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그동안 강남회관 애용해 주신 고객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

강진의 대형식당으로 손님들 북적, 잘나갈 때 접겠다고 결단

30년 세월… 명절날만 쉬고 어느 하루 쉬는 날 없이 식당 운영

강남회관은 1993년 9월에 문을 연 강진농협 아래 대형식당이다. 옛 주소로 남성리 22-12번지에 위치한 식당으로 강진사람이면 한번쯤 이용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30년 동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29년 동안 강남회관을 운영해 온 주인 이순덕 씨가 6월 중순께로 이제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건 아니고 손을 뗀다고 봐야 옳다. 일흔 살을 넘기기가 무섭게 식당 운영에서 손을 뗀 이순덕 씨.

“30년 전 식당을 개업했을 때 나이 칠십이 되면 접겠다고 생각했어요. 칠십 조금 넘어서 접게 됐지만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욕심 같아서는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게 아니지만 처음부터 욕심 부리는 일은 없었으니까 욕심 버리고 마무리를 하게 됐어요.”

단골손님이 고정적으로 생겼고 많은 단체들이 수시로 이용해주고 있어 일정 수준에 오른 식당을 별 고민하지 않고 중단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은 건강하고 모든 일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식당 운영을 접는다는 것. 일단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욕심 부리지 않았던 30년 식당 운영

이순덕 씨는 예나 지금이나 욕심이 없고 욕심 또한 내본 적이 없다. <플루타아크 영웅전>에서 진정한 의미에 있어 부자가 되고자 하면 가진 것이 많기를 힘쓸 것이 아니라 욕심을 줄이기에 힘쓰라. 사람이란 욕심을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부족과 불만을 면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성경에서도 욕심을 경계하는 말이 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불가에서도 당연히 욕심을 경계하고 있는데, 팔만대장경에서는 욕심은 만족을 모르는 불가사리요, 욕심은 많은 고통을 부르는 나팔이다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우리 속담에 범 아가리에 날고기를 넣는다는 말이 있을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뜻으로 득롱망촉(得隴望蜀)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후한 광무제가 롱이란 나라를 평정한 후 다시 촉나라까지 원했다는 고사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욕심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어쩌면 좀 더 일하고 싶고 좀 더 벌고 싶고 좀 더 갖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다만 욕심을 지나치게 부려서는 그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경계의 교훈에서 나온 말들이다.

어쨌든 이순덕 씨는 처음 식당을 개업했을 때부터 욕심 부리는 일 없이 운영하겠다고 맘속으로 다짐했다. 첫째는 가까운 친구들이 찾아오지 않아도 서운함을 갖지 않는다. 둘째는 일가친척이 찾아와 주지 않아도 서운함을 갖지 않는다. 셋째는 알고 지내는 지인들이 찾아와 주지 않아도 서운함을 갖지 않는다. 이 세 가지 다짐이었다. 식당을 운영함에 있어 이 세 가지 철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맘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친언니가 빵가게를 열었을 때 언니와 가까운 주변사람들이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이었다. 친언니는 얼마 후 가게문을 닫았지만 결코 친구나 친척이나 지인들을 믿고 식당운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대못처럼 강하게 가슴에 심을 수 있었다.

이런 결심과 함께 욕심을 부리는 일 없이 식당을 운영해 나가자 마음이 편해졌다. 손님이 오면 고맙고 반갑고 했지만 손님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불편하거나 짜증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불가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는 말. 즉 누가 때리면 때리는 대로, 누가 욕을 하면 욕을 하는 대로, 누가 돈을 빌려갔다가 갚지 않으면 갚지 않는 대로, 몸이 아프면 아픈 대로 현상 그대로를 지켜보면서 마음의 흔들림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이요, 고통을 느낄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일반인들이 쉽게 실천할 수 없는 수도의 단계이다.

물론 이순덕 씨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진리 차원에서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도 언니의 가게운영이 실패로 끝나는 것을 지켜본 나름대로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니 가까운 친구들이 찾아오지 않아도, 일가친척이 들려주지 않아도, 지인들이 이용해 주지 않아도 조금도 서운하거나 원망 같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즉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그것이다.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지옥과 아귀, 축생의 마음이 있는 반면 불보살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여기에서 욕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방향은 달라진다.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지옥과 아귀 쪽으로 다가가기 쉽고, 욕심을 버리면 버릴수록 불보살 쪽으로 다가가기 쉽다.

평범했지만 비범했던 장사의 철학

이순덕 씨는 평범한 사람으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타고난 천성도 그렇고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도 그랬듯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욕심을 부려 많은 돈을 벌겠다거나 식당을 만화방창 꿈꾸지 않고 운영을 했던 것이다. 평범했지만 그 속에 비범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소위 장사의 기술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자신만의 철학으로 시작했다. 시작했던 장사가 안 된다고 쉽게 타업종으로 바꾸지도 않았고 다른 식당과 경쟁의식을 갖거나 의식하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장사가 잘 될 리 없었다. 그저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삼이사의 식당이었다. 경험이 전혀 없었던 터라 배워가며 체험하며 식당을 운영해 나갔는데 당연히 처음엔 일정 수준까지 오르기까지는 힘들었다.

그런데 왜 강남회관이 나름대로 강진 음식점에서 알아주는 식당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식당의 분위기가 편안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가 컬컬한 막걸리 한 사발을 건네주는 느낌처럼 편안함이 있었던 것은 주인 이순덕 씨의 후덕한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욕심을 부리지 않는 주인이기 때문에 말을 안주 삼아 건네는 호들갑이 없고 그저 소구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맛도 한 몫 단단히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이순덕 씨는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여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 면도 있다. 식당 주인으로서의 세련미보다는 보리숭늉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또한 음식도 70년대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토종의 맛깔을 느끼게 하는 것도 손님들에게 만족을 주었다. 항상 변함이 없는 김치며 깍두기 등 한국 토종의 음식이 입맛을 돋우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신토불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아구찜과 아구탕의 별미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그 음식은 한 두 사람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 세, 네 사람이 먹어야 하는데 거기에 소주 한 잔 걸치면 제법 흥이 나는 식사자리가 될 수 있었다. 난장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도 곧잘 이용했던 것은 김치찌개 때문이었다. 시골 고향 어머니가 끓여주는 것 같은 구수한 김치찌개는 돼지고기와 두부가 들어갔는데 서민 음식치곤 값이 쌌을 뿐 아니라 맛이 제법이었다. 소고기를 끓여서 나오는 불백, 그리고 생오리와 생삽겹살 등도 소주와 함께 먹기에 충분했으므로 항상 강남회관은 어느 식탁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렀다.

여름철이면 삼계탕, 토종닭이 잘 나갔는데 특히 삼계탕은 불티나듯 잘 팔렸다. 육질이 부드럽고 삼계와 함께 끓인 쌀죽맛이 그만이었다. 그래서 미화환경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렇듯 강남회관은 식당이면서도 편하게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장소였고, 음식 또한 남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재료였으므로 날마다 다녀도 뉘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맛에 빠져들어 단골은 해마다 늘어났다.

입소문에 입소문이 더해지고 단골들이 또 단골을 만들어주는 바람에 강남회관은 드디어 만화방창이었다. 120석이 모두 채워지는 것은 다반사였고, 어느 핸가는 한 달에 열 건이 넘는 피로연을 가졌던 일도 있었다.

오래 기억될 강진 사람들의 사랑방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강남회관은 그 규모가 큰 탓도 있었겠지만 강진 사람들의 쉼터요, 사랑방이며 때로는 단체 모임의 장소가 되었다. 화려하거니 비싼 음식이 아니면서도 맛깔 있고 입맛을 당기게 했던 강남회관이 어느 틈에 강진 사람들의 먹거리 장소로 뿌리내렸던 것이다.

욕심 없이 시작했고 욕심 부리지 않고 운영했지만 끝내 성공을 거두었고, 그렇다고 끝까지 욕심을 갖지 않고 식당 운영을 거두는 이순덕 사장. 비록 군민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게 되었지만 몇 번이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 집을 찾아주신 모든 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애용해 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어르신들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끊임없이 애용해 주신 분들께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모든 손님들 늘 가내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잘 지내시길 빕니다.”

이순덕 씨는 강남회관 상호가 언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30년 동안 사용했던 간판이어서 강진사람들에게 인식이 되어있기도 하겠지만 이 상호는 이순덕 씨의 30년 세월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이순덕 씨는 요즘 만나서 밥 한 그릇 먹자는 사람들 때문에 바쁘다. 밥 한 그릇 먹자는 사람들은 거개가 단골손님들이다. 막상 고별인사를 하게 되자 그 아쉬움에 석별의 자리를 갖겠다는 것이다.

어떤 장사를 하건 처음 시작할 때는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가게문을 연 사람마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성공의 길은 험하고 멀다. 솔 심어 정자(亭子)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어렵다. 어렵기에 부러운 삶이요 박수를 보내고 싶은 모습이다.

이순덕 씨는 부처님 모습이 살찌고 파리하기는 석수에게 달렸다는 말이 있듯이 삶의 진행과 성공여부는 당사자에게 달린 것이 아닐까.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30년 세월동안 성공적으로 식당운영을 해 온 것은 바로 평범한 자기 인식 – 곧 욕심 없이 시작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운영하자는 것.

그리고 그 같은 장사 철학은 식당 운영 뿐 아니라 이순덕 씨의 가치관이었고 삶의 모토였음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글 송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