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78호에 이어)
저수
《장자》에 이르기를 "고사산의 신통력을 가진 사람은 다섯 가지 곡식을 먹지 않고 바람과 이슬을 마신다"라고 하였으며 《산혜경》에 신선이 사는 마을에는 진홍색 이슬이 있어 그 불을 마시고 옥저의 백성들은 단 이슬을 마시고 《신이경》에 서쪽사람들은 키가 2천리인데 날마다 하늘이 내린 물 다섯 말을 마시고 《초사》에는 "아침에 목란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마신다"고 전하는 고사(古事)들은 그저 황홀한 물 이야기뿐이다.
옛 문헌의 물 이야기를 들추어내면 이렇듯 한도 끝도 없는 것이고 어쨌든 우리 옛 강산의 물은 신령하기가 그지없어서 찻물 끊이기에 더할 나위 없었는데 지금은 모든 산천(山泉)이 오염되어 절간의 물 말고는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찻물을 얻어야 할 것이다.
좋은 물을 취하여 저수(貯水:물을 보관하는)하여 차를 달여야 아름답고 맑은 차를 얻을 수 있다.
다신전에서는 먼저 물항아리(단지)를 뜨락(정원)에 두어서 비단(여러 가지 천으로 올이 듬성듬성한 것으로써 면이거나 명주 모시 등)등으로 물을 받은 단지 뚜껑을 덮어야 한다. 그것은 이슬의 기(氣)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이요. 물이 숨쉴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차를 마시고 달이는 데는 오로지 귀한 것은 차는 신선하고 물은 영령한 것이니 차가 맑고 고아한 신선함을 여이고 물이 신령함을 잃게 되면 더러운 개울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서 오늘날의 물은 여러 가지 그릇을 써서 여과시키고 신선함을 정성으로 얻어 써야 되는 것이다. 가령 물을 길러 항아리에 저수하여 수정이나 맥반석을 넣거나 옥그릇을 쓰면 좋다.
어쨌든 저수보다 더 철저하게 물을 관리해야 되는 것이다.
수백 년, 천년 이 넘는 옛날에 그 맑던 물도 길러서 양수(養水)를 했던 문헌이 보인다. 《고반여사》에는 깨끗하게 순수한 흰 자갈을 골라 물독 속에 넣어두면 능히 그 맛을 기르고 또한 물을 맑게 하여 흐리지 않게 한다고 적고 있다.
‘물을 양생하려거든 자갈을 넣으면 효험이 있고 흰 돌과 푸른 샘물이 마음에 맞는 것도 멀지 않으리’ 라고 그 시대의 차인 도융조차 옛 문헌을 들어 얘기하고 있다.
물과 차, 차와 물 그것을 떠나서는 어떤 차도 성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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