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을 사랑으로 가꾸는 여인, 주위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 여성의 삶이 녹아든 가죽공예가 윤춘영
사람에게는 누구나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는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를 찾아보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막연하지만 그 무엇을 찾는 다는 것에 질문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서 자기가 찾았던 것을 손에 쥐는 듯이 어설프게 알게 되고, 그 시점에 이르러서도 확신이 없다가 그것에 빠져 들게 되면서 조금씩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삶을 살아가게 되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한다. 나를 이제까지 숨겨 두었다가 마치 하나씩 꺼내가는 것처럼 말이다.
윤춘영 그녀도 어느 날 내가 아버지의 딸이었구나 하는 것을 발견하고부터 자기 속에 감추어진 아버지를 닮은 유전인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내적 자기만의 잠재된 인자를 끄집어내어 새롭게 단장을 하기 시작한 자기의 삶이 바로 가죽공예에 대한 일이었다.
해남에서 태어나, 당시 학교선생님이셨던 부친(윤응수)께서 꽃나무를 심어 놓고, 이름표를 일일이 붙여주고, 동화책을 읽어 주셨던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는 윤춘영 작가는 예술의 끼를 부친에게서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그의 가죽공예는 ‘최명순 프란나채’를 운영하고 있는 사촌 여동생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 동생 집 거실의 바닥에 깔려있는 가죽공예를 발견 하고부터 저것이로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지금의 가죽공예가 윤춘영이 되었다. 40대 중반부터 시작해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와있다. 처음 가죽공예와 만남을 가졌을 때, 보는 순간 너무나 반해 영혼이 움직일 정도였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지금 가고 있는 공예예술의 길이 우연이 아닌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 보인다.
윤춘영 그는 주위 사람을 사랑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곧 그것이 자기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순수해져야 아름다워 진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다. 맑고 고운 마음이 그에게 있어 그렇게 곱고 아름다운 가죽공예 작품이 그의 손끝에서 마무리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공예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일상 용구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공예품에는 칠기 · 도자기 · 가구 · 장신구 따위가 있는데, 이들은 쓸모와 아름다움을 더불어 갖추고 있어서 예술적 가치도 높다. 따라서 공예품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쓰이는 물건으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장식품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공예는 미술적인 조형미를 갖춘 공업 생산품을 만드는 기술이나 또는 그 조형품을 가리킨다. 공예는 크게 수공예와 기계 공예로 나눌 수 있다. 수공예는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공예인데, 옛날에는 사람의 손이나 손으로 쓰는 도구로 직접 공예품을 만들었다. 지금도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 공예품 가운데는 사람의 손이나 손 도구를 써서 만드는 것이 많다. 그러나 산업 혁명이 일어나 생산 수단이 기계화된 뒤로는 사람이 만들던 대부분의 공예품을 기계로 만들어 쓰고 있다.
공예는 보통 공예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구분한다. 금 · 은 · 구리 따위의 금속을 사용하는 금속 공예, 나무에 칠을 하여 만드는 목칠공예, 흙을 이용하여 도자기 따위를 만드는 토도 공예, 유리로 술잔 따위를 만드는 유리 공예 따위가 그것이다. 그 밖에도 대나무 · 등나무 · 가죽 따위를 이용한 공예가 있다.
우리나라의 공예는 시대에 따라 종류와 모양이 바뀌어 왔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공예품에는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소박한 우리 겨레의 정서를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공예품에는 우리 겨레의 생활 감정이 다른 어느 나라의 공예품보다 잘 나타나 있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품은 금속 · 목칠 · 토도 공예가 주를 이룬다. 그 밖에 유리 · 피혁 따위의 재료를 사용한 것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경주의 금관총 등지에서 나온 신라의 금관과 금 귀걸이 따위의 금제품과 토기, 부여의 무령왕릉에서 나온 백제의 금관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장품, 고려 시대의 청자, 조선 시대의 백자와 목공예품 등은 활기차면서도 섬세한 우리 조상의 얼을 뚜렷이 보여 주는 공예품으로 온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지방에 따라 특산물로 발달한 공예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왕골로 만든 강화도의 화문석, 대나무로 만든 전라남도 담양의 죽세공품, 금조개 껍데기로 장식한 경상남도 통영의 나전칠기, 전라북도 전주의 부채 따위가 유명하다.
윤춘영 가죽 공예가 윤춘영 가죽 공예작품
〈경국대전〉에 의하면 조선 초 경공장에 각종 공예기술 분야가 129종이 있었으나 근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단절되고 30여 종만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공예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금속공예·도자공예·목칠공예·염직공예 네 분야이다. 제작기술에 의해 분류되는 전승공예 분야와는 달리 재료에 의해 새롭게 나뉜 이 네 분야는 조선미술전람회 공예부의 출품작 분류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다. 1950년대 말 대학에 공예 전공학과가 설치되면서 현재와 같이 굳어지게 되었다.
조형 미술의 하나. 실용적 물건의 본래의 기능(機能)과 미적 장식(裝飾)의 양면을 조화시켜 직물, 염직, 칠기, 도자기 따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제작하는 것인 공예(工藝)는 생활에 유용한 물건을 제작하는 공업기술과 미술 두 분야가 결합하여 유기적인 통일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단순한 도구적 기능과 심미적 기능 중 어느 쪽을 선택적으로 추구하는 경향과는 구별되며, 근대적인 예술관이 성립된 뒤에는 미술의 한 분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공예의 개념과 고유영역은 명확히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미술공예·산업공예·민속공예등 수요층과 제작방법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탈 봉건·근대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할 시기를 일제에 의해 타율적으로 보냄으로써 우리 공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은 채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공예와 산업을 분리시킨 일제의 공산정책은 공예계가 새로운 공업디자인 분야를 주체적으로 수용할 수 없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1980년대 초에는 그 동안 공예의 본령으로 여겨져 왔던 실용적인 면이 배제된 채 심미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새로운 흐름이 생기기도 했다.
공예라는 용어는 문호개방 이후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공예부가 신설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 이전에는 '생활 한다'나 '일한다'는 뜻을 지닌 '성녕'이라는 우리말이 일반적으로 쓰였다. 공예의 종류는 재료에 의해서 금속공예·도자공예·목칠공예·염직공예·유리공예·옥석공예·지공예·가죽공예·골각공예 등으로 분류된다.
가죽 공예(leather crafting)는 가죽을 이용하여 예술적이거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이다. 아무 무늬도 없는 통가죽(소가죽)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단하고 무늬를 새기고 염색하며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죽공예이다.
통가죽 콜랙션은 결코 돈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몇 십 년씩 계속 할 수 있는 윤춘영의 장인 정신 때문이다.
윤춘영 작가는 자기 자신이 명품이라는 것을 가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아름다운 가죽가방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간절함으로 마음을 비워가며 만들고 그런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기쁨이 있어 행복해 한다.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마음과 생각의 창조가 고스란히 담겨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이되는 그 점이 그가 가지고 있는 사랑법인지도 모른다.
몇 십 년씩 계속 할 수 있는 윤춘영은 그에게 장인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강진에서 가죽 콜랙션을 운영하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다.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들의 만족을 얻기를 기원하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보인다. 선 듯 자기 작품을 선물로 주는 순수함과 정이 가득 있는 사람이다. 나만이 만든 가죽공예를 서로 나누어 가는 것 그것은 윤춘영 자신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윤 작가는 가녀린 마음을 지니고 있고, 인정도 참 많고 눈물도 많았다.
윤춘영 작가는 지난 이야기를 전해 준다. 20년만의 동창회를 나가기 위해 무엇을 들고 갈까 생각했던 그가 어느 날 창고 거름자리를 지나가다 어머니가 내다버린 모시옷을 발견했다. 그는 그 옷을 들고 이틀 밤을 꼬박 새운다. 버린 옷에서 실을 뽑고 천을 이용해 가방을 만들었다. 두 밤이나 잠을 못자고 초라한 모습으로 곧바로 동창회를 나갔다. 가방을 보던 친구가(숙명여자대학교 미대 오화숙) “정말 네가 만든 것이냐! 이것 대통령상 감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 말이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고 한다. 윤작가 속에 내재된 예술성이 그때 발휘된 것인지도 모른다.
윤 작가는 한국가죽공예협회 이사로 전남지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2016년 ‘한양페스티벌’ 최우수상, 2005년 ‘전통생활공예 작품전’ 우수상, ‘전국관광기념품 창작아이디어부문 공모전’ 입상, 2012년 ‘한국아카데미 공예대전 공예부문’ 대상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윤춘영 작가는 중국, ‘한중교류전’을 비롯해서 8차례 이상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의 전시회를 가보면 ‘마가렛꽃무늬 하늘파란색 소가죽 숄터백’과 ‘들국화무늬 자주빛회갈색 초록색 소가죽 핸드백’ ‘모란그림 소가죽 핸드백’ ‘모란그림 소가죽 클러치백’ 등과 손지갑, 방석, 남성용지갑, 혁대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가 있다. 전남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과 졸업한 딸(이경은)에게도 끼는 이어졌다. 윤 작가는 영암, 담양, 장흥, 화순, 강진 지역 등의 동호인들이 조직되어 있어 더욱 탄탄한 자리매김 하고 활동하고 있다. 가죽공예의 저변확대에 자신이 먼저 헌신하는 자세를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자연에서 살면서 자연을 닮은 여인이다. 기쁨도 슬픔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남포리 갈대 길에 예술 바람이 불어 가죽공예가 활발히 춤을 추고 있다. 그는 말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더욱 사랑하면서 살자. 사랑 했을 때가 더 행복하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