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기자의 시선/오월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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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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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기자의 시선/오월의 꽃

오월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내겐 붉은 색이다. 왠지 붉은색 치마를 사서 입고 싶은 달, 평소에는 입지 못할 것 같은데, 왠지 오월에는 붉은 색 치마를 입고 나들이를 갈 수 있을 것 같은 달이다. 언제가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붉은 색 장미 한 송이 꺼내들고 싶은 달, 그 붉은 색 장미를 막 나눠주고 싶은 달, 붉은 색 치마를 입고 붉은 색 장미를 머리에 꽂고 나가고 싶은 달이다. 미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계절일까. 이런 좋은 계절에 광주 5.18이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523일이 있다. 나의 이런 마음과 비슷한 숨고르기를 했을까, 박노해 시인은 오월의 꽃이란 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바람에 날리며

오월의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오시는 이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 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오신다

 

5.18이 다가왔다. 1980년 이후 40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에게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싸움터로 오월 그날은 그렇게 정확한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날로 흘러왔다. 이런 날에 대해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 MBC 5·18 40주년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인터뷰에서 ‘5·18 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고 답했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 “80년대 이후의 부산 지역의 민주화운동은 광주를 알리는 것 이었다“6월 항쟁이 일어났던 875월에는 당시의 노무현 변호사와 제가 주동이 돼서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5·18 광주 비디오 관람회를 가졌다고 설명하며 광주 항쟁의 주역은 아니지만 그러나 광주를 확장한 그런 분으로서 기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게도 광주 5.18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805월 그때 광주에 살던 외사촌 언니가 전주 우리 집에 며칠을 머물렀었다. 20대 중반이었던 외사촌 언니는 당시 광주 밖으로 나왔다가 갑자기 광주로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서 우리 집으로 왔었다. 무슨 영문인지 광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집에 소식도 전할 수 없는 안절부절 한 날들이 며칠이나 흘러갔다. 이후 광주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사촌언니는 광주 집으로 돌아갔는데, 나중 이모에게 들은 말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광주에 온통 무장한 군인들이 들어와 있는데 막내딸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니 죽은 줄만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딸 시체라도 찾기 위해서 줄줄이 늘어져 있던 시체들을 며칠간 미친 듯 들춰보고 다녔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얼마나 사람들이 처참하게 많이 죽었는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며 사람을 그렇게 죽이다니 나쁜 놈들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런 것처럼 광주사람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시민들이 죽어간 처참한 광경을 봤는데도 폭동이고 북한군 개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 것이기에 그토록 왜곡하는 것인지 40년이 지나는 이 시점에서도 진실을 찾기는 그리도 힘이 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에 대한 기억 속에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한다는 것은 오월이라는 이 달에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일까지 곧 돌아오는 그날의 아픔이 묻어나는 말로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노무현 정신이라는 것이 우리 역사 속에서 참으로 대단한 정신으로 남겨졌다고 본다. 흙수저 대통령, 비운의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대통령을 또 만들어낸 대통령, 더 많은 어떠한 수식어들이 있다 해도, 그 분의 정신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정신이다. 우리나라의 현대 역사에는 광주 5.18처럼 시민들이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쓰러진 날들이 있었고 그 피를 널리 알리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진실이 왜곡되지 않고 진상규명되어 제대로 세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를 찔리며 가슴속에 넣어둔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아름답게 꺼내보는 오월이어야 한다. 매년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오시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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