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우리는 부창부수 "강진읍 서성리 최갑수(57), 윤점순(52) 부부"

우리는 부창부수

강진읍 서성리

최갑수(57), 윤점순(52)부부

“믿어주는 아내 이해해주는 남편”

최갑수씨는 평일 아침이면 매일 강진터미널로 나간다. 오전 7시 40분 출발 동신대학교 셔틀버스를 5년째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수씨는 대학5학년이라고 스스럼없이 대답하기도 한다. 최씨부부는 둘 다 군동면 화방마을이 고향이다. 갑수씨 어머니와 점순씨 어머니는 한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면서 농담을 주고받다가 사돈간이 되었다. 그러니까 갑수씨는 6남2녀 중 장남이었고, 점순씨는 7녀1남 중 셋째 딸이다. 아들이 하나 밖에 없던 점순씨 어머니는 아들이 많은 갑수씨 어머니를 늘 부러워하더니 드디어는 이웃에서 아들처럼 보아오던 갑수씨를 사위 삼겠다고 하였다. 그때 갑수씨는 이미 35번의 선을 보았으나 모두 실패하고 29살 노총각이 되어 있던 상태라 이웃 어머니가 사위를 삼겠다는데 마다할 리가 없었다. 당시 갑수씨는 총각 때 4H활동과, 마을문고 활동으로 동네에서는 야무지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79년 화방마을 마을문고는 전남권에서 제일 많은 책을 보유했다는 점으로 2000권 돌파탑과 내무부장관 표창을 받게 되어 갑수씨가 대표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점순씨 또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긴 했으나 도시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며 시골사람과 결혼해야 자유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어머니가 맺어준 결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시댁 살림이 좋지 않았다는 점순씨다. “겁나 부잔 줄 알고 갔는데요. 가본 게 별로 없더만요. 어렸을 때 시어머니가 배추 등을 주었던 기억과 보리도 베면 주고해서 좀 있는 집이다 싶었죠. 그래서 금방 재금 내줄 것이다 믿고 갔는데 살림이 없더라고요.”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좋아서 아들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과 아들이 하나라서 아들 하나 더 생긴다는 생각으로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친정어머니였다. 79년 결혼해서 큰 아들을 낳은 후 10일 만에 갑수씨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영동농장에서 장비 일을 하게 된 갑수씨는 달마다 큰 돈을 보내왔다. 당시 공무원봉급이 16만 원 정도였을 때 50여만 원이 넘는 돈을 보내왔으니 큰 벌이였다. 점순씨는 그 돈을 꼬박꼬박 모았고 1년을 모으니 600만원 정도가 되었다. 2년간을 사우디에서 지낸 남편 덕분에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남편이 40도가 넘는 더운 나라에서 외로움을 달래가며 피 땀 흘려 보내온 돈이기에 한 푼도 헛되이 쓸 수 없었다는 점순씨는 “한 번은 휴가를 나왔는데 100만원을 들고 왔더라고요. 그런데 그 돈을 하루저녁에 다 쓰고 돌아오지 뭐예요. 그래도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인데 제가 뭐라 할 수 없잖아요. 어린 나이이기도 했고요. 결국 모은 돈도 아버님 빚 갚는데 거의 쓰고 나머지 돈으로 농사짓기 위해 자재를 구입해서 신전 영동농장으로 갔지요.” 85년부터 최씨부부는 하우스를 지어 생활하며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농사만 가지고는 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갑수씨는 다시 강진읍 전업사에 취직했고, 농사는 점순씨가 했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농번기에 힘들게 일해 돈이 되어도 농한기에 일이 없으니 쓰는 일 밖에 없는 생활이어서 농번기 농한기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를 농사를 접고 갑수씨는 덤프트럭을 구입해서 일했고 점순씨는 성요셉여고 급식소 조리사로 들어갔다. 점순씨는 13년째 성요셉여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갑수씨의 덤프트럭 일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실컷 일하고 받지 못하는 돈이 허다했던 것이다. 어음을 받아놓고 건설회사 부도나면 그만이었고, 안주고 떼이면 그만이었다. 결국은 좋은 일했다 셈치고 덤프일을 그만두니 마음이 편했다고 두 부부는 입을 모은다. 그러다가 울컥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것이 현재 지니고 있는 대한관광 버스이다. 다행히도 차를 구입과 동시에 동신대 일이 한꺼번에 생겨 지금껏 기쁜 마음으로 운전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쁨마음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해졌는지 동신대 홈페이지에 ‘친절한 기사님’ 이라는 글이 올라가 학교에서도 좋아하고 스스로도 보람을 느낀 일도 생겼다. 남들은 편한 말로 ‘돈이 따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갑수씨와 점순씨는 언제나 ‘살길은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오니 앞길도 열렸다고 입을 모은다. 점순씨는 “없는 살림에 기죽지 말라고 아들(최성주29) 딸(최아영26) 대학 가르치고 애쓰며 살은 남편께 감사하죠.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지요.” 갑수씨는 “믿고 따라주고 이해해주어서 고마울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이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