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난제 풀기
농업의 문제는 광범위합니다. 농업에 관해 말하는 것은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습니다. 어느 쪽을 말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소경입니다. 그래도 감히 코끼리 전체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2009년 10월 22일 전국농어촌선교단체 협의회 강연
초선, 재선의원 시절, 건교위와 산자위 등에서 활동 했던 이낙연은 3선으로 입성한 18대 국회에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장이 되자마자 광주전남의 농수축협 조합장들을 만나며 적극적으로 지역의 현안을 살피는 행보에 나섰다. 강연하는 어느 자리에서는 농업에 대해 가르침을 달라고 몸을 낮추며 “농업에 관해서는 소경이지만 그래도 코끼리 전체를 그려보려고 한다”며 얘기를 꺼냈다.
겸양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의 말대로 농업문제의 범위는 매우 넓다. 기후변화와도 관련이 있고, 식량, 먹을거리와도 밀접하다. 고령화와 공동화, 도농 양극화, 재배환경의 악화를 푸는 것도 해묵은 과제다. 이런 가운데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전면적인 개편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변화를 맞고 있는 농업에 대해 이낙연은 공부했고, 농업의 활로를 찾는 데 전력투구했다.
상임위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9월 1일 열린 상임위 첫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에게 “우리 농어업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농림수산식품위원화는 눈에 띄는 의정활동을 해나갔다. 당시 전체상임위의 평균 법안율은 31.6퍼센트였는데, 농림수산식품위는 두 배에 가까운 60.1퍼센트였다. 이 비결을 당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거의 이견이나 싸움이 없었습니다. 법안 처리 1위 상임위였습니다. 법안이 오면 뻘리빨리 처리하고 쟁점이 있는 것들도 독려하며 잘 풀어나갔습니다. 제 운영방식이 조금 나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기분도 좋고요.”
이낙연 위원장은 상임위 운영에 세 가지를 없앴고 세 가지를 높였다. 먼저 정쟁, 정회, 지각 개의 이렇게 세 가지를 없앴다. 정쟁이 될 만한 것을 사전에 조정하면서 정쟁과 돌발적인 정회가 생기지 않았다. 개의정족수만 되면 무조건 개의하는 것을 관례로 만들어 지각 개의도 없앴다.
대신 세 가지는 높였다. 예측 가능성과 균형, 정합성이었다. 회의진행 과정과 질의 건수 등을 알려 예측할 수 있게 했고, 의원과 정부의 발언 시간에 균형을 맞췄고, 질의와 답변에서 전체적으로 빠진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보충해 정합성을 높였다.
자주 밥을 먹으며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밥 먹는 자리에는 여야 의원만 아니라 장관, 농업 문제에 정통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중 끝장 토론을 벌이다 보면 저절로 이견이 좁혀지더라는 것이다. 그 재표적인 안건이 농협법 개정이었다. 민승규 전 농림부 차관의 회고다.
“장대평 장관과 차관인 제가 번갈아 국회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와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했는데요. 야당 소속의 위원장이면 정부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낙연 위원장은 합리적이었어요. 무엇보다 현장이나 농민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었고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협의 저항이 완강했는데, 이분들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국회의 안팎에서 자주 만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 애썼던 게 기억납니다.”
농협법 개정은 20년이나 묵은 난제였다. 이해가 복잡하게 엇갈렸기에 처리가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낙연이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1년 뒤인 2009년 정부와 여야, 농협이 양보와 타협을 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이낙연은 4월 여야 합의로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에 관한 농협법 입법안을 3개월만에 표결도 없이 잡음도 없이 여야 만장일치로 처리한 것을 가장 뿌뜻하게 여겼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농협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을 선진국회로 가는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일을 만들어낸 힘은 무엇보다 농업과 농민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다. 민승규 전 농림뷰 차관은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일본의 농장에 가서 벤치마킹할 게 있어서 함께 방문한 적이 있어요. 정부에서 안내해야 하는데, 오히려 차관인 제가 무안할 정도로 이낙연 위원장은 안내를 잘 해주었어요. 그런데 이분 질문이 하도 날카로워서 공무원들이 진땀을 뺐습니다. 일본을 다니면서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우선 농민의 시선으로 농업을 봤어요.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으로 아는 거죠. 또 미래를 내다보는 겁니다. 이제 지금 당장은 시원치 않아 보이지만 5~10년 뒤에는 주목받을 것이고, 세계가 이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전망하는 걸 보고 이분은 미래를 보는 눈이 있구나 했습니다.”
그가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최고의 상임 위원회로 선정되었다. 개인적으로는 2년간 우수상임위원장과 최우수상임위원장상을 연달아 받았다.
2000년 16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 4선을 하는 동안 이낙연은 많은 상을 받았다. 국정감사 엔지오모니터단이 국정감사 내용과 태도, 언론보도 등을 종합평가해 선정하는 우수의원에 거의 해마다 올랐다. 보건복지위원으로 노인복지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노인회로부터 최초의 노인복지대상도 받았다. 국회의원으로 지낸 마지막 해인 2013년에는 (사)한국문화예술유권자총연합회로부터 국정감사 최우수국회의원상을 받았고, 국제평화언론대상 의정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강창희 국회의장으로부터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또 4선을 하는 동안 이낙연은 국회의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냈다. 당에서 대변인과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 중책을 두루 맡았다. 상임위도 건설교통, 보건복지, 기획재정, 예산결산, 농림수산위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어디에서든 그는 있는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려 했고, 최대로 경험을 넓히려 했다. <글 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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