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선 일지 (제 85호)
2013년 6월 7일
황 주 홍(민주당, 전남 장흥강진영암)
상인의 역설과 민주당
'상인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상인의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는 역설을 말한다. 머리(입)로는 성공과 대박을 원하면서도 몸으로는 불친절 불합리 부정직 영업으로 실패를 자초하는 모순상황을 일컫는다.
어디 상인 뿐이랴. 모든 사람 모든 일들이 다 그런 것 같다. 예컨대,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학생들인들 머릿속으로야 1등하기를 원치 않고 명문대 합격을 바라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학생들은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몸(실천)이 머리를 배반하는 것이다.
민주당도 꼭 그랬던 것 같다. 입(머리)으로는 승리하겠다고 욕심내고 다짐하면서 정작 유권자들이 등 돌리는 일들을 더 즐겨 했던 것 같다. 작년 4월 총선에서, 12월 대선에서 민주당은 승리를 말하고 정권교체를 내세웠다. 그러했음에도 민주당은 이념적으로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었고, 언행과 태도에 있어서 국민의 눈밖에 날만한 일들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었다. 절대다수 국민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어야 이긴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터인데, 제주해군기지, 한ㆍ미 FTA, 천안함 폭침, 모바일 경선, 편향 공천, 김용민 막말, 이정희 후보의 존재, 상처뿐인 단일화 등등 표가 안 될 일만 골라서 하는 정당 같았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한 달이 경과했다. 위기의 민주당을 구원해 낼 '투수'일지 모두 기대하며 우려도 하고 있다. 자, 여기서 민주당이 다시 일어서 성공하려면 상인의 역설을 유의하면 된다. 머리로 꿈꾸는 것을 몸으로 실행하면 된다. 학교에서 1등 하고 싶다면 합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당이 제 1당 되기를 원한다면 국민 맘에 쏙 드는 당이 되면 된다. 다른 길 없다. 표방하는 가치와 제시하는 목표를 위한 철저하고 유능한 실천이 뒷받침되는 날이 민주당 집권일(執權日)이다.
생각해 보면, 2004년 열린우리당이 노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한나라당을 가볍게 일축하고 과반(152)의석을 확보했던 총선 압승이 곧 화근이었다. 그때부터 득의양양해진 열린우리당은 진보의 전위인양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날벼락을 맞은 한나라당은 국민의 심판 앞에 몸을 떨며 여론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두 당의 운명은 거기서 갈리게 되었다.
상인이라면 고객을 왕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음식점 주인이 아무리 제멋을 내도 손님이 인정하지 않으면 말짱 깡통이다. 민주당이 제아무리 근사하고 이념적인 정책과 언행의 성찬(盛饌)을 베풀어도 유권자들이 고개를 젓고 등을 돌리면 그걸로 끝이다. 상인의 세계에서 고객이 왕이듯, 정치의 세계에서는 유권자가 진리다. 유권자 단 한 명이라도 더 얻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단 한 표가 부족해서 낙선하고 마는 게 정치다.
최근 필자는 두 명의 정치학자(김만흠ㆍ김태일)들과 함께 '새 정치 난상토론'(이지북 출판사)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의 부제가 '국민은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이다. 알베르 까뮈는 "어머니는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는 기막힌 공감 멘트를 한 바 있다. 무지하고 남루해도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거룩하다. 그렇다. 국민 또한 어머니처럼 늘 옳고 정당하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한,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이 나라 정치의 기준도 국민이며, 이 나라 모든 최후의 심판은 국민이 내린다. 결론. 민주당이 승리하고 집권당이 되어 보겠다면, 실천(몸)으로 국민의 기준에 맞춰내는 일. 오직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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