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길목에서
우리는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말자!
--리처드 칼슨 박사의 글을 읽고나서
호당 김영배 (전 중앙병원 원장, 의학박사)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명사 중 하나로 피폐해진 현대인의 정신을 치료해주는 심리 치료사 리처드 칼슨 박사의 글을 소개한다.
--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소식, 상대하기 힘든 사람, 혹은 실망스러운 일과 마주칠 때(역경에 부딪치게 될 때)마다 삶에 대한 일종의 대응방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한 습관에 빠지게 된다. 즉, 과잉반응을 보이거나 평정을 잃고, 지나치게 긴장하며, 삶이 부정적 측면에 압도당한다. 그런데 사소한 일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게 되면 오히려 고민에서 헤어나기는커녕 과민반응을 일으키면서 더 깊은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실재로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하고 만다. 좀더 거시적으로 사태를 직면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면에 집착함으로써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까지 짜증나게 만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마치 위급하고 대단한 문제가 일어난 것처럼 행동한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왕좌왕하지만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곤 한다. 그것은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이란 결국 하나의 극적인 일을 해결하고 또 다시 극적인 일에 부딪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느끼기조차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 접근 방식을 변화시키면 그것을 더욱 빨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한다. 삶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난관에 좀더 쉽게 접근하는 습관을 터득할 경우에는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던 문제들이 전보다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던 거창한 일들조차도 이전만큼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다행히도 삶을 대하는 다른 방식, 다시 말해서 삶을 보다 편안하게 쉽게 만들며 어려움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부드럽고 우아한 길이 있는 것이다.
삶의 다른 방식에는 대응이라는 낡은 습관을 버리고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사태를 새롭게 바라보는 습관을 키우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습관은 우리가 더욱 풍요롭고 만족스런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책을 출간하는데 출판사에서 요청을 해왔다. 어떤 유명 작가의 서명을 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과거에도 자신의 책에 그 분의 서명을 한 적이 있어서 그 작가에게 부탁의 편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답변이 없어 결국 서명을 꺼린다는 결론을 내리고 출판사에 서명을 넣지 않도록 통보했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난 후 자기책의 번역서 한 권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거기에 그 분의 서명이 있질 않는가. 황급히 그 작가에게 사과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분의 답장 내용은 이러했다.
“조화롭게 삶을 사는 데는 두 가지 규칙이 있소. 첫째는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마시오. 둘째는 모든 것이 사소한 일이니 서명은 그냥 쓰도록 하시오”
그의 편지에는 어떤 훈계도 꾸지람도 없었다. 그 작가 이름을 비윤리적으로 사용했음에도 그는 우아하고 겸손하게 대응했으며 결코 평정을 잃은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태도는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삶과 인생에 대해 우아하고 느긋하게 대응하는 요령의 개념을 보여준 셈이었다.
사실 사소한 것에 연연하며 끙끙대지 않는다면 완벽한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비저항적 자세로 모든 다반사를 수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선의 철학을 통해 깨달을 수 있듯이 삶의 걸림돌을 그냥 지나가도록 하는 법을 터득하면 당연히 삶은 순조로워진다.
명상가들이 권유하듯이 변화할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키고 그렇지 못하는 것들은 수용하며 그것들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는 평화와 사랑이 충만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