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창부수
병영면 지로리
김종규(53), 안명희(51)부부
물려받은 땅 1천 5백평이 7천평으로 늘었네요
김종규씨와 안명희씨는 병영면 지로리 1,200평의 포도하우스에서 포도 줄기 유인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무화과하우스를 했으나 올해 포도로 작목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무화과는 인근 지역에서는 소비가 잘 안 되는 작목으로 목포나 광주 등지로 출하를 해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그러나 포도는 저장성도 좋고 지방소비도 쉽게 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작목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외에도 배 과수원 1,200평, 단감 1,000평에서 과수를 수확한다. 김씨는 27살 때 친구의 소개로 안씨를 만났고, 순창이 고향인 안씨는 서울에서 방직공장을 다니고 있을 때 외사촌언니의 소개로 김씨를 만났다. 둘은 광주에 사는 김씨 친구(현재 동서지간) 집에서 선을 봤다.
그때 대화 중에 김씨가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까 소득이 얼마나 되느냐고 안씨가 물었다. 김씨는 “당시 오이하고 수박 비닐하우스를 하면서 건축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연 1,500만원은 된다고 했지요.” 그러자 안씨는 “아고, 직장 생활하는 것 보다는 얼른 벌겄다 싶었지요. 근데 속았어요.”라며 웃는다. 김씨는 6남매의 장남이며 장애가 있는 부모님을 모시고 있었기에 결혼조건이 좋지 않았다. 그런 자신의 가정형편 때문에 결혼을 속전속결로 밀어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1월 5일에 선본 뒤 13일에 만나 예물을 하고 29일에 결혼을 했으니 만나지 한 달 만에 결혼한 것이다. 김씨는 “그때 하우스를 하고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할 시간이 없었어요. 또 마음에 들은께 얼른 결정했지요. 뭐······ 내 총재산이 이것이다 라고 다 까불쳐도 좋다고 따라옵디다.”결혼 후 선물 하나 안받아 봤다며 핀잔을 하는 안씨는 “아! 서울서도 미남 꽉 찼어요. 돈에 속고 속은 것이 27년 됐네요. 살다가 신혼여행을 갔는데 경비가 부족해서 예물도 팔아서 써버렸고요. 지금껏 선물이라는 것 한번도 받아보질 못했어요.” 안씨의 핀잔이 오히려 맛을 내는 조미료처럼 느껴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웃게 된다는 김씨 부부. 이제는 서로를 치켜세운다. “나 한테 잘해요. 참 잘합니다.” 그러자 안씨는 “저는 한 것도 없어요. 뭘 잘한대요. 한 것도 없네요.” 국민학교 졸업 이후 줄곧 서울에서 생활한 안씨는 농촌 일을 몰랐다. 그래서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편만 따라다녔다.
그러나 아이들이 크면서 돈이 필요하게 되고 욕심이 생겨 저절로 남편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인자 나를 부려먹어요.” 김씨는 일을 몰랐던 아내가 이제는 앞장서서 일을 만든다면서도 둘이 일한만큼 얻는 농촌생활이 마음 편하다고 한다. 농촌생활이라는 것이 눈뜨면 일이다. 잠시 게으름을 피면지천으로 풀이 쑥쑥 자라나기 때문에 일을 안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김씨부부는 돈이 벌리면 주변에 땅을 샀다. 처음에 부모님께서 1,500평의 땅을 물려주셨으나 지금은 7,000평이 넘는 땅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더 쉴 틈도 없게 되었다. 땅은 가꾸지 않으면 언제든 풀밭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잠시도 손을 놀릴 수 없으니, 저절로 시골아낙네가 될 수밖에 없다는 안씨는 “처음엔 맨날 월급날짜만 되면 짜증이 나대요. 농촌일은 열심히 해도 현금이 안 들어오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어쩌든지 월급을 받는 날은 목돈이 손에 들어오는 즐거움이 있잖아요.” 결혼 한지 두 달 되어 무작정 서울로 가자고 했다는 안씨다. 아이들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살았다고 속내를 털어놓는 안씨를 보면서 남편은 아내의 고생을 인정한다. “우리 집사람이 참 야물어요. 고생 참 많이 했어요.” 그러고 보면 시골로 시집와서 장애가 있는 양시부모와 시동생들의 수발에 얼마나 마음 고생했을까 싶다.
농번기와 농한기가 따로 없다는 김씨부부는 겨울철 내내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 부부의 직장인 하우스안의 포도나무300주와 배나무 700주를 자신들의 직원으로 생각하기에 매일 함께 있고 보살핀다는 것이다. 김씨부부는 과수로 연간 5,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늘 재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큰 소득은 되지 못한다면서도 1억이 목표라고 귀띔했다. 또한 아들은 취직해서 해외파견 근무 차 싱가포르에 있으며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 준비 중이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