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우리는 부창부수 신전면 벌정리 논정마을 이명국(49), 김말자(47) 부부

우리는 부창부수

신전면 벌정리 논정마을

이명국(49), 김말자(47)부부

말괄량이 도시처녀 김말자씨는 농촌생활 20년 되었지만 아직도 장난끼 많은 소녀기질이 다분하다. 20여 년 전 농사를 짓던 명국씨는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 준다하여 광주로 상경하였다. 착하고 순하게만 보이는 명국씨와 왕 내숭이였던 말자씨의 그날 첫 만남은 차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끝났다. 원래 말수도 없는데다 농사만 짓던 명국씨는 광주에서만 살아온 도시여자와의 만남이 어색하기만 해서 말자씨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만 보고 이름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점이 통했을까 말자씨는 명국씨의 전화번호를 꼬옥 넣어두었다. 평소 국악을 좋아해서 따라 부르곤 했던 말자씨는 왠지 저 남자를 따라가면 국악을 맘껏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막연하게 들었다. 그런 생각은 그야말로 허황된 꿈으로 시골생활을 낭만으로만 생각했던 철없는 처녀의 상상 같은 것이었다. 시골생활을 저 산위 넓은 바위에 걸쳐 앉아 부채를 흔들며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것쯤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명국씨는 농사만 짓고 있었고, 말자씨는 광주 언니네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말자씨는 큰 실의에 빠지게 되었다. 자신의 실수로 가게에 불이 나게 되어 집에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그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이 강진의 경포대로 놀러 가자고 해서 함께 나선 길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강진에 놀러온 말자씨는 명국씨에게 전화를 했다. 곧장 경포대로 달려온 명국씨와는 2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다방에서 만난 후 친구들은 먼저 광주로 떠났고 말자씨는 명국씨와 여러 가지 애기를 나눈 후 명국씨를 따라갔다. “집에 가보니까 시아버지가 논도 많은 것 같고, 자신도 80마지기 정도 논을 번다고 하고, 오토바이, 전축, 양식부엌에다 살만 하더라고요. 그리고 시집올 때 아무것도 못해오니까 다해주라고 했더니 그런다고 하고요. 나중에 보니 별것이 없더라고요. 아무튼 내 꾀에 내가 넘어 간 것이죠.”라고 말하는 말자씨다. 그러나 그 당시 마음을 기댈 곳 없었던 자신을 받아준 남편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미소 짓는다. 명국씨는 8남매 중 7번째였으니 한 집에서 위로 시부모와 형님부부, 결혼 안한 시아제 등이 함께 살았으므로 항상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고 조심스러웠다. 둘이서 싸울 일은 없지만 주변에 의해서 말다툼을 하게 되어 떠나고 싶은 때도 있었으나 명국씨는 그때마다 손을 꼭 잡으며 잘해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군대간 지훈이와 고3인 승훈이가 5살, 3살 때 논정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날 손수 음식 장만하여 피로연을 하다보니 피곤이 쌓여 경주로 가려했던 신혼여행도 못가고 친정에서 끙끙 앓았다. 부지런한 남편 따라서 살다보니 논농사 200마지기, 소 25마리, 밭농사 25마지기를 함께 하며 물때에 따라 바다로 석화를 따러 간다. 명국씨는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서 논을 돌아다니다 6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온다. 아침저녁으로 논을 돌아 다니다보니 작물들이 주인 발소리만 듣고도 알 것이란다. 말자씨는 놀기 좋아하던 습관이 있어 ‘오늘은 어디 가서 좀 더 놀고 올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으나 착한 남편 따라 살다보니 자꾸 마음이 달라지고 생각이 바뀌어 지더라며 웃는다. 또한 교회에 다니면서 목사님 부부와 친하게 지내면서 술도 끓고 세상 즐거움이 싫어졌다며, 신앙생활이 큰 힘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농촌생활이 너무 좋아서 도시에서는 못살 것 같다는 말자씨다. 혼자된 시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서 늘 돌보아야 한다. “저렇게 혼자 멍하니 앉아 계신거 보면 마음이 안 좋아요. 철창 없는 감옥살이죠. 그래서 요즘 요양소 시설 너무 잘 돼 있잖아요. 편하고 친구들도 있고요. 그곳에 모시는 것이 효도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언제나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갖고 삽니다,” 1년이면 제사 두 번에 명절에 식구들이 모이면 쌀 한 섬이 떨어진다는 대가족 집안이다. 명국씨는 “큰 일을 치르고 하면 고생하죠, 그래도 잘 참고 해주니 고맙지요 뭐.”하면서 말자씨가 굉장히 애교가 있다고 했더니 “젠장”이라고 대답하며 돌아선다. (이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