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貯水)
명나라 도융이 지은《고만여사(考槃餘事)》에 擇水(물 가리기) 章을살펴보자. 이 문헌 속에는 우물물이 차 달이기에 적당치 않다(井水不宜茶)는 얘기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다시 말해 중국 땅의 井水(샘물) 개념으로서 그렇다는 것이다.
"물줄기가 보이지 아니하고, 성미가 엉기어 굳어지며 맛이 짜고 빛깔이 흐린 것은 찻기(茗氣)에 방해가 된다. 차 한 사발을 시험삼아 달여서 하룻밤 묵혀서 보면 한 겹의 기름기가 맺혀 떠 있다. 다른 물이라면 이러한 현상이 없으니, 이것이 우물물이 차를 달이는데 적당치 않다는 증거다. 그러나 많이 길러 가는 물은 먹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끝내 좋은 등급은 못되는 것이다.””
이 대목이야말로 우리 나라 샘물 즉, 동네 한 가운데에서 샘솟는 석간수거나 장터마루 언덕이거나 행인이 왕래하는 약수터 옹달샘의 井水(우물물)가 아니고 들판의 井水가 아닌가. 다시 이어지는 문장을 살펴보면
"어쩌다가 평지에 우연히 파여진 어떤 우물이 마침내 샘구멍(泉穴)과 통하여 물맛이 달고도 담박하며,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것은 산의 샘물과 차이가 없는 것이니, 보통 우물물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바닷가의 우물에는 결코 좋은 샘물이 없다. 대저 밀물과 썰물이 가까워서 간석지이거나 갯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의 샘물(우물)과 들판과 바닷가의 우물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물물(샘물)이 찻물에 적당치 않다는 것은 들판의 우물물, 다시 말해 중국의 넓은 평야에서 나오는 샘물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융의 《고반여사》에서 땅의 샘물(地天)은 그릇된 물이요, 약샘(丹泉)과 그리고 영수(靈水)를 들어 천하의 名泉을 삼고 있다.
“양계의 혜산샘(장우신의 전다수기에는 2등품의 물)처럼 게으르게 흐르는 젖샘을 받는 것이 가장 뛰어나다. 다음은 맑고 차가운 것을 취한다. 샘물이란 맑기는 어렵지 않아도 차갑기는 어려운 것이다. 돌은 적은데 흙이 많거나, 모래는 기름지고 진흙이 엉기는 샘은 반드시 맑거나 차갑지가 않다. 또 여울이 길고 흐름이 빨라서 맑거나 바위 속에 음기가 쌓여 차가운 샘 또한 좋은 것이 아니다.
다음은 향기롭고 단샘을 취한다. 샘이란 오직 향기롭고도 달아서 능히 사람을 양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달기는 쉬워도 향기롭기는 어려워 아직 향기는 있는데 달지 않은 샘은 없는 것이다.
다음은 돌에 흐르는 샘물을 취한다. 샘 치고 돌에서 솟아 나오지 않는 것은 반드시 좋지 않다.
폭포처럼 급하고 세차게 흐르는 샘물은 먹지를 말지어다. 오래 먹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목병이 나게 한다.”
“《박물지》에 이르기를 산에 사는 백성들에게 흑병이 많은 것은 흐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기 때문이다” 라고 적혀있다.
이어서 영수(靈水)는 하늘에서 내린 은혜로서 윗못(上池), 하늘이 내린 물 즉 감로의 이슬(美露), 신령의 정기로서 어질고 상서로운 은혜의 물로 기름처럼 엉기며 엿처럼 달아 천주(天酒), 또는 고로(膏露)라고도 한다는 것이다.
약샘(丹泉)은 이름난 산과 큰 내(川)에서 늙은 신선이 약을 반죽하던 곳의 물 속에는 약(丹, 진사)이 있는데, 그 맛이 이상하고 능히 목숨을 늘이고 병을 물리칠 수도 있는데 그 물을 어디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고 《고반여사》에서 적고 있다. 이렇듯 천하의 물은 신비하다 못해 불가사의조차 하다. 명나라 전예형은 그의 저서 《자천소품(煮川小品)》에서 영천(靈泉)을 일러 “신령하다"는 것은 불가사의 한 것(神)이라 말하고 있다.
하늘이 처음 낳은 물은 깨끗하고 밝으며 흐리지가 않다. 그러므로 천지신명으로부터 내리는 은혜가 참으로 영험이 있는 물(靈水泉)인 것이다. 옛날에 하늘 못(上池)의 물이라던 것도 이것과 서로 닮은 것이 아닐는지, 요컨데 모두가 신선의 음료인 것이다. 신이(神異)한 섭생 양생의 물로써 말로서는 다 표현 할 수가 없는데 이슬이란 양기(陽氣)가 넘쳐서 흩어진 것이어서 빛깔이 짙은 것을 감로(甘露)라 하고 기름처럼 엉기고 꿀처럼 단것을 고로(膏露)라 하며 하늘이 내린 천주(天酒)라 한다는 것이다. (다음주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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