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그래도 행복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늘 해야 할 일을 떠 올리고, 하루에도 몇 차례나 시계를 바라보며 바쁘게 살아간다면 그거야말로 당신이 바르게 잘 살아가는 모습이며 행복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오거나, 무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짙어가는 날 떨어져 흩날리는 대자연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며, 아! 또 이한해가 저무는구나? 라며 인생무상(the frailty of human life)을 느낄 때 그래도 당신이야말로 진정 보람있게 살아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어느 날 마음이 답답하여 친한 친구에게 찾아가 언제라도 이야기를 나누고파지는 그런 친구가 머잖은 곳에라도 산다면 당신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며, 하루 일을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설렘이야말로 진정 오늘을 잘사는 보람이며 행복이다. 당신 곁에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이 날이면 날마다일 때 그것같이 큰 행복이 또 어디 있을까?
어린 시절 바람이 불면 자빠질세라 추운 겨울이면 떨세라 금이야 옥이야 길러주신 어머님의 그 깊고 애틋한 사랑이 지워지지 않고 멀리서도 그리워지는 것, 이상의 행복이 이 세상엔 아무 곳에도 없다.
가정이야말로 오만 사랑이 다 깃들어 있는 곳이라서 영어에도 Father and Mother l Love You로 표현하듯 Family야말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곳이다. 이 따뜻한 뜻이야말로 눈물이 핑 돌 정도의 따스하고 아늑하며 포근히 안기는 단어이다. 가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한 젊은이가 당돌하게 스님에게 묻기를 스님! 어딜 가야? 살아 계시는 부처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스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답하길, 내가 일러준 말을 깊이 명심하게나!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이를 만나거든 그분이 바로 살아있는 부처인 줄 알게“ 라고 말해 준다.
젊은이는 그 부처를 찾아 꼬박 3년 반 동안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하루 같이 온 세상을 누비듯 찾아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찾을 곳이 없었다. 그러다 지쳐버릴 대로 지친 젊은이는 어느 날 할 수 없이 어머니가 홀로 살고 계시는 고향에 3년 이 넘어서야 정든 집에 당도하여 목 매인 소리로 ’어머니‘하고 큰 소리로 불렀더니 어머니가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너무나 반가워서 엉겁결에 뒤집어 벗어놓은 저고리를 그대로 걸치고 밖에 벗어놓은 신발까지 거꾸로 신은 채 달려 나와 ’아이고 내 새끼야! ‘어머니를 보는 순간 오매 살아있는 부처가 우리 집에 계셨네’ 하고 가슴에 안기며 끝없이 엉엉 울었다.
부처와 중생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인생길이 바람이며 구름이듯 왜 우리는 내 곁에 가장 가까이 두고 계시는 부모님의 참된 진실의 모습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못나도 부모요, 없어도 부모다.
한여름 논두렁에 서식하는 우렁이는 어미가 알을 낳고 어디론가 떠나 가버린 그 자리에 수컷 아빠가 남아 새끼들이 다 자라도록 몸이 뜯어 먹힌 뒤 녹갈색 빈껍데기만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필자는 이곳 강진에 살러 와 오산마을 이장 집 논바닥에서 여러 번 봤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사랑은 유다르게 특출하다. 자식들이 잘되기만을 위해 한창 가정을 꾸려가야 할 부모들은 40대에 외국으로 엄마와 함께 떠나보낸 자리에 아빠 홀로 남아 기러기 신세가 되어도 오직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모질게 참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이다.
젊어 뼈 빠지게 농사짓고, 장사하고, 허리가 다 휘도록 일하며 자식새끼들 잘 되게 만들려고, 갖은 수모 다 견디면서 피땀 흘려 출세시켜 놓고 나면, 몸은 만신창이 되어 사방이 망가져 버린다. 그런 자식들이 자기 혼자 노력해 출세 한양 부모를 잊고 불효막심한 짓들을 한다. 어떤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한 할머니는 아들자식들 다 가르쳐 시집, 장가보냈는데 가물에 콩 나듯 얼굴도 볼 수 없다며, 자식들 가르쳐놔 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호소하는 소리였다.
동족상잔의 6, 25사변 이후 세상이 너무 어려웠던 시절, 부모님 덕으로 필자는 1954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에 돈암동 종점 냇가 천주교 성당 곁에 하숙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살아가기가 흉흉하던 시절이라 강도, 절도사건이나 애절한 사연들이 많이 유행하던 시절, 반야월 작사 작곡(1956년)으로 유행했던 대중가요‘울고 넘는 박달재’니‘단장의 미아리고개’가 전쟁을 겪은 서민들 아픈 가슴에 애절하게 남아있던 노래로 많이 유행하였다. 그중에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우리들의 심금을 너무 많이 울려 준 애창곡이다.
미아리 눈물고개/ 임이 넘던 이별 고개/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고개// 아빠를 그리다가 어린 것은 잠이 들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후렴.......
5천 년의 가난하게 살아왔던 우리 민족은 잘살아보자는‘한(恨)이 설인 민족이었다. 필자는 2차대전의 마지막 세대로 어린 시절을 초근목피로 보내야 했고, 해방 이후에도 공산주의와 싸워야 했던 순환기 속에 여순 반란사건 때는 시가행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끌려나가 총살 직전 중학 1년생이라며 구제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조선말을 제일 많이 한다며 일본 헌병대(겐빼다이)에 끌려가 이틀 동안이나 야나기(버들가지)로 종아리 피가 나도록 맞아 집에 돌아와 어머님이 보시고 많이 우셨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속에서 아버님께서는 여수에 살러 가자마자 구장(이장)과 헌병에 끌려가 비행장 노무자로 해방이 되던 날까지 고생하셨다. 끊이를 잊기 위해 주말이면 어머님 따라 산에 가 소나무 가래를 긇어 모아 그걸 한 짐씩 지고 와 동정 시장통에서 팔아 두부, 보리 시레기 죽으로 연명하며 섧게 자랐다.
우리 민족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그 시절의 모진 세월을 견뎌오던 때 <박정희> 대통령이 당선되며 우리도 다 같이 잘살아보자는 구호로 대통령이 직접 지은 가사 ’새마을 노래‘로 뚤뚤 뭉쳐 너나없이 한마음으로 불렀던 노래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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