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 음력설에는 제례와 함께 조상님 은덕 생각하기를
지난 해 재경 성전향우회 창립총회에서 전 통합민주당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박재승 변호사는 인사말을 하는 가운데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기제사를 회피하고 있다”며 개탄해마지 않았다. 그 분의 말대로 젊은 세대들은 조상의 은덕을 추모하고 정성으로 기념하는 제사를 멀리하는 것은 물론, 그런 시간에 자신들의 시간을 즐기기에 급급하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현대인들의 생활이 복잡하고 일에 기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예 살아있는 부모조차도 일년에 한두 번 찾아볼 정도이니 박재승 변호사의 말대로 개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종교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조상들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면서 당장 눈앞의 일만 조급하게 는 시대적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기제사도 기피하고 있지만 조상묘를 찾지 않는 것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산이 우거지고 찾아가기가 불편해지다보니 아예 내버려둘 만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아예 봉분을 없애버리는 기현상이 크게 일고 있다. 봉분을 파헤쳐서 고인을 불살라버리는 일이다. 어쩌면 부관참시(?)를 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결국 벌초하기가 힘들고, 벌초를 제대로 못하다보니 늘 부담감이나 죄책감이 들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그 부담감이나 죄책감을 덜기 위한 하나의 행위로 봉분까지 없애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조상들에 대한 공경심을 갖지 않는다고 해서, 즉 기제사를 멀리한다고 해서 우리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일까. 봉분을 없애버린다고 해서 조상에 대한 마음이 깡그리 없어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항상 부담감이나 죄책감은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기 마련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꺼림칙하고 뭔가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마음의 찌꺼기가 자리 잡는 이상 결국 마음이 편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음력설을 시작으로 조상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으면 싶다. 제례를 통해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께 작은 정성으로나마 예로써 모셔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그리 하면 기축년 한 해의 모든 일도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찾아올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부담감이나 죄책감을 씻어냈으므로.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