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腦卒中)
강진군 보거소 공중보건의 김기현
‘소리없는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질환. 흔히 중풍(中風)으로 알고 있는 ‘뇌졸중(腦卒中)’이다.
뇌졸중은 우리나라 1년 전체 사망자(24만6,000여명) 중 14%(3만6,000여명)로 지난 10년간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발생은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1월까지에 집중되어있으며, 특히 10월에 환자발생률이 가장 높다. 이는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부고(訃告)소식이 겨울철에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왜냐하면 겨울철 온도변화와 뇌졸중은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긴다. 터지는 것을 뇌출혈이라 하고, 막히는 것을 뇌경색이라 한다.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고혈압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근육 및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진다.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보다 5배,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자는 2배 이상 높다. 즉,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잘못된 생활습관이 축적되어 발생한다. 뇌경색은 LDL과 같은 좋지 못한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을 떠돌면서 동맥경화 등으로 인해 좁아진 뇌혈관을 막아 생긴다. 뇌졸중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가장 흔하게는 갑자기 몸의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한쪽의 힘이 떨어지거나 감각이 이상해지는 것이다. 이러면서 말이 어둔해지거나 표현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극심한 두통”,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통증” 과 같은 심각한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언급한 증상들은 설사 잠깐 생겼다가 사라졌다 하더라도 반드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뇌졸중은 발생하면 30%가 사망하고, 의식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30%는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산소와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죽게 되며 다시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40대 이후 한 가정을 책임지며 사회발전에 힘써야 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인 손실도 크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각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초기 증세 발생 후 응급실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3시간44분으로 나타났다. 특히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전체의 43.3%에 불과했다. (뇌졸중환자에 쓰는 혈전용해제는 3시간 이내 투여해야 효과적이기 때문) 뇌졸중 증상이 의심되면 환자를 자리에 눕혀 편안히 호흡할 수 있도록 한 후, 곧바로 119에 신고하여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의식을 잃었을 때 억지로 약이나 물을 먹이면 기도로 흘러 흡인성 폐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식습관>
1. 조리할 때 가급적 소금을 쓰지 않는다.
2. 인스턴트 식품 (통조림, 냉동식품, 햄, 라면 등)을 삼간다.
3.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달걀 노른자, 오징어, 마요네즈 등을 적게 먹는다.
4. 고기는 살코기 위주로 먹고, 기름기는 가능한 없앤다.
5. 튀김보다 조림, 구이, 찜, 지짐 등의 조리법을 택한다.
6. 동물성 기름 대신 참기름, 식용유 등의 식물성기름을 사용한다.
<자료: 대한뇌졸중학회>
벌써부터 적도 태평양 인근 바다의 수온이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올 겨울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다음달 중순쯤엔 첫눈이 올 것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보건소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못 끊는다’며 먹기를 두려워하는 분들을 종종 본다. 물론 정기적인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통하여 혈압을 낮출 수 있지만 평생 동안 간직한 생활습관을 하루아침에 개선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생활 중에 가끔 술자리도 있을 수 있고, 달콤하고 짭짜름한 맛난 음식들(비록 몸에 좋지는 않지만)을 먹을 때도 있는데, 매끼니 건강식으로만 챙겨먹을 수 있을까. 그에 비하면 뇌졸중을 비롯하여 고혈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병은 실로 치명적이니, 고혈압이 있는 동안 꾸준히 먹는 혈압약이야말로 진정한 보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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