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경강진향우회장 김유성 박사를 만나다
40년간 고향사람들의 안식처
박대통령 주치의로 직접 치료하기도
김유성 전재경강진향우회장은 6·25가 발발하던 50년에 강진농고를 졸업했다. 당시 6년제 강진농림중학교였는데, 강진은 물론 해남, 장흥, 완도 등지에서 몰려들어 3대 1 정도로 입학하기가 힘든 이름난 학교였다. 강진중 2회, 강진농고 5회로 졸업한 김박사는 전남의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의예과 2년 마치고 본과에 올라가서는 학비가 없어 1년간 휴학했다. 학비 못내는 것으로는 휴학이 되지 않자 가짜 폐결핵 환자가 되어 휴학을 한 후 강진에 내려와 영수 학원을 차렸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였는데, 김종배 강진농고 교장(나중 제일고 교장)이 새벽에 집으로 찾아와 영어선생이 군대가고 없으니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3학년에는 동창생도 있고 하니 1-2학년만 가르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졸랐다. 하는 수없이 강진농고 영어교사 노릇을 1년 가까이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김박사의 인생여정에서 인과 연의 철리를 느끼게 남들었다.
김박사가 전남의대를 다닐 때 도학무과장으로 영전한 김종배교장이 여러 학교를 소개해 주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준 일고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김박사는 중 고교생들의 피검사, 변검사, 회충검사 등을 하게 되어 솔직히 힘들이지 않고 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교장선생님을 뵙고 삽니다. 교장 30년에 제자가 둘 있는데 저를 제자중 제자라고 하십니다” 두 분은 지금까지도 애틋한 마음을 주고받는 사제지간 정리를 지켜가고 있다.
63년의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곧장 군대에 간 김박사는 수도육군병원에서 7년간 근무를 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자격도 땄고 인비인후과장도 역임했다. 육군 소령으로 예편하기까지 일화가 있다. 박정희대통령의 주치의로써 직접 치료를 한 것이다. 당시 박대통령은 축농증 수술을 서울대병원에서 했는데 수술 후 치료를 김박사가 도맡아 해낸 것이다. “아무래도 청와대와 수도육군병원이 가깝기 때문이었는데, 치료하면서 지켜본 박대통령은 마치 고향의 형님처럼 굉장히 서민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죠.”
나라가 군복무로 인해 시끄러울 때마다 김박사는 조사를 받았다. 수도육군병원근무 후 30사단 의무참모로 일할 때 서울지구 신체검사 대장을 겸직한 탓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 푼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촌지가 한 푼이라도 생기면 부하들과 한 잔 술로 없애버렸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수사관들과 친구가 되어버렸는데, 지금도 가끔 만나는 사이다.
김박사는 제대 후 곧바로 개업을 했고 가톨릭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립문이 있는 4대문 안에서 40여년 한자리 지켜
71년에 개업을 했으니 40여년의 세월이 다 된다. 서대문 독립문이 있는 곳에서 서대문쪽으로 100미터 지점에 있는 김유성이비인후과. 그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옮기지 않고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면서 김박사는 170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서대문구 의사회장 직을 두 번이나 했다. 82년부터 88년까지 6년간이나 한 것이다. 서울시의사회부회장, 대한의사협회 감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부이사장 9년(이사장은 의대교수가 맡음), 재경전남의대 동창회장 등을 맡았다. 전남의대 출신으로는 넘보기가 힘든 자리였다. 하지만 수도육군병원에서 일할 때 각 대학 출신 의사들을 다 만났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었다. 그래서 수고육군병원은 그야말로 김박사를 대해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만든 수원지인 셈이었다.
김박사는 김식 장관이 재경 강진중 강진농고동창회장을 맡은 후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4년간 동창회장을 맡으면서 활성화를 위해 애썼다. 무엇보다도 김박사의 사무실이 4대문 안에 있는데다가 교통이 편하다보니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누구를 만나든지 따뜻하게 대해주고 함께 식사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해주는 온후한 성품 탓에 강진중 강진농고 동창회원이 1천명도 넘는 적이 있었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고 고향사람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성품에 많은 사람들이 따른 탓도 있었다. 재경강진향우회장도 4년 7개월이나 했다. 2년 임기인데도 두 차례씩이나 해낸 것은 그만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들끓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좋다보니 우진회라는 모임도 만들어 12년간이나 회장을 맡았다. 각 읍면에 2-3명씩으로 구성된, 그래도 서울 장안에서 출세께나 한 사람들로 20여년간 지탱해 온 모임이었다. 전 이대길 서울경찰청장, 문일섭 전 국방부차관, 현 김수복 재경향우회장 등이 회원이다. 김박사는 아끼고 자랑스러운 김수복 재경회장에게 강진중 농고동창회장은 물론 재경향우회장 자리도 물려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향우회 활동은 김박사가 얼마나 애틋한 애향심이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나는 행운아이다
김박사는 우선 자신의 집에서 누구 하나 중학교 이상 간 사람이 없는데 대학까지 마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운아라고 생각하고 있다. 강진도립병원 치과과장을 지낸 큰형님 밑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조카들에 대한 애정이 유달리 깊다. 세 조카 중 하나는 강진중농고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명예퇴직을 하였고, 둘은 모두 의학박사이다. 어려울 때면 항상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만큼 가깝게 지낸다.
김박사는 2남 2녀를 지녔다. 장남은 서울의대 이비인후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병원에서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공직에서 일하고 있고, 차남은 한양대를 졸업한 후 골프 피칭 관련의 일을 맡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 유명선수들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골프채가 선수의 몸에 맞게 교정 지도해주는 직업이다. 두 딸 중 큰딸은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강사를 역임했고, 작은 딸은 서울대 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시향에서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항상 내 위주로 살기보다 남을 배려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내 자신이 행운아가 되어 살아온 세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정의 복락은 물론 특별히 고생도 하지 않고 지방대 출신이면서도 서울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 모두가 행운아였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사모님 역시 약사출신으로 명문의 집안이기도 한 것이어서 김박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자주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수도육군병원에서의 복무. 그 또한 가난 때문에 월 5백원 밖에 되지 않은 일반 병원의 수련의로 들어가지 않고 월 3,700원의 수도육군병원을 선택한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는 거였다. 당시 사귀었던 인맥으로 인해 지금도 김박사의 발은 강진만보다도 더 넓고 크다.
고향발전과 모교 발전되기를 꿈속에서도
“강진은 예부터 동순천 서강진”이라고 통했고 서남부의 중심지였습니다. 강진농고 역시 서울대 농대를 1등으로 들어간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에는 시기가 있는 법이어서 진즉 강진농고를 대학으로 승격시키는 일에 앞장서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김재철 회장과도 언급을 했는데 모든 게 내 노력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박사는 한(恨)이 된 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고향을 사랑하지 않고 누가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유독 고향사람을 좋아했고 사랑했고 고향사람을 항상 보듬고 살아왔던 김박사이고 보면 그의 한숨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강진은 오히려 이 시대에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을 가진 고을이 아니겠습니까”면서 “이제는 출향인들 모두가 뭉쳐서 고향사랑의 실천을 전개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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