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이장님(55회)
성전면 처인마을 김순규이장(55)
“마음 비우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채워 나갑니다”
처인마을은 면소재지 정류소에서 해남으로 가는 국도 2호선을 따라 1km지점에 위치한 중산간마을로 성전면과 해남군 계곡면의 경계를 이루는 높은 봉우리인 깃대봉이 마을 뒤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앞은 논들이 펼쳐져 있으며 마을 좌우와 뒤는 대부분 밭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름엔 덥고 겨울에는 추운지역에 속한다. 원래 처인마을의 터는 현 위치보다 위에 형성되었으나 일제시대 넓은 밭을 이용하여 일본인들이 양잠을 하게 되면서 가구가 늘어나 현재의 터까지 촌락이 들어서게 되었다. 처인이라는 마을 지명은 해방 이전에는 알 수 없으나 마을의 이름을 ‘친등’이라 불렀다가 1938년 마을회관을 건립하고 나서 마을 선각자들이 처인(處人)이라 불러야 옳다고 하여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처인’의 뜻은 마을지형으로 보아 어진인재가 배출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처인마을에서 8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김순규 이장은 김은자(52)씨와 1남(유석34) 2녀(유미31, 미선30)을 두었으며, 막내만 미혼으로 모두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본 마을 태생으로 평생 농부로 살아온 김이장은 현재 7200평정도의 논농사를 짓지만, 일찌감치 고향에 자리잡고 살아온 점을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이라면서 “마음을 비우고 사는 것이 큰 재산이다. 수천만 원이 있으면 뭐하나 하는 생각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마음이다. 하루만 열심히 일해도 한 달은 굶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인데, 마음 편한 곳에서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처인마을은 5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양잠을 할 때에는 100여호가 넘었으나 해방이후로 줄어들어 지금은 52호에 인구 120여명이 살고 있으며 65세 이상이 42명이다. 아직도 어느 시골마을보다 큰 마을임은 틀림없다. 주 소득원은 논농사이며 3가호에서 오이나 토마토 등의 시설하우스를 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오랜 연륜을 담아 쭉쭉 뻗은 소나무가 마을의 기풍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에서 정월대보름이면 마을전체 주민이 모여 당산제를 지내오고 있다. 또한 유두날에는 처인마을 출신들의 모임인 재경성전면 처인마을 향우회가 1년에 한 번 경노잔치에 희사금을 보내오곤 하다가 향우회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최근 2년간은 이현수(50경기도거주)씨가 마을 주민들에게 수건이나 우산을 선물로 기증해오고 있다. 처인마을은 최초로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던 마을이다. 조합의 사업으로 방앗간, 구판장, 이발소 등이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었으며, 그 이익금으로 마을출신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던 앞서가는 마을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이승만대통령시절에는 ‘모범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생능력이 뛰어났던 처인마을은 마을족보가 있었다. 마을회관에 비치되어 있는 세권의 오래된 족보에는 각 가호의 가족사항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김이장은 “우리 나이까지는 마을족보에 올려져 있으나 어르신들이 작고한 후 기록이 끊긴 체 보존되어 있습니다. 우리마을 사람들이 대단히 애향심이 강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마을 ‘동가’가 있어서 행사 때마다 부르곤 했었고, 늘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마을의 조직은 이장외에 개발위원장(박판식63), 임원4명, 총무, 부녀회가 있어 행사 등을 의논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옛날 마을 어르신들의 애향심을 이어받아 서로 협동 단결이 잘되는 마을이다. ‘처인청년회가’라고도 불리었던 마을 ‘동가’는 운석(雲石) 조국조(趙國朝)씨가 지었으며 다음과 같다.
1. 뒤로는 희망쌓인 깃대봉이요/ 원수정물 장류수 잔잔히 흘러/그 품에든 처인리는 우리집이요/ 성자신손 오백서는 우리겨레일세
2. 수암산에 돛는 해가 월색에 비쳐/ 만고불변 통달함은 그 기장이요/ 별미산에 해넘으면 황혼에 잠겨/ 평화화준 꽃이 피여 향기넘치네
3. 아침일즉 날니는 깃발아래서/ 용감히 울려오는 나팔신호에/ 기있게 둘러멘 굉이자루는/향토개발 우리 용토 무기이라네
4. 심신단련 상호부조 사회봉사며/근검저축 자력갱생 우리사명은/억만석벽 가린벽도 한 대의 팔로/ 용감이 타개하여 박차나가리
이러한 ‘동가’ 를 지어 불렀던 처인마을은 일찌감치 협동조합의 운영으로 독립적인 마을발전을 꾀하였으며, 그로인해 저축하는 습관과 단결하는 협동심이 길러져서 어떤 마을보다도 성실한 마을로 인정받았다. 이런 영향은 마을 정각(관야정)도 마을 주민의 성금으로 세울 정도로 단결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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