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웅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본 세상(밥상위의 야사)
숙종과 경종, 영조 그리고 노론과 소론의 분열
소론이 간장 게장을 입에도 대지 않았던 이유
사람이 사는 세계는 과학 문명이 발달한 지금이나 삼국시대나 조선시대나 다를 바가 없다. 자기를 위해서는 모든 것들이 그곳에 포커스를 맞추어 진행 되거나 꾸며져 가기 때문이다. 그 집단의 구성원에서부터 주변 사건 사고들까지 이루어지고 벌어진 일들이 다 그렇다.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붕당 되는 데는 사제지간이던 송시열(1607~1689)과 윤중(1629~17
14)의 반목이 큰 역할을 했다. 윤중은 명문가인 파평 윤씨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품성이 뛰어나고 총명했는데, 28살 때 스승인 김집의 권유로 송시열의 문인이 되었다. 윤중은 부친인 윤선거가 세상을 떠나자 스승인 송시열에게 부친을 기리는 묘갈명을 써달라고 부탁했다.그러나 송시열은 병자호란당시 강화도로 피난 갔던 윤선거가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고 강화도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분노하던 중이었다.
결국 송시열은 묘갈명을 성의 없이 써 주었고, 이에 윤중은 실망하여 송시열에게 ‘의리쌍행(義利雙行, 의리가 같지 않음), 왕패병용(王覇幷用, 왕도와 패도를 아울러 병행함) 이라는 항의를 적은 서신을 쓰면서 두 사람 사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훗날 송시열은 대노한 마음을 절묘한 은유 속에 드러낸 문장으로 답장을 썼다. 이후 스승인 송시열의 태도에 동조하는 세력을 노론, 제자인 윤증의 태도에 동조하는 세력을 소론이라고 하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를 일컬어 ‘회니시비(懷尼是非)’라고 한다. 회(懷)는 송시열이 살던 곳인 회덕(懷德,지금의 대전시 대덕구)을, 니(尼)는 윤중이 살던 이성(尼城, 지금의 충청도 논산서)을 말하는 것이다.
숙종과 경종, 영조 그리고 노론과 소론의 분열
숙종은 왕비를 모두 네 명이나 두었는데, 그 중 세 명이 그보다 먼저 눈을 감았다. 첫 번째 왕비인 인경왕후는 29살 때 천연두로 세상을 떠났고, 두 번째 왕비 인현왕후도 숙종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서인으로 폐출되는 불운과 왕비로 복권되는 과정을 겪다가 병이 들어 눈을 감았다. 세 번째 왕비가 바로 ‘장희빈’으로 알려져 있는 장옥정이다. 그녀 역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목숨을 잃었고, 마지막으로 맞아들인 왕비가 인원왕후다.
인경왕후가 세상을 떠난 사이 숙종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었던 여인이 장옥정이었다. 그러나 숙종의 어머니인 대비김씨는 역관 출신으로 중인인 장옥정의 집안이 천하고 그녀의 성품도 좋지 않다며 궁에서 내쫒은 다음, 서인인 민유중의 딸 민씨를 숙종의 계비로 들였다. 계비가 된 인현왕후는 마음이 선하여 숙종이 장옥정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고 숙종을 설득하여 그녀를 다시 궁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꺼진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숙종이 장옥정에게 빠져 인현왕후를 더욱 멀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불안해진 서인과 인현왕후는 다시 서인 집안에서 후궁을 뽑아 장옥정에게 빼앗긴 숙종의 마음을 되돌리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숙종의 장옥정에 대한 총애는 날이 갈수록 깊어져 1688년에 드디어 장옥정에게서 왕자가 태어났는데, 이 왕자가 훗날 조선의 제20대 왕이 될 경종이다.
그동안 왕자가 태어나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숙종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후궁이 낳은 아기를 바로 원자로 봉하려 했다. 그러자 노론들이 들고 일어나 상소가 빗발쳤다. 그동안 서인들은 송시열과 그의 제자 윤증을 사이에 두고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져 있었다. 노론의 반대에 화가 난 숙종은 송시열을 잡아 들여 치죄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서인들로 구성된 사헌부나 사간원 관헌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진노한 숙종은 조정대신들을 남인으로 바꿔 버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유배지로 향하던 송시열을 죽여 버렸다. 반대하는 자들을 처단한 숙종은 원자를 낳은 장옥정을 소의에서 희빈으로 승격시켰고, 이때부터 장옥정은 그 유명한 ‘장희빈’으로 불리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 서인을 이끌고 있는 민유중의 딸인 인현왕후까지 내치기로 결심한다. 4월23일은 인현왕후의 생일이었는데, 보통 왕비의 생신에는 대신들이 줄줄이 서서 축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조선의 전통이다. 그런데도 숙종은 인현왕후에게 축하 인사를 하는 것을 막았고, 서인과 남인들이 이를 어기자 인현왕후의 내관을 잡아다가 혹독한 고문을 행했다. 그러고는 왕자가 탄생한 것에 질투가 심하다는 구실로 인현왕후를 왕비에서 폐해 버렸다.
인현왕후가 쫓겨난 후 장희빈은 왕비 자리에 올랐지만, 왕비가 된 장옥정의 행복은 6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숙종은 후덕한 인현왕후를 내쫓은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보아도 왕비 장씨는 덕과 자비로움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질투도 심해 인현왕후의 품행과 너무나도 비교가 되었다. 그 사이 숙종은 무수리였던 최씨라는 궁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는데, 우연히 최씨가 인형왕후를 위해 샘물을 떠놓고 축성을 드리는 것을 보게 되면서 부터였다. 이후 숙종은 궁녀최씨의 처소를 자주 찾게 되었고, 그녀를 종4품에 해당하는 숙원에까지 봉하며 총애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남인들을 내몰고 정권을 되찾을 계획을 가지고 있던 서인들은 숙원 최씨를 통해 인현왕후를 복권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 했다. 남인들 또한 숙종의 심정 변화를 눈치 채고는 인현왕후의 복권을 추진 중인 서인들을 잡아다가 심한 고문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숙종은 오히려 남인들을 유배 보내고 다시 서인들을 등용하는 갑술환국을 단행했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속으로 생각해왔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친히 쓴 편지와 함께 아름다운 옷과 화려한 교자까지 보내며 인현왕후를 왕비로 복권시킨 것이다.
하지만 인현왕후는 왕비로 복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인현왕후는 시름시름 앓다가 1701년 8월 14일,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의 나이 35세였다. 그런데 왕비가 세상을 떠나고 희빈 장씨의 처소에 들렀던 숙종은 그곳에서 가슴에 무수하게 활을 맞은 자국이 있는 인현왕후의 화상을 발견했다. 사태를 짐작한 숙종은 그 길로 희빈 장씨의 궁녀들을 모두 잡아들여 국문을 행했다. 그 결과, 희빈 장씨의 오빠 장희재의 첩이 오례라는 무녀를 데려와 희빈 장씨의 처소에 신당을 차려 놓고 인현왕후를 저주하는 한편 희빈 장씨가 다시 중전이 될 것을 축원하는 일을 벌인 것이 밝혀지고 말았다. 무녀가 인현왕후의 화상에 활을 쏘는 저주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인현왕후 침소인 통명전 서쪽가와 연못가의 두 곳에 죽은 붕어·새·쥐 등을 두 줄로 묻어 두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그동안 행했던 희빈 장씨의 못된 일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진노한 숙종은 1701년 10월 8일에 희빈 장씨에게 자진하라는 명을 내렸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10월 10일에 희빈 장씨는 목숨을 끊었다. 세자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숙종은 세자에게서도 이미 마음이 떠나 있었다. 이를 간파한 노론은 연잉군을 왕위 계승자로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군사 훈련까지 실시하는 등 노력했으나, 대리청정 수행명령을 받았던 세자가 수년 간 큰 결격 사유 없이 임무를 수행해 내어 숙종 사후에 무사히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노론들은 집요하여 왕이 된 지 1년밖에 안 된 경종에게 몸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많다는 것을 구실로 동생인 연잉군을 세제로 책봉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그러자 경종은 대왕대비의 뜻을 묻고는 결국“효종의 혈맥과 선대왕의 골육은 주상과 연잉군에게만 있다.”는 언문 수교를 발표하여 노론의 뜻에 따르게 되었다. 신이 난 노론은 내친 김에 세제의 대리청정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소론과 남인의 연대 공격을 받았다. 이 일로 노론의 수장들이 처형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유배를 당해 중앙 정계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이 사건을 ‘신임옥사’라고 한다. 이로써 노론은 정계에서 일단 제거되었으며 그들은 정권을 되찾을 그 날을 그리며 원한 속에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소론이 간장 게장을 입에도 대지 않았던 이유
그런데 그 날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1724년 8월, 경종은 다시 고질병이 도져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이미 경종 3년부터 용하다는 의원을 들여 약을 1백 수십 첩이나 올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약을 계속 복용하는 바람에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나 내장은 허해져서 음식을 싫어하는 날수가 오래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8월 21일 밤, 경종이 갑자기 가슴과 배가 조이듯이 아프다고 호소하여 어의들이 들어와 진단을 했는데, 그 전날에 세제 궁에서 바친 게장과 생감을 먹은 것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의원들은 얼굴이 흑색이 되어 게장과 생감을 함께 먹는 것은 한방에서는 매우 꺼리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후 경종은 어떤 약을 처방해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더니 복통과 설사가 매우 심해졌고, 결국 8월 25일에 창경궁 환경정에서 승하하고 말았다. 이로부터 민간에서는 게장과 생감을 함께 먹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속설이 생겨 이를 금기시하게 되었고, 소론들은 자신들이 받들던 국왕이 게장을 먹고 죽었다고 생각하여 게장을 입에도 대지 않게 되었다.
경종이 승하하자 세제인 연잉군이 왕위를 계승하여 조선 제21대 국왕, 영조로 등극했다. 영조가 왕위에 올라 통치를 하고 있는 중에도 경종이 영조가 동궁 시절에 올린 게장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주장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영조는 왕위에 오른 지 불과 1년 만인 1725년에 노론 대신들을 정계에 복귀시켰고, 그 덕분에 노론은 다시 정권을 잡게 되었다. 이에 소론들은 분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마침내 남인에 속하는 이인좌, 한세홍 등과 손을 잡고 소현세자의 중손인 밀풍군 이탄을 왕으로 추대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이인좌는 송시열에 의해 사문난적으로 지탄을 받았던 윤휴의 손녀사위이다. 그는 발이 넓어 갑술환국 이후 정계에 발붙이기 어려웠던 남인들을 설득하여 안성의 이호, 과천의 이일좌, 거창의 정희량, 충주의 민원보등을 끌어들였다.
같은 남인인 정세윤은 나주의 나승대와 협력하여 600~700여 명의 유민을 바탕으로 녹림당을 형성한 다음, 지휘권을 이인좌에게 맡겼다. 이인좌는 반란의 성공을 위해 조총 수백 정을 마련했고 박필현과 심유현은 군사 훈련을 담당했다. 또 전라도 지역의 전주와 남원 장터에 영조가 경종을 독살했다는 괘서를 붙여 여론을 끌어 모았다. 그러자 동요한 지역유지들이 자금을 각출하고 집안의 노비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반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반란군의 군사력이 분산되는 등의 혼란도 있었지만 이인좌는 군사력을 보강하기 위해 애를 쓰며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때를 잡아 1728년(영조4년) 3월 15일에 먼저 권성봉으로 하여금 장례를 치르는 척 하면서 상여에 무기를 싣고 청주에 들어가게 하고는 그대로 쳐들어가 충청도 병마절도사 이봉상 등을 살해하고 청주성을 점령했다. 청주성 점령에 자신감을 가진 이인좌는 북으로 진격하며 목천·청안·진천을 거쳐 안성·죽산등 충청도와 경기도 일대를 장악하면서 각 지역에 수령을 파견하고 어려운 백성에게는 관곡을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성난 민심을 이용하여 백성들의 지원을 받아 군사력도 보충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큰 기대를 걸었던 영남지방과 호남지방의 호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데, 안동의 유생들이나 호남의 세력가들이 군사 동원에는 비협조적이었다. 게다가 조정에서는 오명항을 도순무사로 임명하여 반란군 진압에 나섰는데, 마침내 안성에서 반군을 진압하며 맹렬한 추격전을 펼쳤다. 신길만을 비롯한 향촌 사람들과 승려들이 합세하여 산사에 숨어있던 이인좌를 붙잡아 오명항에게 넘겼고, 오명항은 군중들을 제압하기 위해 거짓으로 이인좌의 목을 베는 척하면서 다른 사람을 베어 장대 끝에는 ‘적괴 이인좌’라고 써서 목을 매달아놓았다. 이인좌는 한양으로 압송시켰다. 한양에서 속을 끓이며 반란군의 진압 소식을 기다리던 영조는 마침내 이인좌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친히 숭례문까지 나가 오명항을 맞이하고, 창덕궁 인정문 앞에서 이인좌에 대한 친국을 시행했다. 이인좌는 함께 공모한 자들과 그동안의 일들을 자백한 후 다음 날 참수를 당했다. 반란군의 괴수는 원래대로라면 능지처사를 해야 하지만, 그가 윤휴의 손녀 부군임을 참작한 것이다. 결국 이렇게 이인좌의 난은 실패로 끝이 났지만, 이후에도 소론들은 한동안 간장 게장을 입에 대지 않는 전통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서오릉에는 경내에 숙종과 그의 네 부인들이 모두 잠들어 있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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