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새날 만덕산으로 가는 발길
광주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송 길 화
산(山)이 거기에 있어 오른다. 만덕산(萬德山)은 강진(康津)에 있다.
만덕산이 강진에 있기에 강진인(康津人)은 만덕에 오른다.
이웃집 마실가듯 편안하게. 만덕산은 강진인의 숨결이며 마음씨다. 강진사람의 기질은 만덕과 닮았다. 어디서 보나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푸짐한 산 만덕산.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서 보라.
깊고 푸른산에 울려퍼지는 낭낭한 산새소리, 만덕산은 외유내강(外柔內剛)한 강진사람 그대로다.
강진인은 문화(文化)를 사랑하고 예술(藝術)을 가꾸는 ‘부드러운’ 사람들이지만 불의(不義)에는 분연히 일어선다. 그리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간다. 눈 뜨면 만덕산을 바라보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을 마시고 그 물이 적신 논밭을 갈아먹고 그 산밑에 쉬면서 대(代)를 이어온 우리다. 기름진 군동평야를 적시면서, 천만년을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는 탐진강(耽津江)은 강진의 젖줄이리라.
우리는 이처럼 사시사철 만덕의 품안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만덕에 기대어 살아왔다. 만덕산은 꼭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산이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만덕산이 먼저 깨어난다. 지난 한해의 액운을 떨치고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기 위한 발걸음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향우(鄕友)들의 신년맞이 산행은 최근 만덕의 새로운 풍속도다. 만덕으로 가는 저 사람들의 발길들, 그것은 새날을 꿈꾸는 강진인의 모두의 염원이리라.
가자
새날 아침 만덕산으로 가자
정상에 가서 매달리자
깃대봉에 피가 돌고 힘줄이 솟고 뜨거워질 때까지
그의 숨소리 거칠어질 때까지
모두 매달리자.
-송길화의 시(詩)중에서
강진은 예부터 살기좋은 곳,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라 일컬어져 왔다. 항상 맑은 하늘과 온화한 기후, 그리고 탐진강과 수려한 청정의 해안들, 여기에 더하여 알맞게 펼쳐진 산과 기름진 들녘은 실로 어느 지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삶의 터전이었다.
강진에서 태어나 성장한 나는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71년 군동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아 초임교사로 근무했고 지금은 폐교가 된 금천초등학교에서도 교편을 잡았다. 봄과 가을이면 사랑하는 제자들과 만덕산으로 소풍을 갔고 탐진강에서 제자들과 고기를 잡았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교사가 되기 전 아주 어렸을 때는 좀 더 잘 사는 시대에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강진의 옛 모습을 맛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1980년 고향의 품을 떠나 광주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자들의 근황과 청자골소식을 접할 때면 반가운 마음에 흐뭇해하곤 했다.
나는 강진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사실, 40년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고향을 얼마만큼 속속들이 알고 있는가를 검증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없이 달려왔다. 이제는 말로만 표현
하는 관념적인 사랑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실질적인 고향사랑을 할 때가 찾아온 것일까?
지난주 홀로 만덕산을 올랐다. “네가 강진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라는 자문(自問)속에 강진을 다시 보고 싶었다. 강진의 곳곳을 다녔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만져보고, 기록으로 남기며 사진을 찍었다.
만덕산 숲속에 묻혀 그 의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을 살펴보니 가슴이 벅찼다. 이미 사라져버린 흔적을 보니 못내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 놓은 자연과 문화환경이 간직된 곳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드디어 만덕산에 올랐을 때 내 스스로에게 물었던 것에 대한
자답(自答)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웃음)
기다렸던 나의 답(答)은 “나는 내 고향 강진과 강진사람들 그리고 만덕산을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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