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회(景晦) 김영근(金永根)
칠량면 명주리 신기 마을은 구한말(舊韓末)은 의 대학자이자 시인이자 위정척사(衛正斥邪)의 사상을 가진 경회(景晦) 김영근(金永根)이 말년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금릉팔경’이라는 시로 유명한 경회(景晦) 김영근(金永根)은 강진에서 태어났으나 그 정확한 출생 처는 알 수 없다. 그는 위정척사(衛正斥邪)사상을 가진 부친의 지도 아래 오남 김한섭(金漢燮)에게 수학받아 ‘경회(景晦)’라는 호를 받았다. 1882년에는 전라도 지도에 유배왔던 화서학파의 중암 김평묵(金平黙)과 사제관계를 맺고 위정척사(衛正斥邪)사상을 이어받았다. 일찍이 그는 과거 시대의 폐단을 깨닫고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처사(處士)의 전형이었다.
구한말(舊韓末)은 격변의 시기였다. 수십년간 세계관이 동아시아에 한정되어있던 성리학자들에게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무장해온 외세는 사회의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경회(景晦) 김영근(金永根)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경회집’등 수 많은 저서와 척양척왜(斥洋斥倭)의 사상을 보이는 시 500여편을 남겼다. 그는 여러 저술활동을 통해 명분과 의리와 지조를 끝가지 지킨 인물이었으나, 위정척사(衛正斥邪)에 따라 의병활동에 투신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남긴 시가 굴복하지 않는 저항정신을 보이지만, 반대로 단순한 울분과 한탄을 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여러 산천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고 한다.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난 뒤에는 완도 백운산에서 지내다가 대구면 천태산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1898년에는 학산으로 이주히가도 하였다. 경술국치(庚戌國恥) 이후인 1915년에는 잠시 북간도로 망명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그는 칠량면 신흥리(현재 삼흥리)에서 후학을 양성하였으며, 말년에는 몆우리 신기 마을에 오래 머물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는 그가 마을에 머물렀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경회(景晦) 김영근(金永根)과 사상을 공유한 위정척사(衛正斥邪)파는 전국에서 의병활동을 벌이며 일제에 저항했다. 그러나,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위세가 줄어들었고, 결국 1909년 일제가 전라도 지역을 대상으로 한 남한대토벌작전(南韓大討伐作戰)을 끝으로 대부분 군사적 저항이 일소되었다. 당시 총과 총검을 앞세워 전라남도 지역에 대한 무차별 초토화 작전을 실시했다. 이 작전은 서쪽의 무인도 지대까지 작전목표였을 정도로 철저했다.
*구한말(舊韓末): 조선 말기에서 대한 제국까지의 시기.
*위정척사(衛正斥邪): 바른 것을 지키고 옳지 못한 것을 물리친다는 벽이론에 바탕한 새로운 유교적 정치윤리사상. 조선 후기 서양에 관련된 학문과 문물을 배척하고, 외세로부터 성리학적 가치를 지키려는 사상이다. 화이의식(華夷意識)에 기반을 뒀다고 한다.
*처사(處士):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사는 선비.
*척양척왜(斥洋斥倭): 서양과 일본을 배척하다.
*경술국치(庚戌國恥): 경술년에 나라가 겪은 치욕.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은 일본에 병합되었다.
*남한대토벌작전(南韓大討伐作戰): 일본 제국이 1909년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약 2달간에 걸쳐서 대한제국내 전라남도와 그 외곽지대에서 저항을 했던 항일의병들을 진압하기 위해 세운 토벌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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