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다산실학연구원 제2회 국제학술대회
“實學, 실천적 담론으로서 돌아보다”
-실학연구의 현황과 발전방향-
강진다산실학연구원(원장:백영서)에서 지난 23일 제2회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국제학술회의는 실학의 개념을 동아시아의 실학이라는 확대된 시야에서 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으며,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학국사업단과 연계하여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17~19세기 동아시아 사상 동향”이라는 소주제로 김용흠(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장계휘(중국 사회과학원 역사학 박사), 야기 키요하루(일본 무사시대학 교수), 정일균(서울대학교 사회학과)부교수 등이 발표를 했고, 이에 대해 서대원(충북대 우암연구소)전임연구원, 최재목(영남대 철학과)교수, 나종석(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연구교수 등이 논평을 했다. 2부에서는 ‘조선후기 실학 연구의 쟁점과 방향’를 소주제로 김용흠(연세대 국학연구원)연구교수, 김인규(영산대 행정학교)연구교수, 윤재민(고려대 한문학과)교수 등의 발표와 이원택(연세대 국학연구원)연구교수, 김정신(충북대학교 사학과) 강사, 조미원(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연구교수가 논평을 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를 통해서 조선후기 실학의 개념에 내재하는 다양한 인문학적 문제의식들을 개방하고, 나아가 그 해법들이 지금 현 시대에 창조적으로 적용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진다산실학국제학술회의 요약
제1부: 17~19세기 동아시아 사상 동향
*장계휘(중국 사회과학원 역사학 박사)
중국 청초 주자학의 실학적인 위상:왕부지가 송명이학에 대한 비판과 총결을 한 것을 예로함
명말청초는 중국봉건사회의 마지막 역성혁명이며, 동시에 중국학술이 자기비판을 통해 탁월한 업적을 낸 시대이다. 이 시대 최고 업적을 낸 주자학이 대표들로서, 왕부지는 務實과 行動을 특징으로 하는 철학 체계로 주자학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 推動하여 청대 실학의 철학을 청초하였다. 근대이후 중국 학계에서 왕부지를 송명이학의 총결자라고 존칭한다. 중국 고대철학의 집대성자 17세기 계몽사상가 이런 평가들은 단지 왕부지의 영광이 아니
라 동시에 주자학의 영광이다.
*야기 키요하루(일본 무사시대학 교수)
일본 근대 실학사상의 전개와 주자학
오늘날 일본에서 ‘실학’은 일반적으로 실제 사회에 도움이 되는 학문,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학이란 실용성과 실천성의 어느 것, 혹은 두 가지를 기본적 속성으로 가지면서 인간이 외적세계에 대해 경험주의적이며 합리주의적 인식을 지향하는 것, 혹은 내면적 진실=도더적 가치와 정치적 실천을 통합하는 경세의 학을 지향하는 것이다. 일본 근세의 실학사상의 역사적 전개는 근세초기, 근세중기, 근세후기, 근세말기로 구분하며, 현실사회에서 ‘실리’를 추구하려 한다면 서물 이외의 경험적 요소인 여행의 견문, 대화나 논의 등도 검토해야 된다.
*정일균(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조선후기 유교사상계의 동향:주자학과 그 대항담론
조선후기 탈주자학의 흐름을 이른바 ‘실학’이란 개념으로 포착하면서 그 성격을 곧바로 ‘(서구적) 근대성’과 등치시키는, 따라서 주자학 내지 성리학은 자동적으로 ‘중세성·전근대성’으로 규정되는 기존의 근대화론적 이분법은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실학연구가 포착했던 근대적 요소란 적어도 기실 유교적 세계관이 본원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던 ‘유교적 합리주의’의 구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제2부 조선 후기 실학연구의 쟁점과 방향
*김용흠(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
조선후기 정치와 실학
조선후기 실학은 양란기의 국가적 위기를 배경으로 발생하였다. 특히, 인조대 ‘삼전도의 치욕’으로 상징되는 국가적 위기를 전후하여, 주자학 명분론과 의리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범유교적 차원으로 확대 해석하면서 현실에 적합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정치적 행동으로 표출하는 관인·유자들이 속속 등장하였다. 이들이 내세운 것이 바로 變通論이었다. 실학사상을 국가제도로 구현하고자 한 탕평정치가 그 사례이다. 이런 점에 실학 사상, 국가론과 함께 탕평정치가 사회인문학의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김인규(영산대 행정학과)
조선후기 실학파의 화이론(華夷論)과 철학적 含意(함의):주자학파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화이론은 동아시아 국제사회에 있어서 근대적 국가 평등 관념이 형성되기 이전, 중국과 r그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규정한 국제 질서 이념으로, 천하에서 ‘문화가 최고’ 로 발달한 ‘중앙의 지역’이라는 자긍심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중화사상은 ‘천원지방설’에 근거하여 한민족이 이민족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중앙이라는 것과 아울러 문화적으로 우수하다는 문화의식이 함께 작용되어 ‘천하에서 문화가 최고로 발달한 중앙’이라는 민족우월의식에 출발하였던 것이다.
*윤재민(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조선후기 문화와 실학
우선 민족의식이 문제다. 조선후기 실학에서 신분계급의 타파를 전제로 형성된 사회통합적인 근대 국민국가의 민족의식을 찾는다면 이는 당연히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거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찾았다면 이는 뭔가 착각한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일한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민족의식이 일찍부터 형성돼 있었다. 더욱이 임병양란을 거치면서 이러한 민족의식은 한층 강화되어 갔다. 민족의식 문제 및 근대 지향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이 오로지 반주자학 또는 탈성리학적인 문제만을 고민하는 경우 이를 과연 조선후기의 실학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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