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50회)
도암면 만세마을 김종규이장(61)
강진명산 서기산 아래·평온한 산골이장님
만세마을은 강진의 명산인 서기산의 남쪽 줄기 끝에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다. 도암면 덕서리에 속한 만세마을은 덕촌마을, 청룡마을과 함께 자연마을로 이루어졌으나 교통이 불편한 마을이기도 하다.
만세마을은 해남방면으로 이어진 국도 18호선에 가깝게 위치한 덕촌과 청룡마을을 지나 북서쪽 농어촌도로를 따라 1.5km를 거슬러 올라가야만 나온다. 마을 내 촌락도 크게 시루뫼(동쪽)와 소치(서쪽)로 나뉘며, 다시 소치는 웃돔(중앙)과 아랫돔(회관쪽)으로 나뉘어져 떨어져 있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은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하여 큰 도로까지 나와야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마을 먼 곳에서 바라보아도 우뚝 솟은 서기산의 의연한 기상이 마을을 감싸며 안고 있어 매우 평화롭게 보이는 산골마을이다. 서기산 줄기를 따라 좌측 증산으로 뻗어 내린 등을 청룡등이라 하며, 증산은 송장이 누워 있는 형국이라 하여 송장등이라 부른다. 백호동은 우측으로 뻗어내린 등으로 채일봉과 처녀봉이 이에 해당되어 일명 좌청룡 우백호의 풍수지리설을 갖고 있다.
만세마을의 김종규 이장은 부인 허순애(55)씨와 벼농사와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딸 다섯(미선33, 나선30, 유선29, 혜선26, 주선24)을 내리 두고 여섯 번째로 아들(대호23)를 낳아 당시 술과 밥을 많이 사기도 했다는 김이장은 “원하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주불라요. 장가만 온다고 하면 선착순으로 보낼라요.”라며 빙그레 웃는다.
줄줄이 미혼으로 있는 딸들을 하나라도 빨리 시집보냈으면 하는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딸들이 보태주어 승용차도 샀고, 회갑 때 외국 여행도 다녀 올 수 있었기에 사실은 다섯 딸이 큰 자랑이기도 하다.
안산김씨 자자일촌인 만세마을은 현제 22가호가 거주하며 김종규 이장 아래로는 한 집이 있을 정도로 고령화 되어 있다. 김이장은 띄엄띄엄 해온 이장일이 12년가량 되었다. “80년도에는 매상을 하더라도 이장이 다 취급했어요. 농약이며 비료며, 많은 것이 이장을 통해서 마을에 전해졌기 때문에 일이 많았지요. 2000년도에 와서는 행정이 간소화되기도 했으며 마을 가호수도 많이 줄어서 그때보다는 바쁘진 않아요. 농로포장 등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찾아 건의를 해서 애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요.” 34호 가호가 있었으나 도시로 떠났고, 그 후손들마저 모두 떠나버린 집들이 많다고 한다.
만세마을은 미맥이 주 소득원인 마을로 예부터 부농에 속했다. 소득이 좋은 만큼 빨리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교육열도 높았다. 만세마을의 입항조는 덕년리 만년마을에서 거주하던 안산김씨 24세손인 김몽삼(1649~1727)으로 문장과 효행이 탁월했던 분이며, 그의 후손들이 번성하여 이루어졌다.
풍수에 능한 사람들은 만세마을의 서기산 줄기를 보고 누구든 감탄을 하게 된다고 한다. 김이장은 “전에 경찰서장님중에 풍수지리를 잘 아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도 이곳의 산세를 보고 감탄하며 음택으로 사후하기 좋은 땅이라고 말씀하시대요.”라며 마을 뒷산이 명산임을 강조한다. 마을의 가호수가 줄고 젊은 층이 없어 전해 내려오던 유두행사도 사라졌으며, 지금은 년 말에 돈계를 하며서 마을회의 겸 결산차원에서 먹고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차기 이장도 선출하는 등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공기가 좋고 사람들이 선해서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마을이지만, 이 마을에도 도둑이 들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을에 수확한 깨를 털어서 널어놓거나 고추를 말리기 위해 널어놓으면 간혹 없어지는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좀 도둑들이 간혹 있어서 밤잠을 안자고 지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된 농촌마을에 한 사람의 젊은 사람의 모습이 아쉽다. 가을일이 끝나면 마을 어르신들은 회관겸 복지회관으로 사용하는 회관에 모여 겨울 내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군에서 지원되는 연료비가 있지만 부족해서 노인회에서 충당하여 사용한다. 그와 반대로 여름에 쉴 공간이 없다는 점 또한 아쉽다. 오다가다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곳, 땀을 식히며 정담을 나눌 정각하나가 없다는 점이다. 김이장은 “회관 앞에 정각이 하나 있으면 좋겠지요. 조용해서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수양겸해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실 분은 우리마을로 오십시오.”라며 웃는다. 웃는 김이장의 눈이 아주 작아졌다. 빈 집이 다섯 채 있다는 만세마을은 빈 집을 선착순으로 내줄 요량이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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