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인문학으로 본 세상 - 한국화 이야기
HOME 회사소개 이용약관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기자회원신청
로그인 회원가입
기본스킨 오렌지스킨 보라스킨 연두스킨 그레이스킨
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뉴스홈 > 칼럼
2018-09-11
글자크기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인문학으로 본 세상 - 한국화 이야기
김홍도 '게와 갈대' 그림은 임금에게 직언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어라 는 뜻이 들어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동양화라고 부르는 한국화는 많이 볼 수가 있다. 특히 전라도에서는 시골집에 가도 한 점 정도는 흔히 볼 수가 있다.

서양화는 대체로 캔버스()에 유화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두터운 종이에 수채로 그리는 그림도 있고 요즈음에는 아크릴 같은 특수 물감도 널리 쓰여 지고 있다. 동양화로 알려져 있는 그림들은 주로 화선지(종이)에 먹()으로 그려진다. 물론 천()에다 채색(顔料)으로 그리는 그림도 있다. 지금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서양화나 동양화에서 쓰여 지는 재료에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양화가 오랫동안 캔버스에다 끈적끈적한 유화 물감을 발라서 그림을 그렸고, 동양화가 화선지에다 먹을 쳐서 그림을 그려 왔기 때문에 이런 습관이 결국 서양화와 동양화의 특수성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물론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별이 단순히 재료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그림의 내용이나 형식에서 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수묵 산수라든가, 사군자(四君子), 화조(花鳥), 어개(魚介), 금수(禽獸), 기명절지(器皿折枝) 등 이런 내용물들은 서양화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또 동양화에서 병풍이라든가 족자(걸개그림), 부채와 같은 특별한 형식의 그림도 있다.

우리는 동양화로 알고 있었던 이런 양식의 그림들을 한국화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에 들어서였다. 사실 동양화라는 것은 중국 사람들의 그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국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던 그림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한국, 일본, 몽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오랫동안 공동의 문화권에서 살았으므로 동양화는 서양화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화권을 상징하는 그림 양식의 명칭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문화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을 때에는 그저 그림으로 통했다. 거기에다 중국화, 한국화, 일본화니 하는 명칭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근세에 이르면서 전반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서방 세계의 침략을 받으면서 국수주의적인 기상이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자신들의 그림을 먼저 중국화(中國畵)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일본은 19세기 말에 이르러 그들의 그림을 일본화(日本畵)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리는 그 뒤에도 계속 동양화라는 이름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부 화가들이 한국화라는 용어를 쓰게 되고 1980년대 이후에 오면서 국전(國展) 같은 데서도 동양화라는 이름 대신 한국화라고 공식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한국화라는 명분 아래 그리는 그림 가운데에는 과거의 동양화, 이른바 중국적인 영향의 그림과 구분할 수 없는 그림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과거의 양식에서 탈피하면서 의욕적으로 오늘의 한국화를 지향하고 있는 화가들의 그림 가운데에는 현대 서양화의 양식과 구별할 수 없는 그림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국인이 그린 그림은 모두 한국화라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천에다 유화 물감으로 그린 것이나 종이에다 먹으로 그림을 그리 것이나, 그런 것은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지 그 자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의 화단을 둘러보면, 캔버스 그림 속에 동양적인 요소가 들어와 있는가 하면 화선지 그림 속에 서양적인 요소가 들어와 있기도 하고 그 양쪽이 서로 섞이어 뒤죽박죽이 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그림의 재료 자체가 국제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서양화를 찾고 한국화를 찾는 것은 사실 우스꽝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한국화의 특수성이나 주체성을 강조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주장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는다. 예컨데 그림 그리는 재료가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물질적인 수단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캔버스와 화선지 또는 유화 물감과 먹은 서로 같은 값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캔버스나 유화 물감은 그림 그리기 위한 단순한 물질적인 수단일 수 있겠으나 화선지와 먹의 경우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화선지와 먹은 과거의 동양 문화권에서는 하나의 물질인 동시에 정신적인 어떤 것이었다. 말하자면 물질과 정신이 결합되어 있는 제 3의 어떤 것, 그것이 수묵사상(水墨思想)이고 동양 사상이었다. 불과 물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 술이고 그것을 마실 때 취하듯이, 수묵도 그것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취하게 만드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수묵에 대한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서양화와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동일한 범주 속에 넣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신념만으로 한국화의 독자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화선지와 먹으로 그리는 그림은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오늘의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도 계승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화란 무엇인가. 한국화는 일차적으로 동양화의 범주 안에 있으면서 중국, 일본을 비롯한 다른 이웃나라의 그림과 같지 않는 어떤 것이라야 한다. 그러나 동양화가 먹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비단과 같은 천에 채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른바 진채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결코 한국화의 정의가 간단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화에는 뜻이 들어있다. 우리가 흔히 한국화를 그림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동양화는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이다소위 한국화(동양화)는 그 그림을 감상하기에 앞서 그 그림이 나타내는 뜻(意味 의미)을 먼저 알아야 한다

 동양화는 반드시 나타내고자하는 뜻이 있으므로 이치에 맞지 않거나 일정한 법칙이나 제한 등을 가지고 있다동양화가 나타내는 뜻을 알고 있으면, 동양화 감상에 흥미가 생길 것이고, 좀 더 친숙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김홍도 '게와 갈대' 그림은 임금에게 직언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어라는 뜻이 들어있다.

게 두 마리가 갈대 이삭 하나를 놓고 각축을 벌인다. 게와 갈대는 흔히 함께 그려지는 짝이다. 비교적 단순한 조합이다. 무슨 뜻일까?

비단에 담채. 23.1×27.5, 간송미술관 소장

 먼저 갈대의 의미를 읽어보자. 갈대는 한자로 로(). 게가 갈대를 물어 전하면 '전로(傳蘆)'인데, '전려'란 말에서 나왔다. ()와 려는 우리말 음으로는 달라도 중국음은 모두 ''. 전려는 예전 과거시험을 볼 때 합격자를 발표하던 의식이다. ''는 전고(傳告), 즉 전하여 알린다는 뜻. 궁궐의 전시(殿試)에서 황제께서 납시어 합격자를 발표한다. 황제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각문(閣門)에서 이를 이어받아 외쳐, 섬돌 아래까지 전한다.

그러면 호위 군사가 일제히 큰 소리로 그 이름을 외친다. 한 사람씩 호명될 때마다 각문 밖에선 탄식과 환호가 엇갈렸다. 생각만 해도 근사한 장면이 아닌가. 이후로 전려는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되었다. 갈대의 의미는 그렇다 치고 왜 하필 갈대를 무는 것이 게였을까? 게는 한자로 해().

예전 과거 시험은 각 지역의 향시(鄕試)에서 합격한 사람만 중앙으로 올라가 전시(殿試)에 응시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발해(發解). ()와 해()의 음이 같다. 발해에 뽑힌 사람[]이 다시 전시에서 전려(갈대), 즉 급제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게다가 게는 등딱지가 갑옷처럼 되어있어 그 자체로 갑제(甲第)의 뜻도 있다. 이제 화제를 풀 차례다. 여백에 경쾌한 필치로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海龍王處也橫行)"는 글귀를 썼다. 횡행개사(橫行介士)는 게의 별명이다. 게는 옆으로 걷는다. 말 그대로 횡행(橫行)한다. 개사(介士)는 강개한 선비란 뜻이지만 집게까지 든 갑옷 입은 무사이기도 하다. 횡행한다는 것은 제멋대로 거리낌 없다는 말이다. 게 그림의 화제에 횡행사해(橫行四海)라 쓴 것도 많은데 천하를 마음껏 주름잡으란 뜻이다. 그러니까 화제의 의미는 임금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바른 말을 한다는 뜻이 된다. 당나라 때 시인 두목(杜牧)'영해' 시의 한 구절이다. 원시는 이렇네. 생각 없이 번개 우레 겁먹는다 하지 마소.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오(未遊滄海早知名, 有骨還從肉上生. 莫道無心畏雷電, 海龍王處也橫行)." 모든 동물은 살 속에 뼈가 있다. 게는 뼈 속에 살이 있다. 걸핏하면 구멍 속으로 쏙쏙 숨는다고 겁쟁이라 얕보지 마라. 바다 용왕 앞에서도 삐딱하게 옆으로 걷는 강골이라는 말씀이다.

갈대 이삭을 문 게로 과거 급제를 축원했다. 두 마리를 굳이 그린 것은 소과 대과에 연달아 합격하란 속뜻이 있다. 합격에서 그치지 않고 화제로 급제한 후에 천하를 주름잡는 큰 인물이 되어 임금 앞에서도 직언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라는 주문까지 담았다. 게의 두 가지 상징을 절묘하게 겹쳐놓은 것이다.  

김홍도의 고양이와 나비 그림은 70, 80살까지 오래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살금살금 기어가던 고양이 위로 긴꼬리 제비나비 한 마리가 훨훨 날아든다. 서로 어우러져 호응하는 형세다. 앞쪽에는 듬성듬성 놓인 바위 사이에 빛깔이 다른 패랭이꽃이 한 무더기 피었다. 고양이 바로 앞쪽에는 제비꽃 한 포기가 고개를 동그랗게 숙였다. 고양이와 나비, 패랭이꽃과 제비꽃, 그리고 바위의 조합을 읽어야겠다. 먼저 고양이와 나비. 고양이와 나비가 어우러진 그림은 흔히 모질도라 한다. 모는 70 늙은이, 질은 80 늙은이를 뜻한다. 고양이 묘()와 나비 접()의 묘접(猫蝶)의 중국 음 '마오[mao]디에[die]'가 모질과 같아, 이런 의미 부여가 이루어졌다.

김홍도의 고양이와 나비. 종이에 채색. 가로 46.1×세로 30.1cm, 간송미술관 소장

다음은 패랭이꽃과 바위다. 패랭이꽃은 한자로는 석죽화(石竹花)라 한다. 줄기에 마디가 져서 마디마다 댓잎 같은 걀쭉한 잎이 나므로 이런 이름을 얻었다. 담박하고 청초한 들꽃이어서 뜻 높은 군자의 기풍을 나타낸다. 또 석()은 바위로 늘 장수의 상징이고, ()은 중국음이 축()과 같은 '[zhu]'여서 이 둘이 만나면 축수(祝壽)의 의미를 띤다. 그 옆에 바위까지 한데 그렸으니, 석죽화와 바위가 만나 '오래 살기를 축원한다'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나머지 하나 남은 것은 화면 아래쪽의 제비꽃이다. 제비꽃은 꽃대가 갈고리를 건 것처럼 안으로 굽었다. 한자로는 여의초(如意草)라 한다. 여의(如意)는 중국 사람들이 지금도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얹어두곤 하는 물건이다. 보통은 나무를 깎아 만들고 금속 소재로 만들기도 한다. 이 여의의 모양이 꼭 제비꽃의 꽃대와 같은 생김새다. 원래의 용도는 효자손처럼 등의 가려운 곳을 마음먹은 대로(如意) 긁기 위한 것인데 나중에는 장식용 물건이 되었다. 그러니까 화면 아래쪽에 그린 제비꽃은 '뜻하신 대로 이루시라'는 의미가 된다. 바닥에 무성하게 깔린 잡초도 언뜻 보아 두어 종류가 있다. 그림 속의 잡초들은 덩굴로 뻗어 자라는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합쳐 읽는다. "뜻 두신 일 뜻대로(제비꽃) 모두 이루시고, 나이 70(고양이) 80(나비)살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바위) 사시기를 축원합니다(석죽화)." 틀림없이 생일 선물이나 회갑 기념 선물로 그려준 것이다. 화제에는 "벼슬은 현감, 자호는 단원, 또는 취화사(醉畵士)"라고 써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를 드러냈다. 추사가 그린 그림 중에도 모질도가 있다. 워낙 묘사력이 형편없었던 추사는 갈필로 겨우 쥐인지 고양이인지조차 분간 안 되는 고양이 한 마리를 그리다 말고, 화제에 모질도 라고 썼다. 권돈인의 생일 선물로 준 것인데, 나비는 없지만 화제를 보고 알아서 생각하시라는 재치가 담겨있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스크랩하기
기자이름없음 
칼럼섹션 목록으로
이형문의 인생교양 칼럼 21...
'영원한 사랑, 엘비라 마디...
이형문의 인생교양 칼럼 21...
이형문의 인생교양칼럼 173
이형문의 인생교양 칼럼 22...
다음기사 : 인문학으로 본 세상 - 한국화 이야기 (2018-09-18)
이전기사 : <사람 사는 이야기>내동마을 부녀회장 최연례 씨 (2018-09-11)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기고> 4만5천...
인터넷 중독은 마...
자동차 100만대, ...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게시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사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