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시인이 쉽게 풀어쓴 노자이야기(15)
제 15장 선비의 길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고지선위사자 미묘현통 심불가식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부유불가식 고강위지용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예혜약동섭천 유혜약외사린
儼兮其若客 渙然若氷之將釋
엄혜기약객 환연약빙지장석
敦兮其若撲 曠兮其若谷 混兮其若濁
돈혜기약복 광혜기약곡 혼혜기약탁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久動之徐生
숙는탁이정지서청 숙능안이구동지서행
保比道者 不欲盈 夫唯不盈 故能蔽不新成
보비도자 불욕영 부유불영 고능폐불신성
옛 선비들은 미묘하고 현통해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깊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형용 하자면
망설이는 것이 마치 겨울에 강을 건너듯이 하고
주저하는 것이 사방을 두려워 하는 듯이 하며
엄숙한 몸 가짐은 손님과 같고
부드러움은 봄날에 얼음이 녹듯 하고
소박함은 나무둥치 같고
마음 트이기는 산 골짝기 같고
모든 것을 뒤섞이는 것은 탁류같아
누가 이것을 움직여 맑게 할 수 있나.
누가 편아하게 영주 하면서
서서히 맑음을 살아나게 할 것인가.
이런 도를 간직하는 자는 채우고자 하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덮어
새로운 것을 이루지 않는다.
인륜을 닦은 선비는 공맹을 따르고 자연을 누리는 선비는 노장(老莊)을 따른다. 인륜은 욕심을 절재 하라고 이르지만 자연은 욕심을 완전히 떠나라 이른다.
무릇 생명을 가진 것 치고 욕망을 갖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생명보존과 종족보전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기도 하려니와 대를 잇고자하는 바람과 먹고 살고자하는 욕심은 당연한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본능들을 무한대로 방치하게 되면 결국은 이성적인 동물들은 무한 투쟁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윤리와 도덕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공맹이 주장하는 사상이다.
그런데 노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공맹(孔孟)은 수기(修己)하라 (克己)하라 하지만 노장은 나를 없애라 나를 버리라 라고 말한다.
선비란 어떤 사람인가? 덕을 닦아 도에 이르는 사람이다.
수덕입덕(修德立德)으로 인륜(人倫)의 도를 닦은 선비를 군자(君子)라 하고 자연의 도를 닦은 선비를 은자(隱者)라 하고 불법(佛法)을 닦은 선비를 거사(居士)라 한다. 선비가 걷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 그래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에 덕을 닦은 선비는 그 모습이 미묘하고 깊어서 아무리 헤아려 보아도 알 수 없고 알려고 해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억지로 라도 그 모습을 비유해서 말 하게 된다면 한겨울 강가에 서서 강물 건너기를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사방 변두리에 위협이 있어 두리번 거리며 머뭇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초대받아 손님으로 가는 것처럼 엄숙해 지는 것 같기도 하며 얼음물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 처럼 속이 확 풀리고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 나무 등걸처럼 아무 꾸밈없고 텅빈 고을처럼 비워 있기도 한 것 같으며 탁류에 휩쓸려 있는 것 같지만 맑은 물이구나.
노자가 말하는 선비는 물질에 대한 욕심을 탐하지 않는 사람이다.그래서 노자는 옷을 입어도 호주머니를 달지 않는 다고 했다. 이러한 선비는 탁류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맑은 물이된다. 그렇다면 인생의 탁류를 누가 맑게 정화 시킬 수 있는가.
홍수가 나면 탁류가 범람 한다. 탁류라 해서 물이 근본적으로 탁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물은 원래 맑고 투명한 것이다. 물의 성질을 사람의 마음에 비교해서 말한다면 맑고 투명한 마음을 허심(虛心)혹은 무심(無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허심이나 무심은 명경지수(明鏡止水)로 비유 되지만 명경지수는 만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면서 감추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탁류란 무슨 뜻인가? 욕심이라고 말한다. 탁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으면서 무엇이든지 감추고 숨겨두어 마음을 열지 않는다.
옛날에 순임금이 산속으로 들어간 백이를 찾아가 임금의 자리를 맡아 달라고 간청한 일이 있었다. 이 말을 들은 백이는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맑은 시냇물에 귀를 씻었다고 한다. 숙재 역시 더러운 말을 들은 백이가 시냇물에 귀를 씻었다는 소리를 듣고 물이 더러워 졌다며 몰고 왔던 소를 다른 시냇가로 데리고 가서 물을 먹이게 했다는 고사가 있다.
순임금은 백이나 숙재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백이와 숙제는 인간의 길을 다스리는 군자가 아니라 자연의 길을 걷고 있던 은자인 것이다. 치세의 길을 닦는 군자는 임금의 자리가 탐이 나겠지만 자연의 길을 닦고 있는 군자에게는 임금의 자리가 더러운 탁류와 같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은자라 할지라도 자연과 함께 살면서 세상에 흐르는 탁류를 수수방관 만 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노자는 세상을 맑게 다스리자면 적어도 치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욕심의 호주머니를 달지 않는 길이며 자연의 길을 닦고 있는 군자를 치세의 선비로 삼는 길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방법을 배우며 스스로 본받게 하자는 것이다.
노자는 은자란 아무 의미없이 산속에 숨어사는 사람이 아니라 욕심을 채울 줄 모르는 마음을 지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은자가 될 수 있다고 우리들에게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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