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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면 구룡리 자미마을 병풍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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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걸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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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여래좌상과 원감국사 충지
탐진강물을 따라 가다가 멋진 풍광을 선사한 부춘정을 둘러보고 그 맞은편 마을을 둘러보다가 마애여래좌상을 만났다.
부산면 구룡리 자미마을 뒤편인 병풍바위에는 불상이 하나 있다. 사찰 관계자는 “이 병풍바위의 총 높이는 약 20m로 바위의 면이 평평하지 않고 굴곡이 있는데 불상은 지상에서 약 6m 높이에 새겨져 있다”고 운을 뗀 뒤 “마애불의 크기는 약 4m, 무릎의 폭은 약 3m이다”고 밝혔다.
불상의 고귀한 용모를 보자면 육계(肉髻 : 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가 높직하고 머리는 소발(素髮 : 승려들이 빡빡 깍은 머리) 형태이며 눈, 코, 입이 식별 가능하다. 특히 코는 눈에 띄게 도드라져 있고 윤곽이 뚜렷해 보는 이의 시선이 한 번에 고정된다. 법의(法衣)는 통견(통양견법(通兩肩法)의 약칭이며 승려들이 입는 옷 중 가사(袈裟) 즉 삼의(三衣)의 착용법 중 한 방법이다. 양 어깨를 모두 덮는 방법으로 우견편단(右肩偏袒)과 대치되는 말)이며 수인은 항마촉지인을 짓고 있다.
결가부좌한 무릎은 음각으로 표현되고 있으나 마모가 심한 편이다. 이 마애불은 송광사 16국사중 6세인 원감국사 충지(圓鑑國師 沖止 1226~1292)상으로 전해져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93호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감국사 충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충지의 속성(俗姓)은 위씨이며 속명은 원개이다. 어려서부터 경서(經書)와 자사(子史)를 외울 정도로 뛰어났던 그는 17세에 사원시(司院試)를 마치고 19세에는 춘위(春闈)에 나아가 장원을 했다고 한다. 그 뒤 영가서기(永嘉書記)에 부임해, 사신으로 일본에서 활약했으며, 벼슬이 금직옥당(禁直玉堂)에 올랐지만 29세에 선원사(禪源社)의 원오국사 문하에서 승려가 됐다. 이 당시 고려는 몽고로부터 침략을 받아 대단히 정치적, 안보적으로 불안하고 힘든 시기였다. 이때를 대몽항쟁기라고도 하는데 1231년부터 1259년까지 7차례나 침입한 몽고에 대항하기 위해 고려의 군인은 군인들대로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 했고 백성들은 정부 유지를 위한 과중한 조세 부담으로부터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 했다. 이러한 현상을 공직에서 바라보던 그는 사직을 하고 출가를 결심한다.
그는 비구계를 받은 후, 남쪽의 여러 지방을 순력하면서 수행하다가, 1266년(원종 7) 경상남도 김해의 감로사(甘露寺) 주지를 지내고, 1269년에 삼중대사(三重大師)가 됐으며, 3년 후에 감로사를 떠나 순천의 수선사로 옮겼다. 이때까지 그는 교(敎)에 더 치중했다.
수선사에 온 다음 해인, 1274년 원나라 세조는 탐라에 총관부(總管府)를 두고 수선사에서 군량미 명목의 전세(田稅)를 거두었다. 그는 원 세조에게 「상대원황제표(上大元皇帝表)」를 올려 어려운 사원경제를 알리고, 빼앗겼던 전답(田畓)을 되돌려 받았다.
이후 원 세조가 그를 흠모해 조정으로 모신 뒤 빈주(賓主)와 스승의 예로 대했다고 한다. 또 고려로 귀국한 다음 해 충렬왕은 그에게 대선사의 승계를 내렸다. 그 후, 청주의 현암사(玄巖寺) 등 여러 사찰에 머물다가 1286년 6월 수선사의 제6세가 됐다. 이후 수선사에서 교화 생활에만 몰두하며 수선사의 전통을 계승하는 데 힘썼던 그는 1292년 1월 10일 문인들에게 설법과 게송을 남긴 뒤 66세로 입적한다.
그는 불교의 삼장(三藏)과 사림(詞林)에 이해가 깊었고, 문장과 시로 유림의 추앙을 받았다고 하는데, 수선사 제1세였던 지눌의 순수 선(禪) 시대와는 달리 유학사상과 상교(相交)하는 선풍(禪風)을 풍기며 상제상천(上帝上天)의 신앙을 통해 유교와 도교를 불교 속에 수용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문집인 『원감국사집(圓鑑國師集)』 1권이 남아 있으며, 『동문선』에도 시와 글이 많이 수록돼 있다고 한다.
구룡리 자미마을에서 탐진강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풍요로운 들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행복감으로 가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탐진강이 주는 세속의 풍요와 종교 지도자가 전해주는 정신적 풍요로움은 결국 지역민들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충족시키고 나아가 높은 수준의 문화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다시 부산교를 지나 탐진강 물길을 따라갔다.
탐진강, 장흥읍을 지나며
사람들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강은 큰 도시를 형성하기 더 없이 좋은 조건이며 특히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끼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도시는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탐진강이 지나가는 장흥을 두고 이른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부산교를 지난 탐진강물은 내안리, 연산리를 거치면서 그냥 둬도 공원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장흥군청도 필자의 마음과 같았을까? 탐진강물이 모이는 이곳에 군은 공원을 조성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장흥 주민에게 물어보니 ‘예전에 보트장도 있었던 곳’이라며 탐진강 자랑을 5분정도 하더니 가던 길 발걸음을 재촉했다.
현재 부산교와 연산교 일대부터 정남진 물 과학관 일대까지는 수변공원이 조성되고 있는데 아직 완공이 덜 됐는지 차량의 출입은 통제를 하고 있었다. 또한 장흥읍에 조성된 정남진 물 과학관은 지상 4층으로 구성된 건물로 수족관, 4D 영상관, 물 과학 체험관, 물 순환 체험관, 물 체험 교육관 등을 마련해 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물이 주는 혜택과 물을 통한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었다.
물 과학관을 나서면서 고개를 들고 내다보니 장흥 토요시장이 눈 앞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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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읍 행원리 행원강변길에 마련된 정남진 물 과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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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마촉지인, 석가모니 그리고 예수
수인(手印)은 여래나 보살이 깨달은 내용 또는 서원(誓願) 등을 손의 모양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한 것을 말한다. 고대 인도에서 사용된 의사 전달의 수단 중 하나였다고 하며 이 손놀림이 불상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적용됐다고 한다. 이후 불상의 이름을 밝히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는데 대표적인 수인으로는 시무외인(施無畏印), 여원인(與願印), 전법륜인(轉法輪印),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선정인(禪定印) 등이 있다.
항마촉지인은 석가모니가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곧게 펴서 땅을 가리키는 자세를 말하는데 그 검지 손가락으로 땅속의 지신을 가리키며 마귀를 물리쳤다고 하는 설도 있고 손가락으로 마귀를 살포시 콕 찍어서 누른 형태라고 하는 설도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마귀는 재미있게도 성인(聖人:해당되는 성인은 석가모니와 예수)들이 깨달음을 얻기 직전 괴롭히러 나타나는 전형적인 악당인데 두 마귀는 모두 3번의 신통력을 발휘하지만 너무나 강력했던 두 성인의 능력에 맥없이 물러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공통점이 있다. 참고로 예수에게 대항했다가 사라지는 마귀는 마태복음 4장 1~11절, 마가복음 1장 12~13절, 누가복음 4장 1~13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찌됐건 아직 성도(成道)하기 전 석가모니는 정각산에서 내려와 네란자라강[尼連禪江] 건너편 부다가야의 보리수(菩提樹) 아래 금강좌(金剛座) 위에 결가부좌를 하고 선정인을 취하면서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결의한다. 이때 제6천의 마왕 파순(波旬)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게되면 일체의 중생이 구제되고 자기의 위세는 약화되는 위기가 올 것으로 판단하고 갖가지 방해 공작을 한다. 처음에는 미인계를 써서 쾌락으로 석가모니를 유혹했으나 실패하고, 2차로 맹수와 나찰. 악귀들을 수없이 동원해 협박했으나 또 실패를 한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마왕 파순은 80억 악마 군단을 동원해 힘으로 석가모니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결국 부처의 자비로운 연꽃 방어에 힘을 잃고 만다. 이때 석가모니는 ‘천상천하에 이 보좌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다. 지신(地神)은 나와서 이를 증명하라’고 하면서 오른손을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땅에 대자 지신(地神)이 홀연히 뛰쳐나와 이를 증명하는데, 이때의 모습이 항마촉지인이며 이 고난극복 이야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수인인 관계로 항마촉지인은 오직 석가모니만이 취한다고 한다. 물론 그 마망 파순은 석가모니에게 항복을 하고 만다.
여기서 또 주목! 큰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의 나이는 서른 살 되는 섣달 8일이었다고 하는데 예수도 누가복음 3장 23절을 보면 ‘예수께서 가르치심을 시작하실 때에 삼십 세쯤 되시니라....’라고 밝히고 있어 기원전 483년 탄생한 성인과 서기 4년에 탄생한 성인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평행이론이 작용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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