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만덕산 백련사 팔국사 다례 문화제 학술대회 개최
만덕산 백련사 팔국사 다례문화제 학술대회가 지난 10월 13일 강진군 백련사 만경루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만덕산 백련사와 사단법인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이 주관하였고, 강진군이 후원하였다. 제 15회를 맞이하는 학술대회에서 백련사는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현재에 맞게 어떤 콘텐츠로 홍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했다. 학술대회 발표는 김두규 우석대학교 교수의 ‘강진 백련사의 풍수리학적 해석’, 김성태 KBS 아트비전 영상그래픽팀 팀장의 ‘강진 백련사 편액의 서예사적 의의’, 주수완 우석대학교 교수의 ‘강진 백련사 대웅보전 불전장엄의 불교사적 해석’, 홍진호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대표의 ‘강진 백련사 성보문화재의 콘텐츠 활용방안’ 순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해당 학술 대회에서 발표를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김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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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백련사의 풍수지리학적 해석
김두규 우석대학교 교수
1. 용혈사수(龍穴砂水)
맨 처음 터를 잡을 때 무엇을 볼까? 아무데나 아무 원칙 없이 터를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우선 터의 기능이 무엇인가? 무덤인가, 주택인가, 중소대도시인가, 도읍지인가, 종교시설물인가? 이에 대해서는 풍수학자가 아닌 현대 저명 건축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당시 김석철(1943~2016)은 종교부지 선정에서 “종교적 성지가 되기 위한 영기가 느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프리츠커 수상자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역시 2016년 오사카 그의 사무실에서 본 발표자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시설물 건축은 터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풍수에서 터를 보는 순서는 龍穴·砂·水 순이다. 龍이란 주산(만덕산)에서 대웅전까지 이어지는 지맥의 장단과 강약 변화 여부를 말한다. 혈(穴)이란 백련사가 자리하는 땅의 모양이 어떠한가를 말함인데, 앞에서 최치원이 언급한 "사상(四象)”으로 유형화한다. 窩혈은 닭과 같은 조류의 둥지 모양을 말하고, 겸(鉗)은 농기구 삼태기 모양과 같은 것, 乳는 여인의 젖가슴과 같은 혈, 돌(突)혈은 평지돌출한 모양을 말한다.
사(砂)는 주변 산들의 모양을 살피는 것인데, 흔히 좌청룡우백호 운운이 그것이다. 水는 물길의 흐름과 수량, 맑기 등을 따지는 것을 말한다. 백련사를 풍수적으로 살피는데 이 것을 기준으로 살필 것이다. 그보다 최치원의 글에서 '절터는 아무 곳이라도 쓰면 복지가 된다'는 조정 관리의 말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듯하다.
2. “절 망하는 것 아주 쉽다!"
20년 전, 동아일보 자매지 '주간동아'에 연재를 할 때, '굿절· 떡절[餠寺]· 꽃절[花寺]' 을 취재하여 기사화한 적이 있다. 경기 여주 구곡사를 취재한 적이 있다. 구곡사 옛 이름은 '굿절'이었다. 조계종으로 귀속된 뒤 '구곡사'란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지만 그 당시도 여전히 '굿절'로 불리었다. 또한 절의 주 기능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그곳 김명철 주지스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인근 여주 신륵자가 대중교화지이자 관광지로 사람이 많이 찾는 반면, 이곳은 기도처이자 천도재를 올리는 곳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는 편이다.”
그때 스님이 들려준 한 대목이다.
“절 망하는 것 아주 쉬워요!”
“왜 망하는데요?”
“신도가 안 오니까 망하지!"
“예?.....”
“흥성하는 절의 풍수 특징이 있어요!"
“무엇인지요?”
“육산(肉山)이 아닌 석산(石山)이어야 하고, 수구가 쪼여줘야되요[水口關鎖]. 그렇지 않은 곳은 어김없이 오래 가지 못하고 폐사지(廢寺地)가 되요!"
김 주지스님의 말을 토대로 맨 처음 이곳 백련사 터를 잡았던 이는 어떻게 이곳을 소점했을까? 당시가 아닌 현대인들에게 터 잡기를 하라 했다면 무엇을 근거로 하였을까? 백련사가 보이기 전에 만덕산 정상의 흰 바위군이 보인다. 주변산들에서저 멀리부터 바위가 보이면서 산모양이 -字모양으로 보이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 이 땅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이 터를 잡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산이자 정상의 바위들이다.
산정상의 바위에 이끌려 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생활용수로 충분하다. 풍수설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물얻기 [得水]’를충족시킨다. 얼마간 오르다 보니 집 하나 올리기에 넉넉한 공간이 나오지만 약간은가파르다.(현재의 만경루와 대웅전 일대). 그러나 혈처(穴處)로 삼아도 충분하다.
대웅전과 명부전 뒤 석축 계단 두쪽에 자연암석이 보인다. 만덕산 정상의 바위가 이곳으로 석맥으로 내려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용의 종류를 굳이 말하자면 강룡(强), 즉 기가 센곳이다. 무릇 사찰은 기가 센곳이다.혈처에서 앞을 바라보니 남해들 들어가는 강이 보인다(지금보다 그 당시더 큰 강과 바다였고, 배가 드나들었다.
강과 바다를 이용한 조운이 편하다. 당시로는 최고의 접근성을 가진 교통여건이지만, 험난한 시절에는 적과 왜구의 통로가 되기 쉽다. 백련사와 만경루는 피아병력의 이동을 관찰·감시할 수 있는 비보사찰(호국불교)로도 손색이 없다(고려시대에 이곳에 절이 중창된 이유이다.)
대웅전 좌우를 감싸는 산들[龍虎] 가운데, 청룡보다는 백호가 좀더 길게뻗어내렸다[龍短長]. 호지무전비(好地無全美)라 했다. 흠없는 땅은 없는법이다. 좌우청룡백호가 교쇄(交鎖)를 하지 못했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자칫사찰이 노출될 뿐만 아니라 계곡을 통해 올라오는 바람또한 약하지 않다. 무엇으로 비보(裨補)해야할까?
다름 아닌 만경루와 동백림이다. 아름다운 裨補이자 절의 특징이다. 누설되는 지기를 막아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강진 백련사 편액의 서예사적 의의
김성태 KBS 아트비전
오늘 강의는 백련사에서 서예사적 사료로서 가장 중요시 되고 있는 만덕산 백련사(萬德山 白蓮社) 편액과 ‘大雄寶殿’편액과 ‘萬景樓’ 편액에대한 고증을 해 보고자 한다. 먼저 통일신라 최고의 서예가로 등장하는 김생(金生, 711~790년 이후)의 集字 글씨로 회자되고 있는 ‘萬德山 白蓮社’ 편액부터 살펴보면 (......)
천년고찰인 백련사의 역사를 더듬으며 명서가의 편액을 살펴보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백련사 應眞堂 편액이나 '六和堂' 편액 또한 아주 훌륭한 글씨이고 옛 글씨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글씨의 수준 또한 ‘萬德山 白蓮社’ 편액보다 오히려 뛰어납니다. '응진당'의 경우는 퇴계 이황(1501-1570)의 필의가 조금 보이긴 하나 저런 장법과 결구를 구사한 글씨들이 많고, '육화당' 편액은 왕희지의 행서체와 구양순의해서체가 가미된 글씨로 다소 획이 마르긴 하나 글씨가 엄정하고 단아하여 조선후기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2) 정도가 유배시절 충분히 쓰지않았을까 싶은데, 다산은 왕희지와 3대가의 글씨를 이은 원말 조맹부의 글씨를 많이 따르고 있어 해행초에 능하나 大字 글씨가 남아있는 게 거의없고, 細筆의 필사본들이라 비교할만한 근거가 없어 내려오는 문헌을 좀더 찾아봐야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두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 조선으로 내려오면서 왕희지체와 왕희지체를 좀 더 승화시킨 당3대가 서체들이 너무나 뿌리깊게 이 땅에 정착되어 필서자가 없으면 누군가를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장법과 결구를 구사하고 있는 점이 서예사에서 양식사를 연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또한 글씨는 예부터 詩書畵 同源의 학문과 정신의 복합적 예술이기에 분석보다 느끼는 예술이라 감상자의 식견에 많이 의존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이 쓰고 많이 본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번 논고를 기점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 지역인근의 글씨들을 더 찾아서 연구해보는 계기가 되었음은 한다.
강진 백련사 성보문화재의 콘텐츠 활용방안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홍선호
강진 백련사(白蓮寺)는 국내 주요 전통사찰로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만덕산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백련사는 해남 대흥사(大興寺,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의 말사로 만덕산에 소재하고 있어 만덕사(萬德寺, 萬德社) 또는 만불사(萬佛寺)라 불렸지만,1) 오늘날에는 백련사라 칭하고 있다.
강진 백련사의 창건과 연혁을 기록한 백련사 사적비(白蓮寺事蹟碑)에 기록된 비문에 따르면 백련사는 신라 때 창건되었으나 황폐해져 고려의 원묘국사 요세(妙國師 了世, 1163-1245) 에 의해 중창되었고 이후 왜적에 의해 절이 폐허되자 세종(世宗, 재위 1418-1450) 때 한 차례 더 중창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강진 백련사 주위에는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동백림이 펼쳐져 있으며, 서쪽에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이 신유사옥으로 강진에 귀양 와서 조선의 실학을 집대성한 곳인 다산초당(茶山)이 위치한다. 백련사가 다른 문화유산과 차별되는 경쟁력 중 하나는 유구한 세월동안 형성된 불교문화유산과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주변 환경에 있다. 오늘날 다양한 방문객들이 전통사찰을 찾고 있는데 방문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20-30대의 젊은 세대들이 하나의 휴식문화로 템플스테이를 선택하고, 여러 사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전통사찰 방문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문화예술적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사찰 내부의 문화재나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한 문화콘텐츠와 문화유산의 정확한 정보 제공, 프로그램과 장소 홍보가 필요한 실
정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백련사가 지닌 불교문화유산 자원의 고찰과 활용방안 제시를 통하여 전통사찰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함과 동시에 전통사찰 관련 문화가 대중화되기 위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강진 백련사의 성보문화재를 중심으로 현재의 문화 정책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디지털콘텐츠 제작 사례 등을 통해 백련사 불교문화유산 자원의 콘텐츠 활용방안과 제언을 하는 것으로 본고의 의의를 두고자 한다.(.....) 강진군 백련사는 국내 유서 깊은 사찰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있는 대표 사찰이다. 백련결사를 주도한 요세를 비롯하여 18세기 주요 전각과 불화 등이 남아있으며 미술사, 역사, 서지학 등 다방면으로 연구 성과가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연구 성과에 비해 문화재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미비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제작된 영상콘텐츠 대부분은 요즘의 경향을 벗어나 단순한 정보 전달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시점에서 강진 백련사의 콘텐츠 개발과 다각도의 홍보를 위해서 사찰 주도형 프로그램과 민간주도형 프로그램 등으로 분류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다산’, ‘동백꽃’, ‘불교 혁신운동’, ‘요세’, ‘대웅보전’이라는 특별한 소재가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한다면 백련사만의 독창적인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강진 백련사 대웅보전 불전장엄의 불교사적 의미
우석대학교 주수완
1,머리말
백련사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아미타불과 약사불의 삼세불을 모시는 전각이다. 따라서 주존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그러나 대웅보전을 장엄하는 벽화의 내용을 보면 극락왕생을 주제로 하는 아미타 신앙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세불에 아미타불도 포함되기는 하지만, 대웅보전의 벽화만 보면 마치 대웅보전이 아니라 극락전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왜 이렇게 대웅보전이면서도 극락전의 성격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을까.
대웅보전 벽화의 현상
2.포벽의 불좌상
백련사 대웅보전 벽화는 위치에 따라 크게 포벽화와 내목도리 상판 벽화로 나눠볼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부처, 나한, 비천 등으로 구분된다. 우선대웅보전이 정면 3칸에 퇴칸의 보간포가 2, 어칸의 보간포가 3개가 짜여있어 포벽은 10곳이 형성되고, 측면은 3칸에 중앙에 보간포가 2, 앞뒤칸으로는 하나씩 있어 포벽은 모두 7곳이 형성된다. 따라서 내부 전체 포벽 수는 34곳이 되는데, 뒷면은 주로 수묵의 나한도가 그려져 있고, 그밖에 의도적으로 귀퉁이 부분의 포에는 부처를 그리지 않고 나한을 그려 전면의 4곳의 모퉁이 포벽과, 뒷면의 두 모퉁이 포벽이 추가로 제외되어 모두 18곳의 포벽에 불좌상이 묘사되었다. 특이한 것은 이 안에는 보살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뜻 반측면의 자세로 앉아있는 존상이 보살처럼 보이지만 육계와 정상계주가 표현되어 있고, 가사 외에는 다른 장엄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부처를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 포벽에 정면이 아닌 반측면관의 불좌상을 그린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3.내목도리 상부 판벽의 벽화
포벽보다 위쪽에 위치한 내목도리 상부 벽면에는 주로 주악비천상과 16나한상이 그려졌으나 중간에 아미타내영 혹은 극락왕생을 소재로 한 벽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세 부 처님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고 있으며, 그 좌우로 가섭아난 존자가 시립하고 장면이다. 이 장면은 조선말기에 제작된 괘불의 도상으로 드물게 등장하는것으로 대표적으로 남양주 불암사 괘불을 들 수 있다. 불암사 괘불의 도상은 본존은 석가모니불, 좌협시는 약사불, 우협시는 아미타불이다. 조선후기에서 말기에 걸쳐 괘불의 화면을 삼존으로 가득채우는 도상이 크게 유행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1불 2보살의 도상이거나, 삼불일 경우는 법신·화신·보신의 삼신괘불도가 많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남양주 봉선사 괘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삼신괘불도의 경우는 좌협시불이 노사나불이고, 노사나불은 장엄불이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는 도상인데, 백사 내영도에 등장하는 삼존불은 비록 수인은 구름에 쌓여 확인이 어려우나 노사나불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이므로 삼신불 도상은 아니다. 드물게 삼신괘불도 도상에서 노사나불이 여래형으로 표현된 예도 있는데 서울 흥천사 괘불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중앙의 본존불이 지권인을 결하고 있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웅보전 벽화에서는 비록 중앙 보존불의 수인이 보이지느 않지만, 가슴높이까지 드러난 위치에서 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지권인처럼 손을 가슴 높이로 든 수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므로, 이 도상은 석가·아미타·약사의 삼세불 도상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아마도 좌협불의 손이 구름 속으로 살짝 느러나 보이는데, 아마 이 손 위에 약함을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삼세불 도상은 대웅보전 불단에 모셔진 삼세불의 구성과 동일한 것이다.
4.대웅보전 벽화와 초의선사의 이종선
백련사 대웅보전 벽화는 이처럼 몇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고, 이를 요세의백련결사 운동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나아가 이들 장면들에 보살이 등장하지 않는 점, 그리고 그 대신 16나한도가 그려진 점을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찰벽화 장엄 중에 이처럼 천정 부분에 나한도가 그려지는 경우는 많지만, 군상으로서 16나한도가 그려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백련사 대웅보전에서는 3+5+5+3존씩 나누어 모두 16나한을 도해했다. 이처럼 불과 나한이 강조된 것을 필자는 초의선사의 이종선 사상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추정해보고자 한다. 이종선이라 여래선과 조사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초의선사의 이종선이 강조되는 것은 그와 논쟁했던 백파 긍선이 삼종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백파는 이 두 선 외에 의리선이라는 것을 더하여 의리선-여래선-조사선으로 깨달음의 위계를 설정하였다. 이에 대해 초의는 여래선과 조사선의 경계를 허물로 깨달음은 사실상 하나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백련사는 벽화를 통해 이러한 초의의 이종선 개념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6나한을 통해 석가모니를중심으로한 부처의 세계, 그리고 곧바로 부처가 되어 극락왕생하는 중생들의 모습을 통해 궁극적으로 선은 하나임을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 김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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