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힘들어도 괜찮아, 꿈꾸는 청춘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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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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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괜찮아, 꿈꾸는 청춘이라면
기고 고은 극단 구강구산 단원

일 년 전의 나는 선생님을 꿈꾸던 사범대학교 학생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임용고시에 합격해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고 안정된 미래, 기복 없는 평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대한민국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낮과 밤이 뒤바뀐 독서실에서 책장을 뒤적이며 스펙과 학점 고민에 밤을 새우곤 했다.

 

그런 나를 바꾼 커다란 물결은 우연히 보게 된 한 장의 전단 광고였다. “배우를 구합니다.” 특별한 경력도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 이 무심한 전단 한 장은 내 인생의 가장 극적인 변곡점이 되어 나를 바꾸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패스한 뒤 선생님이 되어 살아갈 줄 알았던 일 년 전의 나는 지금, 강진만 연극단 <구강구산>의 단원으로 배우를 꿈꾸는 연습생이 되어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에 매진한다.

 

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 그 작은 기회는 강진군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으로 음악의 도시인 강진은 강진 전문 공연단체인 극단 <구강구산>을 만들었다. 무대를 꿈꾸는 배고픈 예술인들에게 연기와 생업을 병행 하며 더 나은 조건에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표로 만들어진 구강구산은 강진 혹은 전남지역이 고향인 배우지망생들에게 숙식을 해결하며 연기 노래, 춤 등을 배워 무대에 설 수 있게 있게끔 지원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의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연기와 연습에 몰입할 수 있어서이다. 경험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생짜 초보들이 연기를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 까지 숙식과 교육을 지원 받는다는 것 자체가 곧 큰 기회이다. 거기에 더불어 무대에 오를 수 있으니 일석이조. 배우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덕목들과 무대 경험까지, 강진군의 도움 아래 배우 훈련의 모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를 비롯해 같은 꿈을 가진 아홉 명의 배우지망생들이 1년째 합숙훈련을 함께 하며 밤낮으로 연기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공식적 첫 공연인 <바람노래>를 관객들에게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14일 아트홀에서 치러진 노래극 <바람노래>는 강진을 대표하는 민족주의 문예운동가인 영랑 김윤식과 용아 박용철의 시로 강진만의 하늘과 계절, 산과 바다, 바람과 사람을 노래하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박용철 시인이 투옥 중 썼던 시구들을 엮어 악기와 함께 전달하는 설마한들이라는 곡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의 처절함과 비애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 숨소리 하나, 악기의 끼긱거리는 선율 하나까지도 음악적 장치로 활용하는 공연의 매순간은 언제나 나를 울컥하게 했다. 강진 대표 시인의 절절한 시구와 내가 연주하는 비올라 선율이 얽혀 전하던 그 오롯한 감동의 순간, 그로인해 관객들이 함께 그 감정을 공유하던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생의 기억이 될 듯 하다.

 

안정된 삶의 행로를 이탈해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나를 누군가는 치기어리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점수에 맞춰 들어간 학교와 그로 인해 강요하듯 결정된 미래에서 나는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靑春. 만물이 푸른 봄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그때의 나에게는 그리 푸르지도 봄처럼 따뜻한 기운을 갖지도 못한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 강진군의 좋은 지원 사업과 더불어 나의 꿈은 그 고유의 색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름답고 푸르른 청춘의 색을 말이다

힘들어도 괜찮다. 바로 지금이 꿈꾸는 청춘이라면 말이다. 온몸을 다해 연습에 매진하는 나의 오늘이, 배우라는 큰 꿈을 향해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언젠가 내 꿈을 성공적으로 이룬 뒤 웃으며 이 순간을 추억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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