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51회)
병영면 중고마을
송용백 이장님(62)
“마을 일을 공평하게” 작은 일에도 무척 신경 쓰여요“
중고마을은 병영면 소재지에서 2km지점에 위치한 평야마을이다.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국으로 마을 머리의 정수리에는 가마샘이 있으며 오줌과 똥을 버리는 곳은 쇠또랑이라 하고 꼬리는 시오리라 부른다. 또 오줌 구덩이는 쇠시암이라고 부르며 어깨죽지는 소지등이라 불리었다. 이런 풍수지리설 때문에 이 마을에서는 힘센 사람이 많이 나왔으며, 단결심이 어느 마을보다도 강했다고 전해진다. 마을 동쪽으로는 하고마을, 서쪽으로는 조그마한 야산과 들을 거쳐 작천면 내기리가 위치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넓은 들을 지나 하고리 발천마을이 인접하고 북으로는 같은 중고리에 속한 중가마을이 있다. 마을 뒤로 있는 얕은 야산은 주로 밭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중고저수지 앞을 통해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앞에는 수령이 600여년이 넘은 거목의 사장나무가 있으며, 주변으로 상수리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 마을의 형성 년대는 백제시대에 이곳에 성을 쌓으면서부터라고 전하며, 수년전에 지하 10미터 지점에서 청기와가 출토되기도 했다. 송이장은 중고마을 태생으로 7년 동안 하사관생활을 마치고 제대 후 줄곧 중고마을에서 살아왔다. 부모님과 여동생 넷을 둔 집안의 장남이어서 쉽게 떠날 수 없는 탓이기도 했지만, 송이장은 제대 후 바로 1년간 이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42살에 농지개량조합에 취직하여 근무하였고 부인 노종순(62)씨와 2남(춘민, 경서) 2녀(자욱, 강이)를 두었으며, 2007년에 퇴직한 후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 이장을 다시 맡은 송이장은 농사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매일 병영면에 있는 농업상담소장을 찾아 농사법을 배우고 있다. 중고마을은 최고의 품종과 최적의 환경, 최고의 재배기술 및 최고의 전문가의 손으로 만드는 탑라이스 강진군 시범단지로 지정되어 엄격한 품질의 쌀을 재배하고 있다. 탑라이스 시범단지 중 강진 대표격에 있는 송이장은 전문적인 농사법을 배우기 위해 매일아침 공무원출근시간에 맞추어 농업상담소를 찾아가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모르니까 매일 상담소장을 찾아 배워서 마을 주민들께 그대로 지도하면서 함께 농사짓고 있습니다. 원래는 월 두 번, 그러니까 15일 25일 등청일인데 매일 가기 때문에 출입한다고 공개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중고마을은 55가호가 살고 있으며 인구수는 87명이나 주민등록상은 115명이 등재되어 있다. 마을주민들의 가족들이 주민등록을 마을에 많이 두고 있는 까닭이다. 마을 이장을 하다보면 어떤 일이든지 마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해서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35명 만 받을 수 있는 이번 독감 예방 주사 신청에도 선착순으로 끊어야 했다. “65세 이상에서 독감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총 46명이더라고요. 그런데 35명만 해당되니 골치 아프죠. 그래서 선착순으로 할 수 밖에요. 이럴 때는 부부간이라도 한명만 나오면 나온 사람만 순서를 매겨서 할 수 밖에요.” 송이장은 어쩌든지 마을 주민들에게 공평하게 또는 좋은 이득이 가게 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마음을 쓴다.
중고마을은 프리미엄 호평 단지를 50.8헥타에 25명이 재배하고 있다. 호평벼는 주어진 규정에 맞추어 재배를 해야지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을 써야하지만 모든 농자재를 무상으로 공급해주기 때문에 농사만 제대로 지으면 좋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잇점이 있다. 군비와 도비가 지원되는 호평단지 재배는 실제로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좋은 수익을 얻는다. 송이장은 사실 농사에 전념해온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농사공부를 해야만 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송이장의 농사를 믿지 않으려 하는 점이 문제였던 것이다. 공동으로 해야 하는 탑라이스 시범 단지는 이장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직접 온도와 약처리 등을 일일이 점검하고 관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하나도 실패 없이 발아가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개인 개인이 해야하는 유기질 비료를 트렉터 3대를 이용해서 공동으로 살포하면서 너무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매일 같이 도면을 보면서 논에 물을 채우러 다니는 일은 밤에까지도 해야 했다. 이처럼 공동으로 탑라이스 쌀을 재배하면서 송이장은 남모르는 개인적인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다. “78년에 이장을 하면서 노풍사건, 그러니까 벼가 잘 자랐으나 목잘림 현상이 나타났어요. 수확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었는데요. 우리 마을이 적게 보상을 받아 주민들로부터 욕을 많이 얻어먹었는데요. 올해도 태풍이 온다면 똑같은 현상이 생길것 같아 노심초사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이장을 하면 그런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고 기억될까봐서죠. 다행이 풍작을 이루어 기분이 좋습니다.”
송이장의 밝은 표정이 곧 올해 풍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송이장이 그토록 매일 같이 농업 상담소에 출근하면서 농사일을 배우고 이장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또 다른데 있었다.
“사실은 이번에 이장을 맡으라 해서 얼른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부인이 뇌졸중 환자예요. 집에 있으면 닦달을 합니다. 동네 누구집에만 가도 몇 시에 온다고 보고해야하고, 동네 여자가 보는데서 인사만 해도 사람을 볶아댑니다. 그 이상하대요. 뇌졸중에 쓰러지고 나더니 그렇게 사람이 변합디다. 그래서 탈출하기 위해 좋은 일이라 생각했어요. 내가 일을 하면 옆에서 일일이 간섭을 하죠. 이거하쇼, 저것 하쇼. 몇 시간씩 따지고 너무도 볶아대어 나로서는 이장일이 도피처였는데요. 오히려 즐거움을 찾고 마을일에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우리 부인은 내가 일을 하면 이렇게 말해요.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 주인이 한 섬도 안주고 밥값이나 포도시 할랑가 모르겄소 하고요. 그래도 환자이니 그러려니 하죠.”
어쩌면 집안의 어두운 사정을 너무도 소탈하게 털어놓는 송이장의 표정이 너무도 편안해 보인다.
중고마을에 있는 아래 정각은 마을출신 향우인 전순조씨가, 윗정각(여성정각)은 김대진씨가 지어주었다. 또한 출향인중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김도성씨가 마을에 여러번 희사를 해주었다. 2년에 열리고 있는 경노잔치는, 광주향우회, 인천향우회, 서울향우회, 마을주민들이 돌아가며 준비하여 함께 즐기는 풍습으로 이어가고 있다. 중고마을에 있는 저수지는 자생연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중고마을에서는 이러한 연꽃을 잘 살려서 관광유원지로 조성하고 싶은 계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연꽃 축제 등을 열어 주변 마을과 함께 가래행사(투망으로잡는것)를 농어촌 공사와 타협해서 2년에 한번정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중고마을의 전통샘에는 매우 특이한 용모양의 돌이 양쪽에 버티고 있다. 예전에 복구를 했다는 일명 큰샘은 그러나 물이 말라 있었다. 그 이유가 저 위쪽에서 상수도 관정을 한 후 샘이 말라버렸다는 거였다. 마을주민들은 이 큰 샘에 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래전부터 마을 전통샘으로 이어왔던 큰 샘은 소의 정수리로서 마을의 매우 중요한 맥을 이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송이장은 호평쌀 수매로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장이 직접 도면을 보면서 일일이 확인 작업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탑라이스 시범단지가 확실하게 자리 잡아 계속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농부로서 거듭나고 있는 송용백 이장의 모습이 매우 활기차 보였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