나는 너와 함께 누렁이를 끌고 고향 상채 마을에서 토끼 사냥을 하려고 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됐구나.”
부자는 서로 통곡하고 그이 삼족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이사가 죽은 후 2세 황제는 조고를 중승상에 임명하고 크고 작은 모든 일을 그에게 맡겨 결정하게 했다. 조고는 자신의 권세가 커졌음을 알고 다른 뜻을 품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는 2세 황제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면서 말이라고 했다. 이상하다고 여긴 황제가 좌우에 있는 자들에게 물었다.
“이것은 사슴이 아니냐?”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말이옵니다.”
2세 황제는 놀라서 자신이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여 태복을 불러 점을 쳤다. 태복이 말했다.
“폐하께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봄가을로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종묘의 신을 모시면서 재계를 지극히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덕에 의지하여 재계를 지극히 하시옵소서.”
2세 황제는 재계를 한다면서 상림원에 들어가 날마다 사냥을 하며 놀았다. 하루는 행인 하나가 상림원에 들어오자 2세 황제가 실수로 그를 쏘아 죽였다. 조고는 함양 수령으로 있는 사위 염락을 시켜 어떤 자가 사람을 죽이고 상림원으로 옮겨 놓았다고 탄핵을 하게 했다. 조고는 2세 황제에게 간했다.
“천자가 까닭 없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늘이 금하는 일입니다. 귀신도 폐하의 제사를 받지 않을 것이고 하늘도 재앙을 내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를 피하려면 황궁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2세 황제는 두려운 나머지 황궁을 떠나 망이궁에 머물렀다. 그후 사흘만에 조고는 조서를 위조하여 대궐을 지키는 군사들에게 흰 옷을 입고 무기를 든 채 궁내로 쳐들어가라고 명한 후, 자신은 먼저 궁에 들어가 2세 황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산동의 도적들이 대거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서둘러 누각에 올라간 황제는 군사들이 쳐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두려워 벌벌 떨었다. 조고는 2세 황제를 협박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고 옥새를 꺼내 몸에 찼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따르는 자가 없었다. 조고가 세 번이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 하자 세 번 다 궁전이 무너지는 듯했다. 조고는 하늘이 황제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뭇 신하들 또한 자신의 즉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2세 황제의 형인 자영에게 옥새를 주었다.
자영은 조고가 두려워 병을 핑계로 정사를 돌보지 않고 환관 한담과 그 아들과 함께 조고를 없앨 궁리를 했다. 얼마 후 조고가 병문안을 하고자 배알하려고 했을 때 자영은 한담에게 명하여 조고를 찔러 죽이게 했다. 그리고 그의 삼족도 모두 멸했다.
자영이 즉위한 지 3개월만에 패공 유방의 군대가 부관에서 함양으로 쳐들어왔다. ant 신하들과 백관들은 진나라에 등을 돌리고 자영을 따르지 않았다. 자영은 처자와 함께 밧줄에 목을 매고 지도 부근에서 항복했다. 패공은 그들을 관리에게 맡겼으나 항우가 와서 참했다. 이로써 진나라는 천하를 잃었다.
태사공은 말한다.
이사는 평민출신으로서 제후국을 돌아다니다가 진나라에 들어와 왕을 섬겼다. 열강 사이에 틈이 생긴 것을 기회로 그는 시황제를 보필하여 마침내 제업을 이루었다. 그는 삼공의 지위에 올랐으니 중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사는 육경의 근본을 알고 있었으나 밝은 정치로써 황제의 결점을 고쳐 주지 않고 작록을 중히 여겨 아부했다. 또한 권세를 부리고 형벌을 가혹하게 했으며 조고의 사악한 말을 듣고 적자인 부소를 패하고 서자인 호해를 황제로 세웠다. 제후들이 진나라에 등을 돌리자 그제야 황제에게 간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사가 충성을 다하고도 오형을 받고 죽었다고 하지만, 그 근본을 살펴보면 세상에 전하는 말과 다르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사의 공적은 주공이나 소공과 비길 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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