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창부수
칠량면 영동리
선상수(51) 나미정(46)부부
선상수씨와 나미정씨는 칠량면사무소 건너편에서 각각 성도설비와, 호산나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상수씨의 고향은 보성이며, 미정씨의 고향은 장성이다. 고향도 아닌 타지, 그것도 시골의 작은 면에서 정착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고향보다 더 마음 편한 곳이 되었다고 한다. 미정씨는 이십대에 서울의 미용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수씨가 미용실을 찾아오게 되었는데 첫 눈에도 촌뜨기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도그럴것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서울 물을 먹은 큰 애기 마음에 들리는 만무했다. 큰형수가 운영하던 미용실에 찾아온 상수씨는 그 다음날 다시 찾아왔다. 그 뒤 매일 같이 찾아와 미정씨만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미정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 달 동안을 찾아오는 상수씨가 보기 싫고 귀찮아 미용실을 나와 버렸다. 그 뒤 잠시 기도원에 가 있다가 시골 장성 집에 가보니, 얼마 전에 상수씨가 다녀갔다는 거였다. 미정씨가 미용실에서 안보이자 상수씨는 미정씨가 고향에 내려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주소만 들고 장성의 미정씨 집을 찾아갔다. 상수씨는 미정씨 부모님께 누구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동생친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미정씨 부모님은 상수씨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잠까지 재워주었다. 미정씨는 얼마 후 고향집에 와서야 부모님에게서 상수씨가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사람이 거짓말 없이 착실하고 부지런하게 보인다며 결혼하면 어쩌겠냐고 물었다. 깜짝 놀란 미정씨는 부모님께 버럭 화를 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잠까지 재워 보내고는 결혼하면 어쩌겠냐는 부모님의 말씀이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 뒤 다시 정리를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그날 미장원에 찾아온 상수씨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 사귐의 시작이 되었다. 그 뒤 미정씨는 광주로 내려와 미용 일을 계속했다. 미정씨는 “마음에 전혀 들지 않지만 함부로 말할 수는 없잖아요. 불쌍해서 동정심으로 잘 대해 준 것뿐인데 혼자 좋아서 아 다니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상수씨는 “그냥 좋아서 아 다녔어요. 마음이 참 따뜻한 여자예요.” 상수씨는 결국 미정씨가 시골에서 살 것 같지 않았는지 광주로 올라왔다. 광주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상수씨와 미정씨는 각각 설비일과 미용 일을 하며 아들 하나를 낳은 뒤 결혼식을 올렸다. 그 뒤 부부는 서울로 다시 올라갔으나 적응이 안 되어 돈만 까먹고 9개월 만에 강진으로 오게 되었다. 마침 시동생이 칠량에서 장미재배를 하고 있었고 동서가 하던 미용실을 해보라는 거였다. 영동리 사람들은 한번도 타지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상수씨와 미정씨는 낮에는 보일러 시공일과 미용 일을 했으며 밤에는 하우스에서 꽃 묶는 일을 했다. 아침에 출하해야 하는 장미꽃이기에 밤을 새워가며 묶는 일도 많았다. 너무 많은 일에 힘든 세월을 보냈지만 노력한 만큼 보람도 있는 생활이었다. 7년 동안 해왔던 900평 장미하우스는 3년 전에 러브 콜을 해오는 사람이 있어 넘겼다.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몸이 힘들어 한 가지 일을 접어야 했던 것이다. 미정씨는 말한다. “손님들이 그래요 저렇게 착실한 남자를 만나서 좋겠다고요. 다 잘하고 열심히 살았고, 더 이상 바랄 것 없을 정도로 잘해요. 묵묵하고 말도 별로 없는데 어쩌다 한 한마디가 가슴에 못을 박아요.” 상수씨는 말한다. “자네 아니면 나는 죽은 목숨이네.” 라고. 상수씨부부는 함께 교회에 나가면서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며 서로의 일에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을 제일로 생각한다. 장성한 두 아들 보환(24)이도 직장생활에 충실하며, 재환(19)이도 광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열심히 살아온 보람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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