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6연패, 왕위전 7연패 신화 이루고, 조훈현 9단에 왕좌 넘겨
2007년 천(天)-지(地)-인(人) 김인 전집 3권 발간, 명국 소개한 책
2018년은 김인 9단이 올해로 입단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1943년에 태어난 그는 많은 세월 동안 바둑과 함께 살아왔다.
김인 9단은 고 조남철 9단의 뒤를 이어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10여년간 바둑계의 1인자로 군림했다. 조남철 9단은 바둑의 개척자인데 반해 김인 9단은 그 뒤를 이어 화려한 바둑의 세계를 누린 것이다.
김인 9단이 태어난 곳은 강진읍 서성리이다. 그런데 어느 날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던 어느 하루 우연히 도립병원 앞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평소에 가지 않았던 길이었는데, 나무 그늘 벤치에서 두 분이 앉아 바둑을 놓고 있었다. 소년 김인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넋을 잃은 채 구경을 했다.
그때 의사였던 한 사람이 바둑을 둘 줄 아느냐고 물었고, 소년 김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의사는 한 번 두어보자며 바둑돌을 주었다. 실력은 막상막하였다. 그런 일이 있고난 후 소년 김인은 자주 도립병원 의사와 바둑을 두었고 귀가 시간이 자주 늦어졌다. 당시 소년 김인의 바둑 실력은 8,9급이었다. 강진읍장으로 재직하던 부친이 왜 자꾸 귀가시간이 늦어지느냐고 묻자 소년 김인은 자초지종 털어놓았다.
부친은 강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둔다는 강진 국수 최경현 씨를 소개시켜 주었다. 최선생은 아마 초단의 실력을 가진 분으로 겨울방학 동안 한 달간 배웠는데 수준이 거의 비슷해졌다.
부친은 기왕 바둑을 배우려거든 서울에 올라가서 배우라며 일본유학 시절 알게 된 부친의 친구분이 써준 소개서를 들고 상경했다. 그때가 1955년 3월이었다. 소개서를 받은 분은 한국기원을 출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년 김인도 한국기원을 다니게 되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부친의 친구인 김성호 국회의원 집에서였다.
소년 김인은 이듬해 전문기사가 될 수 있었다. 전문기사란 전국적으로도 2-30명에 불과했으므로 대단한 일이었다. 전문기사란 1단을 의미한 것으로 9단까지 있었다. 그런 전문기사를 한국기원에서는 봄 가을로 2명씩 배출했다.
소년 김인은 오직 바둑에만 전념하며 한국기원을 계속 다녔다. 그러면서 내기바둑을 둘 정도로 한국기원을 출입하는 노국수란 분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편, 소년 김인은 바둑에 발을 들인 이상 오직 최고의 고수가 되어보겠다는 야망을 불태웠다. 그리하여 한국일보에서 주최한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하였고, 조남철 국수와 2점 점바둑을 두기도 했다. 상경 3년만인 1958년 가을 입단대회에서 강철민과 함께 프로가 되었고 매년 승단해 4단이 되었다.
한국기원을 다니는 사람들 중 일본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분들은 김인에게 일본에 가서 바둑을 배워보라고 권했다. 김인은 4단 자격으로 일본에 건너갔는데, 18세 청소년 때의 일이었다.
조남철 국수에게서 소개장을 받은 김인은 기타니 이노루(木谷實) 문하에 들어갔는데, 기타니 선생은 제자들과 실력을 겨루도록 시킨 후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 뒤 일본기원에서 프로 3단증을 인증 받았다. 이때 일본의 젊은 기사들은 실력도 모르는 한국 기사에게 3단을 왜 주느냐고 반발했지만 바둑잡지 기도(棋道)가 주최한 ‘아마추어 4대 천왕과 프로’ 간 이벤트 기전에서 승리한 후에는 반발이 사라졌다.
김인은 병역문제로 1년 8개월만에 귀국해서 육군본부 근무중대에 배속 되었다. 근무중대는 체육특기자들이 주로 가던 곳으로 거기에서 다시 국회연락장교단에 배속 되었다. 그는 국회의원과 군 장교들의 바둑 상대로서 일을 했다.
1966년 김인 9단은 제10기 국수전에서 9연패를 기록 중이던 조남철 8단을 이기고 현대바둑사상 첫 세대교체를 역사적으로 이뤄냈다. 이 순간은 김인 9단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었다. 김인 9단은 여세를 몰아 새로 탄생한 1기 왕위전에서도 조남철 8단을 2대1로 이기고 3관왕에 올랐다. 이제 ‘김인 시대’를 여는 순간이었다. 그 시대에는 국수와 왕위전이 가장 큰 기전이었는데, 양손에 두 기전을 거머쥐고 각각 6연패와 7연패를 기록한 김인 9단이었다. 또한 패왕전과 명인전 역시 조남철 8단을 이기고 무적의 김인 시대를 열었다.
1968년 불패행진을 펼쳤을 때 김인 9단은 최다연승 부문 역대 1위였고 40연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러나 김인 9단은 현재에도 바둑계 원로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지내면서도 당시 일인자 자리에 머무는 동안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게다가 바둑에 전념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김인 9단은 바둑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정한 고수는 반전무인(盤前無人), 즉 바둑판 앞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바둑을 두어야 하는데, 상대의 눈치를 보면서 바둑을 둔다면 안 되는 일이다.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경지가 아니다”라고.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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