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 윤재준 (주)선도소프트 사장 회고록(20)
l투잡스 (Two Jobs)
Marquette 에서 석사 과정은 논문 쓰는 것을 택했다. 논문은 ‘Design of Thermal Energy Systems By Employing Availability Concepts’ 였다. 내 담당교수가 Gaggioli 이고 Gaggioli 교수는 ‘The 2nd
Law of Thermodynamics
’ 의 세계 일인자였다.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효율이 강조되는 지금 현실에 딱 맞는 제목이다. 영어도 서툰데다 논문의 활용이 머리에 정리되지 않아 세월이 흘러갔다. 미국에는 박사 학위를 하러 왔고 Marquette 기계과에는 박사 과정이 없기 때문에 석사 과정을 빨리 끝내고 다른 데로 옮겨가기로 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 입학 허가서도 받아야 하고 장학금은 받아야 하고 나이가 만 32살이 넘었으니 시간도 많지 않았다. 거기다 한국에 두고 온 애들도 데려와야 했다. Marquette 에는 72년 초 2학기에 왔기 때문에 첫 학기 박사 과정에 들어가려면 한 학기를 더 허비해야 했다.
LA 에 있는 UCLA 로부터 73년 학기 박사학위 입학 허가서를 받았지만 논문도 끝나지 않은데다 장학금도 없어서 포기 했다. 박사 과정은 경쟁이 치열해서 그 당시 장학금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 했다. 아내는 애들을 데려올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다. 나도 석사 과정에 필요한 학점은 다 이수했기 때문에 논문을 마무리 하면서 돈을 벌기로 했다. Milwaukee에서 첫 part time 직장은 Wagner 로 물에 들어가는 힌지 (hinge)를 만드는 회사였다. 하는 일은 일정한 간격으로 공장을 한번 돌면서 제품 검사를 하는 일이었다. 삼각 함수나 수치 계산은 나로서는 누워서 떡 먹기였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미국 사람들은 수학 계산이 서툴렀다. 육체 노동이 아니었으므로 일은 쉬었다. 거기다가 제품 불량으로 기계를 정지시키면 작업자들은 자기들의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내 눈치를 보면서 나를 잘 대해 주었다. 인도에서 온 학생 부인인데 밤에는 남편이 집을 지키고 부인이 일을 하는 듯싶었다. 한 피스라도 더 만들어 내려고 밤새 땀을 흘리며 기계 운전을 하던 것이 생각난다. 74년에는 San Francisco 근방 Silicon Valley 에 있는 Stanford 대학으로부터 박사 과정 입학 허가서를 받았지만 장학금은 일년 후에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다. Stanford 로 가기 전 몇 개월은 두 job을 뛰기로 했다. 두 번째 회사는 믹서기 만드는 Oyster 였고 여기서도 inspector 일이지만 그 당시 시간당 미화 7.5 불로 아주 높은 임금이었다. 하루에 4시간도 못 자면서 두 직장을 오고 가고 했다. 이런 결과 Milwaukee 를 떠날 때쯤 해서는 미화 2만불 정도를 모았다. 그 당시는 꽤 큰 돈이었다.
l미국 서부로
Stanford 대학은 그 당시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미국 서부에 있는 일류 대학 중 하나였다. 이왕 나이 들면서 박사 학위를 하는데 일류 대학에서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Stanford 로 가기로 결정했다. 74년 9월 초에 그 당시 가지고 있었던 GM 회사의 Nova 자동차에 옷가지를 싣고 LA 로 출발했다. 한국에서 온 애들을 공항에서 마중하기 위해서였다. 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아내는 Wisconsin 주에서 운전 면허증을 따고 갈 셈으로 준비하다가 애들 마중할 시간이 빠듯했다. Milwaukee 에서 Chicago 로 또 St. Louis 로 또 Nevada 로 가로 질러 달렸다. 중서부에서 서부로 미국의 2/3을 횡단하는 셈이다. 미국에 이렇게 넒은 나라구나 하고 처음 느꼈다. 사막 비슷한 지대를 하루 종일 달려도 끝이 없었다. 다음은 Grand Canyon 처럼 빨간 흙더미의 산 골짝은 수십 번 돌고 돌아도 비슷한 전경이 계속 되었다. 사막을 달릴 때는 자동차 radiator 물이 부글부글 끓어 올라서 중간에 본네트를 열고 열을 식히곤 했다. 하루는 18시간을 운전했으나 마땅한 여행자 motel 을 찾지 못해서 아내와 둘이 차에서 몇 시간 눈을 붙였다. Nevada 에 들어서자 밤이라 산속 같이 보이는데 온 도시가 네온 사인으로 휘황찬란했다. 무슨 산중에 이런 도시가 있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막 가운데 Las Vegas 였다. 이렇게 해서 LA 에서 공부하고 있는 애들 큰 이모 집에 겨우 하루 전에 도착했다. 아내는 거의 2년 만에 애들을 다시 만난다는 마음에 잠을 못 자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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